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ners Maketh Man.'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이것은 영화 킹스맨에서 빠질 수 없는 명대사이자 흔히 말하는 젠틀맨을 설명하는 한 문장이다. 그리고 좌충우돌 초보 교사인 나는 이 문장을 이렇게 바꿔 읽고 싶다.
'Question Maketh Bodyguard.'
음, 이렇게만으로는 와닿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좀 더 정확하게 문장을 표현해볼까?
'Question Maketh Lovely Bodyguard.'
질문은 사랑스러운 보디가드를 만든다.
단 하나의 질문으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나 또한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 건네주신 "너 브레드보드 한 번 해볼래?"라는 질문으로 인생이 바뀌었다. 반에서 아예 존재감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던 나를 봐주시고 그 자체로 빛날 수 있도록 독려해주신 은사님. 나는 인생을 살면서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누군가에게 그런 교사가 되고자 교단에 서는 꿈을 꾸었다.
그랬던 나마저 놀라게 만든 한 남학생이 있었다. 정신없는 학기 초가 지나고 나름대로 익숙해진 교실에 들어간 어느 날 창가에 앉은 어떤 한 남학생이 눈에 띄었다. 그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 완전한 초면이라는 생각에 나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내가 아직 한참 멀었구나. 하고 반성하며 말을 걸었다.
"친구야. 너는 이름이 뭐니? 원래부터 그 자리에 앉았었나?"
학생은 자신이 불렸다는 사실이 어색한 듯 작은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표를 보아도 내가 첫 시간에 부른 적이 있던가 싶을 만큼 기억이 나지 않는 학생이었다. 다소 미안함을 느낀 나는 한마디를 더 던졌고, 그 결과가 어떻게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
"와! 근데 왜 그동안 샘이 못 봤을까? 이렇게 하얗고 훤칠하게 잘생긴 친구가 있었는데! 안녕, 반가워! 미안해, 선생님이 다음부터는 우리 친구 이름 잘 외워볼게."
주변 학생들은 그동안 수업시간마다 엎드려 있었어서 못 보셨을 거라며 키득거렸지만 나는 볼 수 있었다. 그 학생의 눈동자가 커지고 그 무엇보다도 빛나는 그 순간을.
그날 이후, 정확히 말하면 그 수업시간 이후 그 학생은 단 한 번도 내 수업시간에 잠들지 않았다. 이따금 다른 짓을 하더라도 내가 말을 시작하면 집중하려고 애썼고, 다소 서툴러도 발표를 하려고 자발적으로 발표 명단에 신청을 했다. 급식지도 줄에서도 항상 밝게 인사를 하고, 수업이 끝나면 복도로 서둘러 나와 교무실까지 따라왔다. 학생들이 가장 기피할 법도 한 교무실이었지만 그 학생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 보였다.
그 남학생이 있던 반은 유독 나를 따라주는 예쁜 학생들이 많은 반이었기에 항상 수업이 끝나면 6,7명이 함께 교무실까지 따라왔다.
한 번은 내가 "너희 근데 왜 샘 따라오는 거야? 이렇게 많이 따라오면 샘이 좀 부끄러운데."하고 묻자, 다른 누구보다도 빠르게 그 학생이 답했다.
"아, 샘! 혼자 가시다가 다치시면 어떡해요. 저희가 보디가드 해드릴게요!"
그 대답에 나는 복도에서 박장대소를 하고 웃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질문은 곧 관심이며, 관심의 힘이 인생을 바꿀 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겪어서 알고 있는 내게 있어, 이렇게 더없이 사랑스러운 보디가드가 또 어디에 있을까?
곧 시작될 겨울방학이 끝나고 만나면 얼마나 더 매너 있고 사랑스러운 보디가드가 되어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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