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블름 <공감의 배신>, 김영훈 <노력의 배신>
무더운 7월 배신을 두 번 당하며(?) 시간을 보냈다.
배신이란 단어가 들어간 두 권의 책, 「공감의 배신(폴 블룸 저)」과 「노력의 배신(김영훈 저)」을 읽으며 무더운 7월을 보냈다.
사람들은 인류를 지탱해 주는 힘은 인간의 공감 능력이라고 말한다. 윤리학을 전공하여 학생들에게 윤리교육을 했던가 나는, 공감이야 말로 도덕 교육의 핵심이며 인간이 지향해야 할 최고의 덕목이라고 말했다. 공자가 논어에서 말한 '기소불욕 물시어인(其所不欲 勿施於人,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않는다)'도 결국 공감을 바탕으로 타인의 인격을 존중하라는 의미이다.
"우리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감정을 이입하는(공감) 행동은 나머지 사람들을(공감하지 않은 사람들)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잔학 행위를 일삼도록 자극하는 강한 힘으로 작용한다." (출처 : 「공감의 배신」)
하지만 폴 블룸은 이런 주장에 반기를 든다. 우리가 절대 선이라고 믿는 공감은 결코 선이 아니라 오히려 악을 불러온다고 말이다. 말 그대로 공감의 배신이다. 공감은 특정 인물, 특정 사상, 특정 국가, 특정 종교와 이념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편향된 가치라고 말한다. 한쪽으로 편향된 공감은 지역이기주의와 인종차별주의로 우리를 몰고 간다고 말하면서 가장 잔혹한 공감의 배신은 히틀러 정권의 유태인 학살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작가는 공감 그 자체를 절대적 선이라고 맹신하지 말고 "공감에 이성을 더해야 완벽한 조화가 이뤄진다."라고 말한다.
"세상에는 열심히 하는 사람과 잘하는 사람이 있다.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결국 잘할 수 있다는 노력 신드롬은 잘못된 환상이다.", "대한민국은 노력 신봉 공화국이다." (출처 : 「노력의 배신」)
김영훈은 「노력의 배신」에서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먼저 잡는다.', '지성이면 감천이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노력 신봉 공화국을 대표하는 표현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열심히 하는 자와 노력하는 자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열심히 하지만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열심히 노력만 하면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은 환상이며 이것이 바로 '노력의 배신'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캐나다 스티븐 하이네 교수의 2011년도 동양인과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를 사례로 든다. 서양인은 '상당히 잘했다'라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후속 과제를 더 열심히 한 반면, 동양인은 '상당히 못했다'라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후속 과제를 더 열심히 했다는 것이다. 이런 차이의 이유는 서양인은 타고난 재능을 믿고 인정하여 노력의 능력을 그리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못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에 시간을 더 투자하는 성향이 있는 반면, 동양인은 못 하는 일도 더 열심히 노력하면 잘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결국 작가는 노력 신봉 공화국인 우리나라는 '모든 책임은 개인에게 있고 모든 어려움과 문제는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라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하면서,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으며 발생한 문제가 모두 개인의 노력 부족 탓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배신은 호모 폴리티쿠스의 가장 큰 고통이다.
배신(背信)은 믿음이나 의리를 저버린 행위를 말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내 마음을 온전히 준 사람에게 배신을 당해본 적이 없다. 아마도 성급한 관계 맺기가 아닌 신중한 관계 맺기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알맞은 온도와 습도 그리고 정성을 다해 말려야 꿀맛 나는 곶감이 되는 것처럼 마땅한 말과 행동 그리고 진심 어린 눈빛이 상호 교환되어야 인간관계에서 배신은 설 자리를 잃는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해 몸을 부르르 떨며 분노로 주먹을 불끈 쥐는 지인, 생사고락을 함께 하자고 약속했던 남자가 바람을 피워 배신으로 몸과 마음이 무너지는 여자, 직장에서 아끼는 후배한테 배신을 당해 큰 고초를 치른 동료. 얼마 전까지 내 주변에서 있었던 일이다. 배신은 어쩌면 사회적 존재인 호모 폴리티쿠스(Homo politicus)가 겪는 가장 큰 고통이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배신의 아이콘은 유다(Judas Iscariotes) 일 것이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인 유다는 예수를 은화 30냥에 팔아버린 세기의 배신자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 스포츠에서 '유다 신드롬(Judas Syndrome)'이란 말을 쓰기도 하는데, 이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친정팀을 배신하고 다른 팀으로 가는 행위를 한 배신자를 일컫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우리에게 잘 알려진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Luís Figo)가 소속팀 바르셀로나를 떠나 앙숙이었던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배신 행위를 유다 신드롬이라고 한다(출처 : 나무위키).
「노력의 배신」 에는 결혼에 대하여 이런 재미있는 내용도 소개한다.
'싸움터에 나갈 때는 한 번, 바다에 나갈 때는 두 번, 결혼할 때는 세 번 기도하라'(러시아 속담)
'남자들은 자유를, 여자들은 행복을 잃을 각오로 하는 제비 뽑기'(프랑스 속담)
'하나님은 사랑을 만드니, 악마가 결혼을 만들었다.'(영국 철학자 베이컨)
'머리가 좋은 남편이란 존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정말로 좋은 남자라면 결혼을 안 할 테니까'(프랑스 소설가 앙리드 몽테를랑)
결혼한 지 26년이 흐른 지금 나는 왜 이 모든 글귀가 내.가슴을 파고들까? 그 이유를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