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신’
나에게 박효신이란
수줍은 미소 잘생긴 얼굴 저 깊은 단전에서 올라오는 적어도 3일은 우려냈을 것만 같은 찐한 울림의 목소리 파워풀한 가창력 섬세한 감성 음악프로그램에서 살짝 끼도 부릴 줄 아는 미소년 같은 사람. 노래 잘하기로 데뷔하자마자 주목을 받았.. 아, 아니.. 이미 학창 시절부터 그를 따라올자가 없던 신이 내린 목소리의 주인공이다. 그런 그의 목소리를 좋아했었는데 어느덧 올해로 데뷔 26주년이 되어서야 그의 첫 콘서트를 보았다.
2019년 이후 7년 만에 열린 콘서트가 2주에 걸쳐 세 번의 공연으로 마무리되었다.
운이 좋았다. 어느 누군가의 취소티켓이 나를 그의 세 번의 여정 중 피날레를 장식할 마지막 공연장으로 데려다주었다. 티켓 파워지수 상위 1%에 해당하는 공연들은 해당 티켓팅이 오픈됨과 동시에 0.000001초를 다투는 그야말로 피 터지는 마우스 클릭(광클)과 빠른 판단력 그리고 예매사이트 대기순번이 느리다고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지 않는 참을성은 필수이다. 이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갔을 한참 뒤의 어느 날, 나중에서야 문득 ‘아, 그래 박효신 콘서트!’
3월 7일 멜론티켓 사이트를 열다.
박효신 공연이 메인에 떠 있다. 예매창을 열었다. 팬클럽 선예매 1층 플로우 좌석과 일반예매석 중 좋은 자리는 이미 매진. 3층과 4층(소위 하늘석)은 빈 좌석들이 드문드문 있었지만 나는야 취소 티켓팅(취켓)을 노리는 하이에나! 그나마 시야가 뚫린 곳에 앉고 싶다면 예매창에서 눈을 떼지 않아야 하고 마우스를 움직이는 손은 그 어느 때보다 정확하고 재빨라야 한다. 1초의 망설임은 곧 다른 이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다. 티켓을 결제할 카드 앱이 준비되어있지 않다면 더더욱이. 그 며칠의 고생은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두드리는 것. 처음엔 가고 싶던 마지막 공연의 내 자리는 없었다. 그래서 첫날과 둘째 날의 좌석 중 그나마 가까운 자리에 예매를 우선 해두었다. 그리고 다시 토, 일, 일 토, 일, 일… 새로고침 새로고침 새로고침… 의 무한 반복 무념무상의 시간이 점점 흐르다가 두둥! 막공 좌석 중 무대를 바라보고 왼쪽 2층에 파란 점(예매가능)이 하나가 딱 보였다. 백예린의 티켓팅을 하며 쌓은 노하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열심히 두드렸고 그리하여 열렸다.
4월 11일 인천문학 주 경기장에 가다
총 관람석 49,084석
이 중 반쪽만 채운다 해도 24,542석! 축구와 육상경기를 하는 바로 그곳. 그야말로 어마어마 한 규모이다. 이런 군중의 군집을 경험하는 건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거의 처음인 것 같다. 예매창에서 1층에서 4층까지의 좌석표를 보며 그 규모를 예상은 했었지만 어떤 분위기일지는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소극장과 장충체육관(총 4,507석), 그리고 올림픽공원 올림픽홀(고정 2,432석/스탠딩 600석)이 내가 경험한 가장 큰 무대였으니 말이다. 변수는 야외공연이라는 점이다. 앞서 두 번의 공연이 전혀 예상치 못한 4월의 추위와 막판 폭우로 인한 고생담이 여기저기 인터넷에 떠돌았다. 그래서 다른 어느 공연보다 후기를 더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러다 보니 팬들도 마지막 콘서트만큼은 날이 좋아서 그가 하고 싶은 거 다 쏟아내 주길 기원하기도 했다.
앞선 글에서 콘서트 준비과정을 올렸듯 바리바리 배낭가방에 짐을 싸고 인천행 열차를 타러 집을 나섰다.
전 날부터 날씨와 밤 기온을 체크했고 비 예보는 없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남매는 엄마가 콘서트장에 가는 걸 여러 해 경험하니 이젠 잘 갔다 오라며 익숙하게 현관에서 웃는 얼굴로 배웅해 준다.(역시 길들이기 나름인가) 마치 행군하는 군인처럼 두툼한 배낭을 메고 드디어 집을 나섰다. 날이 참 좋았다. 햇빛이 버스 타러 가는 나의 정수리를 따뜻하게 내리쬐어주었다. 정말 이보다 (더, 까지는 아니고) 좋을 수 없는 날. 기상예보에 구름사이로 햇빛이 빼꼼 나와있었고 아직 다 지지 않은 벚꽃들도 라이브의 신! 박효 신! 콘서트의 첫 경험을 앞둔 내 발걸음을 반겨주고 지려는 듯 활짝 웃고 있었다.
