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4.11 토요일
그야말로 압도적 스케일
자리를 찾아가는 길이 이리 멀단 말인가!
구역별로 세분화된 입장 GATE. 워낙 많은 인파다 보니 모든 게이트를 다 사용해 분산이동을 하기 위함인 것 같았다. 드디어 입장. 티켓을 들고 자리를 찾으러 가는 첫 발걸음부터 그와의 만남에 설렘으로 가득하다. 내 자리가 무대와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지 너무 궁금하단 말이다. 종종걸음으로 가다가 아! 드디어 찾았다. 무대가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보이는 시야이다. 생각보다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아싸!
아직 내 양 옆자리에 아무도 착석하지 않았고 입장하면서 받은 야광 팔찌를 손에 쥐고 경기장의 웅장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둘러 좌석을 채우려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원래 공연시작은 저녁 6시 20분.
오늘이 마지막 공연이어서 그런지 박효신(대표) 대장님 소속사에서 1호 가수로 영입한 샘킴이 짧게 오프닝 무대를 꾸민다는 아주 아주 반갑고 고마운 소식에 더 일찍 자리를 잡았다.(샘킴 팬이기도 해서 박효신의 새 앨범에 샘이 참여한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뻤다) 얼마 후, 나의 오른쪽 자리에 어떤 여자분이 앉았고 혼자 앉아있을 땐 몰랐던 양 옆자리의 여백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안 그래도 모두들 외투와 두툼한 가방까지 짐이 많은데 완전 다닥다닥 붙게 됐다. 들어올 때 받은 야광팔찌를 꺼내어 손목에 걸어보다 밴드가 쏙 빠져 팔찌가 바닥에 떨어졌다. 다시 주워 채우려는데 미끌미끌 잘 안 들어가서 끼우려 용쓰는 나를 보고 있자니 답답했던지 옆에 분이 이렇게 하면 될 것 같다며 꼬물꼬물 만지작거리며 다시 잘 채워준다. 앞으로 이분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나의 공연 메이트가 될 두 번째 짝꿍이 된다. (첫 번째 짝꿍은 이전 글에서 확인하실 수..) 이제 공연시간이 임박해서 왼쪽 자리에 여자분도 착석. 밤이 되면 많이 춥다고 하는데 이 정도면 의도치않게 서로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겠다.
반가운 샘킴의 오프닝
2023년 12월에 갔었던 단독공연 때 보다 많이 날씬해진 쉐잎으로 기타를 메고 등장!! 우와아~~~~~~
아직 입장하고 있는 사람들로 살짝 어수선하지만 수줍게 인사말을 하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시작한다.
오랜만의 그의 노래를 들으니 예전 공연 생각도 나고 대표님의 채찍질에 열심히 다이어트도 했구나, 음악 작업도 계속하고 있었구나, 이런저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왠지 올해에 공연도 해줄 것만 같은 기대감과 함께. 연달아 세곡을 부르고 마무리하며 이런 큰 야외무대에 서는 건 처음이라는 짧은 멘트와 함께 귀여운 발걸음으로 퇴장한다.
드디어 그의 등장
올해로 데뷔 26년 차 가수가 된 박효신을 실제로 처음 보는 순간.
그의 목소리를 내 귀로 듣는다니 으~~~~ 너무 떨린다~~, 댄서분들이 가면 무도회장에서 입을 것만 같은 의상과 퍼포먼스로 이번 콘서트의 분위기를 띄운다. 잠시 후 멋들어진 블랙 쟈켓을 입은 그가 살포시 걸으며 등장한다.(꺄~~~~ 아~~~~~~) 멀리 보이는 그를 대형 스크린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니 뽀얀 얼굴에 살짝 미소를 머금은 듯 여유가 느껴졌다. 이제 콘서트가 시작이다.
1. Happy Together
잔잔하고 발랄한 첫출발.이었다가 마지막 후렴 애드리브 부분에서 벌써 소름 돋는다. 노래가 끝날 때쯤 진짜 육성으로 나도 모르게 ‘허업 우와~’가 터져 나왔고 옆 짝꿍도 같은 타이밍에서 환호성을 터뜨린다. 이게 박효신의 라이브구나. 그의 깊은 단전 어딘가(췌장에서부터 용솟음 칠 것만 같은)에서 나오는 울림이 이렇게 넓디넓은 공간을 그것도 지붕도 없어 소리가 하늘로 퍼져나가는 이 공간을 꽈악 채우는 목소리가 이런 거구나'를 첫 곡에서부터 느꼈다. 그래 이거지! 올해 한일 그리고 앞으로 할 일 중 가장 잘한 일이 될 거라고 스스로에게 마구마구 칭찬하는 순간이었다.
4. Home
이 곡의 공동 작곡가 정재일님과 쿠바에서 함께 찍은 뮤직비디오 영상을 애정한다. 쿠바 현지인들이 관객이 되고 그 무대에서 밴드와 신나게 연주하고 노래하는 모습이 자유롭고 진짜 즐기는 표정이 보여서 참 좋다.
가사 중 ‘오늘은 걷더라도 내일은 달려갈래, If you are there besides me’ 이 부분.. 들을 때마다 가사가 탁 꽂히고 부드럽게 내레이션처럼 깔리는 목소리가 또 기가 막히지.
이 곡도 떼창은 필수! 최근 ‘Home’의 숨은 뜻이 있다는 걸 알았다. 팬들 사이에선 ‘집’이 아닌 ‘공연장’이라는 의미로 ‘우리 빨리 집에서 만나요..라는 말은 ‘빨리 공연장에서 만나요’라는 말인 것이다.
