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다녀온 여행에 대해 쓰고 읽는 즐거움
! 6월 중순에 다녀온 여행입니다.
! 앞으로 친구의 말은 분홍색으로 표시할게요.
!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화 중 일부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각색했습니다.
6월에 다녀온 여행을 기록하는데 8월이 다가오고 있다.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슨생님 링크왜안보내주셔요 ㅍ??"
여행기를 쓴다고 했으면 빨리 써서 줄 것이지 왜 소식이 없냐는 독촉이다. 나는 그저 브런치에 여행기를 취미로 올리는 사람인데, 마치 마감에 쫓기는 작가가 된 것 같다. 오늘만 저러는 게 아니다. 편집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같이 일해보진 않았지만 알 수 있다. 나와 계약을 100개쯤 한 편집자는 저런 모습일 것이라는 걸.
그녀의 마감 독촉에 충청도의 능청을 섞어 대답한다. 어떤 문장이든 충청도의 영혼이 한 방울 들어가면 상황을 회피하는데 도움이 된다.
"슨생님 제가 인스타로 보냈는디 못 봤어유? 인서타 메시지가 안갔나~"
(여행기 1편, 2편 링크 전송)
"아직 양양도 못 갔슈"
친구는 아직 근무 중이었는지 한참 뒤에 답이 왔다.
"ㅋㅋㅋㅋ 이제막다읽었거 링크 언제보내주나하고기다리고있었지"
"아니 인스타 디엠으로도 링크 보냈는데"
나름 젊은이의 취향에 맞춘다고 인스타 DM을 보냈는데 아무래도 이 친구는 카톡이 편한 모양이다. 그나저나 내 카톡 맞춤법도 문제지만 친구의 카톡 메시지에는 띄어쓰기가 하나도 없다. 이십 대들의 카톡이란 이런 것인가? 잠시 꼰대 같은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그녀가 띄어쓰기를 맞출 때도 있다.
"해방촌만 1탄 2탄이면 강릉은 언제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곡을 찌를 때.
이에 나의 반응은 누추하다.
"강릉은.. 존나... 몰라.. 다음 달에나 갈 수 있을지"
막연함에 '...'과 비속어를 남발한다. 전체 여행에서 비중을 보자면 해방촌은 거의 스쳐 지나간 수준인데 이걸로 두 편이나 썼으니 앞으로 양양, 강릉을 어떻게 써야 할지 아득하다. 와중에 카톡이 밀려온다.
까톡 까톡 까톡 까톡 까톡 까톡 까톡
"빨리 양양"
"편 내놔라"
"그거알지언니"
"작가님 건강보다 연재먼저 챙겨주세요"
"항상"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행기를 쓸 때마다 조심스러웠다. 누군가에겐 큰 의미였던 장면도 나에게는 별게 아니었을 수 있고, 나에게 느리게 흘러갔던 인상적인 시간도 같이 간 이에겐 찰나의 순간이었을 수 있다. 여기에 해석을 붙이고 사진을 편집하듯 순간을 재단해서 글로 남긴다는게 누군가에겐 불쾌한 일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여행기를 쓸 때에는 같이 간 사람에게 이걸 글로 써도 되겠느냐고 물어보고 시작한다. 이 친구에게도 1편을 쓰기 전에 당연히 물어봤다.
글이 다 완성되어 나오면 링크를 공유하면서 다시 한번 물어본다.
"읽는 건 재미있으십니까 사진이나 글 중에 혹시 불편한 거 있으면 언제든 내리거나 수정할 준비가 되어있으니까 말하고"
"아니 완젼 재밌음..."
"진짴ㅋㅋ 남일기장훔쳐보는기분 짜릿해"
걱정과는 달리 그녀는 아주 신나 보인다.
여행을 같이 할 때에는 글에 쓰는 것처럼 자세하게 마음을 표현하지는 않으니까 사진 사이사이 내가 뭘 느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읽는 게 마음을 훔쳐보는 것처럼 짜릿한가 보다.
내 여행기가 "완젼" 재밌고 양양 편 연재를 건강보다 먼저 챙기라는 독자가 있으니 어쩐지 힘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