마가 뜰 새 없는 동선
pm 11:40 오송역 도착
기차를 타기 전, 언제부터인가 역 안에 있는 토리만쥬 한 봉지를 구입하는 게 루틴이 되었다. 아침엔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제대로 못 먹기도 하고(아이들 아침 챙겨주고 + 역까지 4~50분 소요) KTX시간에 맞추려니 아주 간단하고 기름지지 않은 간식이 필요했는데 딱 안성맞춤인 요깃거리이다. 한 번에 한 알씩 깨물어 먹고 커피로 카페인 충전. 출발이 아주 좋다. (기차 안에서 조용히 야금야금 한 알씩 꺼내먹을 수도 있다)
pm 1:05 용산역 도착
여기서 인천 공연장까지 1시간 20여분 소요. 마지막 공연 시작은 6시. 시작 직전에 저녁을 든든하게 먹어야 4시간을 버틸 수 있으니 여기에서도 간단한 음식이 필요하다. 김밥을 먹기엔 시간이 애매하고 햄버거도 좀 거창했다.
롯데리아에 들어가서 사이드 메뉴를 검색하다 치킨 너겟을 골라 치즈시즈닝을 팍팍 뿌려 야무지게 먹고
pm 1:33 부평행 지하철에 탑승 약 40분을 달리고 달려 환승 후
pm 2:38 문학경기장에 도착했다.
밥집을 찾아 찾아~ 싸바싸바
지하철역에서 나오자마자 나처럼 짐가방을 멘 사람들이 나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가는 길이 꽃길이었고 코와 침샘을 자극하는 정갈한 거리 음식들로 더 심장이 콩닥거렸다. 우선 현장에서 티켓을 수령받고 콘서트 현수막이 걸려있는 경기장을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찍는다. 이제 드디어 밥 타임~
배가 너무 고프다. 미리 점찍어둔 맛집이라고 소문난 소머리국밥집을 검색해 네이버 지도앱을 보며 따라간다.
가는 길에 경기장 근처 맥도널드에서 산 햄버거를 우걱우걱 먹는 사람들 틈 사이로 ‘늦은 밤까지 버티려면 햄버거로는 절대 안 되지’ 혼자 콧노래를 부르며 설레는 발걸음으로 유유히 건물 사이를 지나가다가 눈에 들어왔다. “한우소머리곰탕”
‘노포에서 만나는 인생 소머리국밥’ ‘시골 엄마가 아무 그릇에나 반찬 덜어 준 느낌, 국밥충 인생 40년, 찐 인생국밥 찾았습니다.’ (네이버 후기) 그 뜨끈한 국물이 내 목구멍으로 꿀꺽 들어가는 상상을 해본다. 와 얼마나 맛있을까… 그 명성을 증명하듯 대기줄이 있었고(다들 나와 같은 심정) 언뜻 보니 4,5번째로 입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5분 후, 주인아주머니가 밖을 보시더니
“아이고 더 못 받아요. 오늘 새벽부터 밥을 세 번이나 했어!”
네?????(표정으로)
“거기 한 다섯 명까지만 받을게, 아깐 사람 없었는데 그새 또 줄을 섰네” 사람 머리수를 세시는 모습을 보니 나에게까지 오는 손은 아니었다. 내 앞, 또 그 앞에서 칼 같이 자르셨다. … 희미하게 허탈웃음이 나온다. 그리곤 내 배꼽시계가 요동을 친다. 나 포함 다섯 명은 발 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힘들다 하시니 어쩔 도리가 없다. 다시 핸드폰을 꺼내 여기서 제일 가까운 식당을 알아보니 칼국수집, 순댓국집… 그래! 순댓국! 조금 더 걸어가니 간판이 보인다. ‘엄마 순댓국’
우린 연인(박효신 노래 중) 아닌 인연
식당 문을 여니 다행히 한 팀만 대기하고 있었고 테이블을 보니 다 먹고 일어나는 사람들과 이제 빈 그릇이 보이는 테이블도 있었다. 아 여긴 금방 앉을 수 있겠다. 마음의 소리로 배꼽시계를 안심시킨다. 앞 팀이 자리에 앉았고 다른 테이블이 치워지길 기다리는데 금세 아주머니의 시선이 나에게 닿았다.
‘저 혼자예요’ 혹여 잘 못 들으셨을까 한번 더 ‘저 혼자예요’라고 말함과 동시에
‘어 뒤에서 분도?’ 아주머니가 내 뒷사람을 바라본다. 살짝 뒤를 돌아보니... 엇! 아까 내 바로 앞에서 같이 잘린 그 여자분.
‘동석해도 괜찮아요?’ 아주머니의 물음에 우리 둘은 동시에 ‘네~’ 하고 마치 따로 왔지만 여기서 반갑게 만난 일행인 것 마냥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는다.
