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어디 보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스 Nov 13. 2018

죽음이 한 인간을 너무 괴롭힐 때,

JTBC 제3의 매력


드라마, 영화, 소설뿐 아니라 예전부터 내려온 신화, 민담 그리고 종교에서도- 온갖 이야기들은 결국 죽음을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심을 그 안에 담고 있다. 해피엔딩도 결국은 큰 이야기에서 가장 행복한 시점에서 자른 것일 뿐 그 끝은 누군가가 먼저 죽었을 것이고 남겨진 이는 슬퍼하다가 그 역시 죽었을 것이다.


출처: pixabay, bngdesigns


심지어 그런 비관적인 생각마저도 최고의 엔딩 중 하나일 것이다. 이별은 생각보다 일찍, 갑작스럽게 혹은 지저분하게 올 수도 있다. 이야기가 아름다웠던 만큼 끝은 사무치고 괴로울 것이다.


제3의 매력 방송 초창기에 관련된 글을 쓰고, 이후에 글을 쓰지 못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여주인공 영재에게 가졌던 초반부의 몰입이 중간에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호철의 호의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이유로 준영에게 갖게 된 미안한 마음이 자존심 하나로 똘똘 뭉친 그녀에겐 이별의 이유가 되어 버렸고, 사람 사이에 그런 일이 생긴다는 걸 알고 있지만 드라마 제작진이 사전에 경고(?)한 대로 두 사람은 다시 만날 일 아닌가.


저렇게 헤어져놓고 어떻게 다시 만나지? 말도 안 되게 세 번째 만남이 될까 봐 묘한 짜증이 밀려왔다. 그런 식으로 막판에 나, 이거 안 볼래. 싶었던 드라마, 영화, 책 등이 참 많은 사람이라 미리 걱정이 되었던 게 사실.


극중 영재가 절규하는 모습. 너무 사무쳤다. (출처:News1)


사실 4년의 시간을 각자의 연인과 보내온 두 사람은 어찌 보면 완전한 타인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어떤 연애는 사람의 머릿속에 절대 잊히지 않겠다는 듯 각인을 새기는가 보다. 상대방의 취향, 그 사람에게 해도 좋을 말, 그렇지 않을 말 그런 모든 것들이 그동안 그 사람이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더라도 참 당연하게 마치 그를 잘 안다는 듯이 행동할 수 있는 걸 보면..


그래서 영재와 준영도 차가워 보이지만 서로를 배려할 수 있는 꽤 씁쓸하면서도 멋진 재회를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극 중간중간 스쳐 지나가는 영재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의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지 생각만 하더니 도대체 어떻게 지냈는지 보자-


라는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테다. 그렇게 미안한 와중에 그 미안한 마음이 부담스럽고 힘들었고, 자기 일도 조금도 놓치고 싶지 않고 똑 부러지던 사람이 결국엔 그 이별의 도화선이 되었던 남자와 뻔하게 사귀었던 건가? 여기까지 봤는데 이제 그만 보는 건가? 등등 다양한 뾰족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온통 가득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의 지나온 연애도, 제삼자의 눈으로 봤을 땐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물론 사람마다 사정이 있으니까 속 시원하게 사연을 들려주고 들어 볼 수 있음 좋을련만, 사람들은 대부분 자존심이 세고 불필요한 동정은 원하지 않고 극 중 영재나 수재, 그리고 주란처럼 자신의 아픈 부분을 스스로 꽁꽁 동여 메고 혼자 울거나 술을 마시고, 밤잠을 설친다.


출처: Pixabay, Alexas_Fotos


이전 글에서도 쓴 적 있지만 영재의 소통이 어려운 성격은 그녀가 자라온 환경과 관계가 깊은 것 같은데, 영재와 수재를 길러 준 할머니의 죽음, 그 이전에 일어난 두 사람의 부모님의 죽음, 거의 죽음에 이르게 했고 실질적으로 수재의 삶을 좀먹어버린 (작가로서의 성공도 불구하고) 사고, 절친 주란이 암에 걸리게 된 일 그리고 포르투갈에서 있었던 딸의 사고...


굉장히 강한 성격의 영재이지만, 그녀의 사람 앞에서 죽음은 너무 자주 얼굴을 들이밀고 자꾸 문지방을 넘어 방으로 그녀의 침대 위로 그리고 그녀 바로 옆자리로 다가온다. 그러면 사람은 삶에 대한 애착이나 기대를 자꾸 접게 된다. 이렇게나 가까이 있는 죽음을 받아들이면서도 건강한 삶을 살려면 죽음이란 것에 대해 이해하고 알아갈 시간이 필요한데, 영재의 삶에는 그런 준비가 없이 죽음이 자꾸만 삶의 생기를 빼앗아 간다.


마지막 방영분에서는 그런 한계에 도달한 영재가 술에 취해 준영에게 전화를 걸며 끝난다. 그 뜻은,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곧 준영은 영재에게 생긴 모든 일을 알게 될 가능성이 크다. 준영처럼 바른생활 사나이가 그런 이유로 결혼할 사이인 세은을 져버릴 수 있을까? 하지만 한편으론 그렇게 마음을 다 줘버렸던 상대인 영재의 좌절을 못 본 척할 수 있을까? 오히려 판을 엎는 건 준영처럼 마음이 올곧은 세은 쪽이 아닐까? 아니면 무너졌던 영재가 준영의 행복을 위해 자신이 겪은 일들을 철저히 숨기게 되는 걸까?




아무튼 첫 방송 전부터 마지막 재회는 포르투갈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으니, 아마 한국에서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일들은 판이 뒤집히긴 할 것 같다. 그리고 비록 극 중에서는 큰 비극을 낳은 주인공이나, 심하게 에그타르트가 먹고 싶어 졌기 때문에- 조만간 없는 솜씨로 한 번 만들어 봐야겠단 다짐을 하며 다음화를 기다리는 중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든 간에 너무 큰 비극은 아니길. 힘든 일이 있다고 속 시원하게 말도 하지 못하는 사는 영재 같은 사람이 적어도 30대 이후는 편안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 한 번 사는 인생이 갈 때는 가더라도 사는 도중 너무 아프지는 말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