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여자반이 좋으세요? 남자반이 좋으세요?"
"어.. 글쎄요? 어디가 더 나은가요?"
선생님도 사람이기에 저마다의 선호도를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확실한 호불호는 학생의 성별일 것이다.
나는 처음에 남자반만 6개 반을 맡게 되었다가 교무실로부터의 동선의 문제로 협의하에 남자반 4반, 여자반 2반을 가르치게 되었다. 그리고 왜 선생님들마다 성별에 대한 선호도가 달랐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남녀 공학이라 해도 남녀 합반의 느낌과 분반의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특히 젊은 여자 선생님일수록 상대적으로 남학생들 반을 어려워하는데, 그 이유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돌발 지점을 잡아내기 어려운 데에 있었다.
틈만 나면 장난치는 남학생들의 그 '선'을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들끼리의 그 '선'이 넘어가는 순간 돌변해서 진심으로 부딪히는 장면을 진정시키기 어려웠다. 나 또한 중학교에서 근무할 때 남학생들의 싸움에 휘말렸던 적이 있었는데(그것은 다음에) 고등학생은 상대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기는 하나, 그래도 아직 어려 미숙한 부분들이 있어 종종 자기들끼리 충돌이 나곤 했다.
이때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운동을 하는 학생 A와 나를 잘 따르는 학생 B가 서로 내 시선과 관심을 받기 위해 말을 걸고 대화를 시도했다. 아무리 내가 잘 들어주는 굿 리스너여도 동시에 두 학생과의 대화는 불가능했다. 그리고 조금 더 나를 따라오려는 A를 B가 막아선 순간,
두 학생의 눈에는 불꽃이 튀었다. 그것은 분명 싸움의 신호이자, 반드시 상대방을 꺾겠다는 도전장이었다.
"안돼!!! 그만!!!"
학생이 다치는 건 절대 안 되는 일이기에,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다급하게 A의 앞을 막아섰다. 그것이 자칫하면 내가 다칠 수 있는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급히 앞을 막아선 나를 눈에 담은 순간, A의 눈은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치솟는 분노부터 당황스러움, 그리고 실시간으로 진정하는 모습과 자신의 안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부끄러움까지.
그러더니 이내 A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나는 A가 자신의 감정을 진정하고 올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기에 말없이 기다렸다. 조금의 시간이 지난 뒤 A는 자신의 감정을 추슬렀는지 대걸레질을 하며 복도 청소를 시작했다.
그일 이후 잠시 동안 조심하던 A가 말을 건 것은 며칠이 지난 후 복도에서였다. 그 일에 대한 어색함과 선생님이 자신을 미워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담은 채였다.
"선생님..!"
"안녕! 이제 괜찮아?"
내 변함없는 목소리와 모든 것을 담은 질문에, 세상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던 A. 싸움을 시작하려던 그 불꽃 튀기던 눈동자가, 나를 알아보고 진정하려 애쓰던 그 모습이 어떻게 기특하고 대견하지 않을 수 있을까?
A는 알지 못했겠지만 나는 그 눈동자를 본 순간부터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싸움을 시작하려 했다는 이유로 '문제아'라는 낙인을 찍기에는, 너무도 멋지고 사랑스러운 학생이라는 사실을.
그날 이후 A는 여전히 내게 잘 다가오고, 나는 조금 더 남학생들의 시그널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조금씩이나마 학생들의 눈을 읽고 교감한다면, 조금 더 학생들의 진심을 바라봐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초보 교사는 오늘도 학생들의 눈을 보기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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