‘아까 소머리국밥집에서… ㅎㅎ ‘
‘네~ 저도 다른 식당 찾아보다가 여기 왔어요 ^^’ 서로 멋쩍었지만 알 수 있는 동지애를 느끼며 아주 자연스럽게 마주 보고 앉아 테이블에 앉았다.
그녀가 숟가락을 놓아주고 내가 종이컵에 물을 따라주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혹시 서울에서 오셨어요?’
‘네. 어디에서…?
‘아 전 세종에서 기차 타고 왔어요.’를 시작으로 우리의 대화는 물 흐르듯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녀는 나무였고(박효신 팬클럽의 애칭) 콘서트보다 뮤지컬을 즐겨 봐았다고 한다. 순댓국이 나오기 전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그녀도 햄버거 이야기를 한다. 밤까지 버티려면 빵으론 안된다며.. 암요 암요 그렇죠. 역시 통하였다. 박효… 신께서는 이렇게 운명 같은 인연도 만들어주는 그야말로 신!
그녀는 순댓국에 얌전한 손길로 새우젓을 넣고 정구지(부추의 충청도 사투리) 무침을 야무지게 넣고 한 숟가락을 바로 입에 가져간다. 나처럼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긴 머리를 한쪽으로 다 넘긴 후 우아하게 한입 하는 그녀를 슬쩍 보며 나도 국물맛을 본다.
뭐지? 국물이 끝내주는 걸~ 오늘 여정의 하이라이트인 것 만 같은 찐한 국물이 소머리곰탕 못지않게 뽀얗다.
얼른 쌀밥을 크게 떠서 국물에 퐁당…. (이 글을 카페에서 쓰다 집에 가서 사리곰탕을 끓여 먹었다는)
맛있고 든든하게 함께 식사를 하고 나오려는데 대기줄이 길다. 뭔가 승리자가 된 기분을 함께 느끼며 아이스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공연장으로 향한다. 그녀는 벤티로 주문을 했는데 생전 처음 본 컵 길이였다(유원지에서 아이들이 먹는 슬러시컵 보다 더 긴). 커피를 받아 든 그녀는 나오면서 왠지 좀 부끄럽다며 들고 있던 외투로 컵의 아랫부분을 가린다. 그 말투와 모습이 너무 귀엽다.
이제 입장 시간까지 딱 한 시간
공연장 주변 의자나 잔디 화단에 앉아 공연을 기다리며 담소를 나누는 많은 사람들 틈 사이에 우리도 자리를 정해 앉았다. 시원하게 커피를 마시며 준비해 온 방한 용품, 어떤 노래를 부를지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 지난 두 번의 공연, 앞으로 예정된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밥을 먹고 남는 시간에 뭘 할까.. 생각하다 책 한 권을 넣었는데 꺼낼 필요가 없었다는 그녀. 핫팩 방석 외투 보조배터리 당 충전할 초콜릿 등 이것저것 바리바리 다 챙겼는데 망원경을 못 챙겼다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 맞다. 저도 어젯밤 챙겨야지 하고 준비해 놨었는데.. 책이 아니라 망원경을 챙겼어야 했네요.' 하며 아쉬워한다. ㅎㅎ
신혼이라는 그녀는 남편과 같이 보고 싶어도 특히 뮤지컬은 공연은 끝날 때까지 좌석에 가만히 앉아있어야 하는데 그 시간을 견디는 걸 남편이 많이 힘들어한다고. 이번엔 내가 맞장구를 친다. '그래서 저도 혼자 다니는데 너무 편하더라고요. 자유롭게 보고 싶은 공연 보고 신경 쓰지 않고 먹고 싶은 거 먹을 수 있으니까요.'
이제 들어가야 할 시간.
'이제 일어날까요?' '그럴까요!' 혹시 물 있냐고 나에게 물어보곤 편의점에서 1+1으로 두 개를 샀다며 많이 부풀어 있던 그녀의 가방에서 구수한 누룽지 한 병을 꺼내 내게 건네준다. 입장하기 전 간이 화장실에 가려는 그녀의 가방을 맡아주며 기다리는데 마지막 이벤트인지 진행 요원이 기다리는 관객을 위해 작은 스티커를 한 장씩 나눠주길래 '저 두 장 주시면 안 될까요?' '아 네! 어디서 얘기하시면 안 돼요(미소)' 또 생각지 못한 귀여운 스티커를 난 돌아오는 그녀에게 건네준다. 받자마자 '어머' 환하고 밝은 미소로 화답해 준다.
마지막으로 핑크색 부스 앞에서 공연티켓을 들고 손브이와 깜찍한 윙크로 포즈를 취하는 그녀를 그녀의 핸드폰으로 사진에 담아준다. 팬클럽 선예매로 그녀는 1층 플로어석으로 난 2층으로 향한다. 서로 잘 보라며 웃으며 눈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이제 즐길 시간!
본격적 공연후기는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투비컨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