"선생님, 제가 누구게요?"
"선생님, 제 이름이 뭐게요?"
복도를 지나다니다 보면 조심스레 다가와 수줍게 물어보는 학생들이 있다. 이런 질문이 나오게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초보 교사로서 수업이 시작하고 나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수업 준비보다도 코로나로 인한 마스크 착용이었다. 가뜩이나 유행 따라 비슷한 머리 스타일과 성장기에 걸맞은 비슷한 체격, 비슷한 발성까지 구분조차 힘이 든데 마스크는 거기에 한몫을 제대로 하기 때문이었다. 마스크와 뿔테 안경, 이마를 덮은 앞머리가 더해지면 성별을 제외한 구분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모두 비슷했다.
그래도 한 명 한 명 최대한 기억에 남기고픈 초보 교사의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결국 해결책으로 나는 수업에 들어가 학생들에게 이런 어려움을 알리고 내 기억에 잘 남도록 노력해달라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앞선 질문을 건넨 학생들은 그런 내 당부의 말을 그대로 실천하는 예쁜 학생들이자, 앞으로 내가 쭉 외우게 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었다.
생활안전부 업무 중 하나는 급식지도다. 급식지도는 학생들이 급식 줄을 설 때 관리 감독하는 업무로, 매주 생활안전부 선생님들끼리 돌아가며 맡는다. 하지만 나는 내가 나가는 날이 아니어도 꽤 종종 나가고는 하는데(물론 부서 선생님들을 도와드리려는 이유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급식시간은 전교생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급식 줄을 설 때만큼 학생들의 활기찬 모습은 쉽게 볼 수 없다. 아무리 열심히 하는 학생일지라도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워하거나 피곤해하는 모습을 볼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기에, 나는 최대한 학생들이 다 깨어 밝게 움직이는 급식시간을 활용해 학생들의 얼굴을 마주 보고 한 명이라도 더 인사를 나누기 위해 애썼다. 그것이 바로 연륜 없는 초보 교사로서 학생들과 가장 빠르게 라포를 형성하는 나만의 방법이었다.
물론 그러다 보면 이름도 반도 모두 엉망진창 헷갈려하면서 학생을 뜬금없는 이름으로 부른다거나, 확신을 가지고 당당하게 불렀는데 그 아이가 아니었다거나 하는 웃픈 일들도 많지만, 그럼에도 학생들은 나의 노력을 가상히 여겨주는지 굉장히 좋아하고 괜찮다며 자신의 이름을 다시금 되뇌어주었다.
그렇게 열심히 외우고 있다 보면 이따금 급식지도가 힘드시겠다며 사탕을 쥐어주는 학생, 날이 더운 날 괜찮으시냐며 걱정 어린 말을 묻고 가는 학생, 선생님은 식사 다 하시고 지도하시는 거냐고 걱정해주는 학생, 오늘의 있었던 일을 떠들면서 맛있게 먹겠습니다! 를 외치고 들어가는 학생, 주머니를 뒤적여 손하트를 꺼내 건네주는 학생, 샘-하!(선생님 하이!)를 외치면서 다른 친구들에게 나를 자랑하는 학생, 나한테 배우지 않아도 꾸벅 인사를 하고 웃으며 지나가거나 애교를 부리는 학생까지. 하나같이 빠짐없이 사랑스럽고 예쁘기 그지없는 아이들이었다.
급식지도 줄을 세우면서 업무의 연장이 아닌 힐링을 받는 초보 교사는 오늘도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려 출석부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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