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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스 Oct 20. 2018

첫 방학을 멋지게 해치웠다.

2주만의 가을방학. 작은 업적들.


2주간의 가을방학이 끝났다. 아이의 방학은 확실히 부모 입장이 되어보니 업무량이 늘어나는 시기이다. 마치 작은 프로젝트같다. 아이가 좀 더 크고 나면 스스로 어떤 방학을 보내고 싶다라는 생각이 있을텐데, 오늘 유치원 안 가? 물어보는 정도로 방학을 인식하고 있으니...결국은 이 프로젝트는 온전히 나와 남편의 몫이다. 아이는 그 프로젝트를 잘 즐겨주는 것만으로도 임무 완성!


프로젝트 중 하나. 태권도 갔다 오기.

2주간의 노력끝에 닉은 갑자기,


1. 편식을 조금 고쳤다.

물고기는 심지어 먼저 사달라고 했다. 머리와 꼬리를 모두 뗀 살코기를 주로 파는데 그런건 물고기로 치지 않고 저렇게 모두 온전한 상태를 원했다. 스위스 와서 처음으로 만든 생선구이
샐러드도 조금 맛보았다. 당근을 쏙쏙 골라먹긴 하지만..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익은 당근과 파프리카(그 전엔 익히지 않은 것만 먹었다. 그조차 파프리카는 서서히 먹기 시작한 참), 마치 채식주의자인 것처럼 먹지 않던 고기를 조금씩 먹게 되었다.

맨밥과 아무 소스 없는 맨 스파게티 면이 주식이었던 아이라 이젠 볶음밥과 일반적인 소스가 있는 스파게티를 먹일 수 있게 된것!

물론...아주 기뻐하며 먹지는 않는다. 그냥 먹을 수 있게 되었을 뿐.


2.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놀고 싶어한다.

사교성 좀 키우자는 노력의 일환으로 갔던 실내놀이터. 혼자 둘 데리고 갔더니 다음날 난 몸살이 나버렸다...


거의 매일 놀이터에 가서 다른 아이들과 어울렸다. 덕분에 유치원에서도 더 많은 친구들과 어울리게 된 것 같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사람만 매우 좋아하고 그 나머지 사람들에겐 관심없는 성격이 사교계의 꽃(?)으로 변하는 성격이 되진 않았다. (사교계의 꽃은 둘째 노아가 유력하다.) 우리 부부 역시 대단히 뛰어난 사회성을 소유한 사람들이 아니다.


남편은 소수의 친한 친구들이 있고 그조차 자주 만나질 않는다. 하긴 시간도 없다. 일과 가족에 시간을 투자하고 어쩌다 짬을 내는 것이니- 내 경우엔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고 보통 잘 지내긴 하지만, 사람에 대한 호불호도 강하고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같은 건 어쩐지 부담스럽다. 정신이 하나도 없고 거기에 보통 아이들을 데리고 만나다 보니 애들하고 실랑이 하느라 친구들하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생각도 안 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낯선 아이들과 잘 놀지 않고 낯가림이 다소 있는 닉의 성격을 다소 그러려니하고 받아들여왔다. 다만 유치원에 가서부터는 다른 아이들과 서로 의견이 엇갈릴때, 어떤 아이가 닉과 놀고 싶어하지 않을때와 같은 상황에서 닉이 화를 내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부분에 조금 개입을 해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이터에서 부딪히는 많은 아이들, 비슷한 또래의 남자아이들 혹은 갓 아기티를 벗은 여자 아이들, 닉처럼 외국어가 모국어라서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들 등... 다양한 아이들과 놀다보니 이 부분이 조금 나아진 것 같다.


3. (이건 성과가 아니라 지금 한참 닉에게 중요한 테마라서) 선과 악에 대한 구분을 지으려고 한다.

심지어 돌도 착하거나 나쁠 수 있다.

놀이터에서 같이 노는 아이들에 대해서도 자주 묻는 것이 "엄마, 저 아이는 착한 아이야, 아니면 나쁜 아이야?" 였다. 그나마 한국어로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 다행이다. 그 아이 입장에선 뭐지? 싶을 것 같다.


심지어 자동차도! 자동차의 전조등이 어쩐지 눈처럼 보이는 건 사실이다. 심지어 타요처럼 자동차가 나오는 만화에선 확실히 그 부분이 눈이다. 전조등이 좁고 날카로운 모양이면 나쁜 자동차로 오해받게 된다. 그 외에도 자동차의 업무 성격도 영향을 준다. 청소차나 우체국 차량같이 도움이 되는 차들은 전조등 모양과 상관없이 착한 자동차인데, 사람이 좋은 목적으로 쓰기 때문에 좋은 자동차라는 걸 설명하긴 아직 어렵다. 그리고 경찰차는 가장 멋쟁이 용감한 친구다. 이렇게 생각하는 어린이들은 아마 굉장히 많을테다.




2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방학 전의 나는 얼마나 걱정을 했던가. 이제 겨우 오전에 아이가 어딘가 가서 집에서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에너지를 소비하고 오는데에 익숙해진 참이었는데, 덜컥 방학이라니!! 그렇지만 닉 입장에선 어제와 같은 오늘을 보낼 뿐이고 어떤 날은 유치원에서 어떤 날은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뿐...


몇 년 후에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엔, 훌쩍 엄마보다는 친구가 더 좋거나 편하고, 사랑하는 엄마지만 어쩔 수 없는 잔소리쟁이 아줌마인 내가 거기 있을 것이다. 지금은 엄마인 내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아이를 돌보아 주는 것 같지만 언젠가는 반대가 될 것이다. 나이 들고 인생에 빅재미가 없는 엄마를 위해 시간내어 식사라도 한 끼 같이 해주고 그런 것 말이다.


2주만에 조금 달라진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다른 소년, 청년, 아저씨...가 될 것이다. 그 사람을 반갑고 기분좋게 마주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지금 더 엄마가 애를 써야 하는 것이겠지.


알림장이 날아올때마다 왜 긴장이 되는건지. 잊어버릴까봐 달력에 적느라 바쁘다. 둘째 노아때는 좀 더 수월하게 하게 되겠지.

방학은 끝났고 다음은 또 뭘까. 유치원생 엄마는 또 처음이라 매번 배우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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