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스승의 날 기념은 쿵!

선생님은 괜찮아. 그래도 앞으로는 그러면 안돼?

by 윤소흔


"아니.. 어쩌다가 다치셨어요?"


"그게.. 학생이 좋다고 다가와서..? 놀라서 넘어졌어요. 하하.."


".. 네?"




음료를 손에 든 채 반대항 축구 경기를 응원하면서 급식지도를 하고 있었다. 그날은 첫 스승의 날 기념으로 장미꽃을 받았던 아주 마음이 간지러웠던 날이었다.



반대항 경기는 무척이나 열기를 띠었다. 나도 무척이나 보고 싶었지만 물만 마셔도 무럭무럭 자라는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나름 키가 큰 나조차도 다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화단 앞으로 한 칸 올라갔다. 그대로 아이들을 지도하고 축구를 구경하며 무척이나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선생님!!!!"



내 수업을 듣던 장난꾸러기 남학생이 나를 보고 뒤에서 확 다가왔다. 그리고 신체 운동 능력이 꽝이었던 나는 갑작스레 다가온 소리에 놀라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꺄악!!"



쿵!



필사적으로 옆에 있던 봉을 잡았을 때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쏟아진 음료로 엉망이 되어버린 두 손과 토끼 눈을 한 부장님과 부서 선생님, 그리고 나를 놀라게 한 남학생이었다.




"......"



정적이 흘렀다. 남학생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선생님, 선생님을 되뇌며 어버버 거리고 있었고, 나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화단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그제서야



욱신!



커다란 통증과 함께 오른쪽 정강이에 보란 듯이 찍혀버린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선생님! 어서 일단 화장실부터 가세요! 거기 친구야? 선생님 좀 부축해줄래?"



눈앞에서 맥없이 고꾸라져버린 막내 선생님을 부축하기 위해 다른 학생들이 달려왔고, 나는 절뚝이며 화장실로 향했다.



아이고 이 꾸러기야. 하필 이런 장난을 쳐도 어떻게 딱 부장님과 부서 선생님 앞에서 그랬니. 라는 차마 내뱉지 못한 작은 한탄과 함께.




뒤처리를 마치고 절뚝이며 자리에 와서 앉은 순간 온몸에 퍼지는 통증에 신음이 터져 나왔다. 갑작스레 힘을 준 탓에 다리와 허리까지 무리가 온 것 같았다. 더욱이 오른쪽 무릎이 다쳐서 약한 상태였는데 오른쪽 정강이가 찍혔으니 당연히 아플 수밖에 없었다.



"아주 많이 혼냈어요. 어디 여선생님 뒤에서 그렇게 놀라게 하냐고. 스승의 날에 꽃을 드려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아.. 감사드려요, 선생님."



부서 막내 선생님이 당한 습격(?)에 매우 화가 나신 부장님과 부서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있자니 괜스레 죄송스러워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병원 가봐요. 그거 그렇게 놔두면 안 돼요."


"네.. 조금만 더 있어보고요."



바로 병원으로 갈 수가 없었다. 가만히 앉아 찜질을 하는 와중에도 계속 그 남학생의 표정이 어른거렸으니까. 얼마나 놀랐던 모습이었는지. 그 표정을 다독여주지 못하고 들어와야 했던 상황에, 괜히 볼일을 보고 손을 씻지 못한 것처럼 찝찝하고 마음이 무거웠다.




똑똑-!



"저.. 윤소흔 선생님 계신가요..?"



그런 생각과 함께 작고 떨리는 목소리가 나를 찾았다. 나는 들어오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들어 습격자를 바라보았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저는.. 저는 그렇게 선생님 다치게 하려고 한 게 아닌데.. 그게 선생님이 너무 반가워서.. 좋아서 그런 거였는데.. 하.. 죄송합니다.."



남학생은 중간중간 울음 섞인 채 자신 스스로를 탓하고 자책하며 죄송함이 가득 담긴 사과를 건넸다. 남학생의 자책의 눈물이 고인 눈을 보았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많이 놀랐지?"



놀라서 바짝 서버린 학생을 다독여주는 것. 화? 그런 건 전혀 나지 않았다. 그 학생의 눈동자에 담긴 감정을 읽어버린 한, 난 화가 날 이유도, 화를 낼 이유도 없었으니까.



"선생님은 괜찮아. 네가 선생님을 다치게 하려고 한 게 아니란 것도 알아."


"음.. 그런데 있잖아. 사람들은, 특히 여자들은.. 뒤에서 남자가 갑자기 다가오면 많이 놀라거든. 그러니까 이런 장난을 치면 또 다른 친구들도 다칠 수도 있어."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이런 장난 치면 안돼? 더 매너 있는 멋진 남자가 되기로 약속. 어때?"



거의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의 그 학생은 나의 말에 가슴속 무엇인가가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것은 아마도 자신을 향해 쏘아질 비난과 미움, 그것들을 가늠하고 두려워하고 있던 마음이었을 터였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언제든 잘못은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혼나고 그 모든 것들이 안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잘못이 좋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것을 반드시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잘못은 잘못으로, 마음은 마음으로, 온전하게 나누어 바라보고 보다 더 정확한 부분을 짚어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알려주고 싶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교육이라고, 믿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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