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진짜 하나도 안 아픈데 그래도 본인이 걸린 거면 학교 가면 안 되는 거죠..? 진짜 학교 가고 싶은데.."
".. 선생님 마음은 알지만 안 돼요. 일주일 푹 쉬고 학교에서 봐요."
"네에.."
첫 해 근무를 시작하면서 나는 주체할 수 없는 행복감을 만끽했다. 학교까지 출퇴근 길만 한 시간 반이 족히 넘어서 새벽 5시 20분에 기상해야 했지만, 그럼에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내가 가장 따르게 된 부서의 부장님을 포함하여 매일 밤 꿈에 각 부서의 부장님들이 돌아가면서 나왔고(신기함에 직접 말씀드렸을 때에는 모두가 악몽 아니냐며 웃으셨다.), 그 외에도 부서 선생님들, 학생들과 심지어 교감선생님, 그리고 학교까지도 배경으로 매일같이 나올 지경이었다.
일요일 저녁이 되면 학교를 간다는 생각에 설레어 밤잠을 이룰 수 없었고, 학생들을 본다는 마음에 입꼬리가 귀에 걸린 채 침대에 누워 천장에 아이들 이름을 써댔다.
중학생 시절 아이돌을 좋아했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렇게까지 학교에 상사병일 수가 있는 걸까? 나 스스로도 너무 웃길 만큼 학교가 좋아서 정말 주체를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좋아했던 학교를 가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지만.
"아.. 아? 아.. 아.."
새 학기가 시작한 뒤 정확히 일주일이 흘렀을 무렵, 코로나로 인해 연달아 터지는 보강과 수업의 연속으로 피곤함을 느끼던 토요일 아침이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목이 매우 가라앉아있음이 느껴졌는데 그것은 마치 대학교 4학년 시절 교생실습을 앞두고 성대결절을 겪었을 때와 비슷한 증상이었다.
목소리를 내는 데에는 아무런 무리가 없지만, 그럼에도 목은 아예 가라앉아있는 상태. 누가 봐도 나는 괜찮지만 타인의 눈에는 안 괜찮은 상태였다.
"설마..?"
문득 끔찍한 생각이 스쳤다. 이것이 코로나라는. 아니 3차까지 맞았는데 개학한 지 일주일 만에 코로나라고?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 건가? 나는 그런 생각을 되씹으며 서둘러 코로나 자가검사 키트를 꺼냈다.
결과는 두둥! 두 줄이었다. 보통 같았다면 쾌재를 불렀을지 모를 두 줄에 나는 비명을 질렀다. 두 줄이라는 것은 코로나 확진이라는 의미며, 그것은 곧 학교를 못 간다는 의미였으니까.
당장 이번에 돌아올 주에만도 새로운 아이들을 봐야 하고, 동아리 아이들과도 인사해야 하는데. 이게 대체 무슨 날벼락이냐고! 머리를 연신 쥐어뜯던 나는 결국 교감 선생님과 교무부장 선생님, 담당 선생님, 그리고 부장 선생님께 연락을 드리며 일주일 뒤를 기약해야 했다.
"안 아파도 갈 수 없는 거겠죠? 본인이 걸린 거면..? 저 진짜 학교 가고 싶은데.."
간절하고도 웃긴 내 질문에 선생님들은 뭐라고 생각하셨을까? 참 열의 넘치는 초보 선생님의 응석이라며 웃으셨을 터였다.
새 학기가 시작하면 많은 선생님들이 아프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만큼 새 학기는 신경 쓸 것이 많고 힘들다는 의미였다.
그렇지만 그 힘듦도 초보 교사인 내게는 해당하지 않았다. 아마도 딱 올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해당하지 않겠지.
그렇기에 즐기기로 했다. 이 행복이 익숙해지기 전에, 그래서 언제 찾아왔냐는 듯 사라져 버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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