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는 호칭에 대하여

by MZ 교장

교육청에서 다시 학교로 돌아온 2022년부터, 나는 거의 매일 인터넷 공간에 글을 한 편씩 올렸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인 글이 어느덧 300편을 훌쩍 넘겼다. 이중 마음에 드는 글 예순 편을 골라 다듬은 뒤, 출간기획서를 정성스레 만들어 여러 출판사에 문을 두드렸다.


감사하게도 몇 군데에서 연락이 왔다. 몇 분의 대표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중 나보다 내 글을 귀하게 여겨주시는 대표님 모습에 반해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세상이 참 순탄하게만 보였다. 이미 몇 년에 걸쳐 써놓은 글들이니, 맞춤법이나 조금 손보면 금세 멋진 책 한 권이 뚝딱 만들어질 거라 믿었다. ‘작가’라는 근사한 이름표를 다는 일이 이렇게 수월해도 괜찮은 건가 싶어, 혼자 몰래 웃음 짓기도 했다.


하지만 이 안일하고 달콤한 착각은 엊그제 도착한 편집자님의 메일 한 통으로 산산이 부서졌다. 편집자님의 피드백은 상냥했지만 단호했고, 꼼꼼하며 날카로웠다. 행간마다 담긴 조언들이 마치 회초리처럼 내 무딘 정신을 때리는 것 같았다.

내가 좋아서 쓴 글과 남이 읽기에 좋은 글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 인터넷에 일기처럼 편하게 올리는 글과 돈을 주고 사는 책은 그 무게감부터 달라야 한다는 것. 지금까지의 글쓰기가 나를 위로하기 위한 독백이었다면, 책이 되는 순간부터는 얼굴 모르는 독자의 마음까지 헤아려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땀 흘리지 않고 너무 쉽게 열매만 따려했던 내 욕심이 누군가에게 들킨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출판사 대표님에게 출간을 한 달만 미루자고 건의드렸다. 그리고 다시 서재의 책상에 앉았다. 익숙한 고독이 밀려왔지만, 방 안의 공기는 이전과 달랐다. 예전엔 나 혼자 떠드는 방이었다면, 지금은 내 옆에 보이지 않는 독자 한 분을 모셔놓은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 나는 이 가상의 독자와 말을 건네며 문장을 고치고 또 고칠 것이다. 이 단어가 읽는 이에게 너무 불친절하지는 않은지, 이 문장이 혹시 내 잘난 척처럼 들리지는 않는지 살피고 또 살필 것이다.


쉽게 얻은 것은 그만큼 쉽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고 했던가. 작가라는 호칭이 자판기에서 뽑는 캔 커피처럼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힘겨운 시간, 나 스스로의 부족함과 마주하는 고독한 싸움 끝에 얻게 될 그 이름이 그래서 더 값지고 단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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