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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os Feb 29. 2024

선생님이 학생을 맞이하는 방법

교권이 땅에 떨어졌어도 교사는...

선생님이 학생을 맞이하는 방법

2월 29일, 학교는 분주합니다.


겨울방학 동안 학교는 고교학점제를 위한 공간재구성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진로에 맞게 수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학교 리모델링을 한 것입니다.

아이들이 꿈과 끼를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의 이름도 가지가지입니다.

'상상 lab실', '홈베이스', 수업나눔카페', '휴게공간', '전시공간', '자율공간' 등등등.

모든 교실의 냉난방기를 새것으로, 시커먼 커튼을 멋진 블라인드로, 칙칙한 목재 사물함을 학생 키높이에 맞는 철재 사물함으로, 상상력을 죽이는 네모 반듯한 복도를 창의성이 샘 쏟는 곡선의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모습을 상상하니 기분이 너무 설렙니다.


너무 큰 공사여서 과연 3월 4일 정상적인 수업이 가능할까 방학 내내 걱정했습니다.

공사 소장님에게 하루에도 몇 차례 3월 4일 입학식과 수업은 해야 하니 무조건 공사를 마쳐달라고 애원도 하고 협박(?)도 했습니다. 다행히 휴일과 명절도 반납하고 공사를 해준 덕분에 무사히 개학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겉모습은 그럴싸하게 바뀌었지만 수업을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공사로 인한 먼지였습니다. 외부업체에게 청소를 맡겼지만 세밀한 부분까지는 눈에 보이지도 손에 닿지도 않았나 봅니다.

그래서 선생님들께 개학 전 교실 정리정돈을 위해 오늘 나와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단 한 분도 빠짐없이 학교에 나와주셨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목장갑을 끼고 한 손에는 물티슈를 들고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죄송하고 감사했습니다.


선생님은 행여나 아이들에게 해로울까 봐 틈 사이에 낀 먼지를 깨끗이 닦아냅니다.

점심으로 자장면 한 그릇뿐임에도 오늘 하루 기꺼이 아이들을 위해 팔 걷어 학교 이곳저곳을 청소했습니다.


이런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교장인 나는 입학식 때 학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을 메모해 두었습니다.


학부모님 자녀가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라시죠?
그렇다면 학교와 우리 선생님을
믿어주십시오.
이 믿음이 크면 클수록
여러분의 자녀가 받는 사랑은 커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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