떫은 감이 나인 것 같다

by MZ 교장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아이들의 시끌벅적 소리가 빗소리에 묻힌 오후다. 교장실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 점심을 먹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출출하다. 아마도 배가 고픈 것이 아니라, 사람의 그리운 모양이다.


교장실의 문턱은 높은 가 보다. 문을 열고 들어와 간식 하나 건네는 이가 없다.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쉽지 않다.


나의 시선이 창틀에 덩그러니 놓인 감 한 알에 머문다. 만졌더니 여전히 단단하다. 누가 건네준 떫은 감은 아직 홍시가 될 생각이 없나 보다.


이 감이 홍시가 되는 시간과 내가 학교장이 아닌 한 사람의 동료로 인정받는 시간이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떫은 감이 나인 것 같다. 하염없이 창밖 빗줄기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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