‘여기가 어디?’ ‘호오오~~~ 홈’
‘뭐라고?’ ‘호오오~~~ 홈’
‘여기가 어디?’ ‘호오오~~~ 홈’
‘뭐라고?’ *2 그리곤
역시 떼창의 민족. 마지막 후렴 부분의 거의 무반주 영어가사 떼창 부분이 하이라이트다! 그 많은 사람들이 하나 되어 육성으로 노래하는 찰나의 순간이 진짜 소름 끼친다. 시간이 지나 깜깜한 밤이 되니 떼창에 맞춰 폭죽 뿜뿜!!!! 박효신 콘서트가 처음임을 티 내며 박자도 잘 못 맞추고 불렀지만 이 웅장함을(공연이 끝날 때까지 웅장함과 벅참의 무한반복..) 느낀 대로 고스란히 말로 표현하기는 무척이나 어려다는 걸 새삼 느낀다.
5. AE
이번 새 EP앨범의 타이틀 곡. 흰 바탕에 물방울무늬 무늬 쟈켓 그리고 빨간 행커칩으로 포인트를 준 의상으로 환복. 사실 3월 말에 나올 줄 알았던 앨범이 첫 공연하기 바로 전날 공개되어 다들 벼락치기로 노래를 익혀야 했다. 하지만 난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있었지. 하하하 매일매일 앨범 전체를 귀가 닳도록 들었다. 아.. 근데 들으면 들을수록 멜로디 라인이 어찌 이리 아름다운지.. 가사와 오케스트라 그리고 그의 목소리. 삼합의 조화가 너무나 편하게 해주는 노래인데 이게 라이브라는 걸 까맣게 잊을 정도였다. 예전 창법과 많이 달라져서 아쉽다는 팬들도 있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생각도 음악도 성숙해지는 여정이 느껴져서(그의 데뷔부터 지금까지 지켜본..) 그리고 계속 활동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가수로 데뷔해 활동하다가 예능이나 연기로 갈아타는 가수들이 많은데 오직 음악이라는 하나의 길을 올곧게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는’ 그가 정말 멋지다.
중간멘트
그의 히트 쏭 ‘눈의 꽃’을 부른 후 북극곰 마냥 하얗고 긴 두터운 털옷을 걸치며 "처음부터 입고 싶었는데 너무 오버하는 것 같아 가지구..ㅎㅎ" 해가 떨어지면서 노래할 때 입김도 뿜어낼 정도로 쌀쌀해졌다. 이때 나도 핫팩을 꺼냈다.(집에 있을 땐 핫팩의 열기가 오래간다 생각했는데 야외에서 3시간 정도 지나니까 약발이 금새 떨어졌다) 그리고 혹시 옆 좌석분 손이 얼어 벌게지며 드릴 여유분도 하나 챙겼는데 짝꿍의 손이 허전한 것 같아 얼른 꺼내 쥐어주었다. 우린 같이 핫팩과 야광팔찌를 흔들었다.
"처음 이 노래 준비할 때는.. 4월이잖아요.. 특효를 써서 분위기를 잡아야 하나? 했는데.. 전혀 필요 없더라고요.." 이렇게 추운 날 노래해 본 적이 없다며.. (잠시 생각) "군대 있을 때…? 군대 있을 때 기억나네요 갑자기.. 단디 준비하세요.. 옷 따뜻하게 잘 준비해 왔어요?" 멘트에 녹는다 녹아…… 초반엔 좀 춥다고 느꼈었는데 가방에 야무지게 넣어 온 장갑과 목도리는 꺼내지도 않을 만큼 (후반부는 거의 서서 즐겼어서) 춥지 않았다. 오히려 열기로 가득했다.
9. Winter ahead
‘빌보드가 선정한 베스트 윈터 송’이라는(박효신 본인이 말해줘서 알았다 ㅎㅎ) BTS 뷔와의 듀엣곡.
멜론에서 듣고 '아 이 노랜 진짜 박효신 목소리로 온전히 혼자 부르는 걸 듣고 싶다'고 생각했던 노래! Jazzy 하면서 soft하고 kindly 한 이 노래를 라이브로 듣다니… 황홀 그 잡채가 아닌가!!! 앞에 뷔가 부른 부분은 관객에게 마이크 넘기고 바로 본인 파트.. ‘Come what may~~ 여기 요 ‘커~엄~’에서 쓰러졌다. 어머 어머 어쩜 이래, 목소리에 꿀을 얼마나 바른 건지… 녹는다 녹아. 파워있고 소울 풀한 목소리는 극락이고 이렇게 낮게 깔리는 목소리는 사람을 홀라당 홀린다. 당장 와인을 들고 손가락을 튕겨야 하는 분위기. 꼭 한번 들어 바바요. 남자도 홀려버리는 마성의 소유자!!
중간멘트
준비한 게 많은데 (이번 공연 때) 비가 많이 와서 다 못 보여준 아쉬움과 함께 말을 이어간다.
"데뷔하기 전부터 이런 스타디움에서 노래하는 게 꿈이었었거든요. (오워~~~ 박수!!!) 시작도 그랬지만 오늘까지 제 꿈을 여러분들이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워어어~~~ 박수!!!) 데뷔 전부터 이미 다 계획이 있었던 거였구나
10. 숨
'숨'이 노래는 야생화와 함께 투 탑으로 좋아하는 노래이다. 피아노 반주에 맞춘 그의 애절하고 절절한 감정이 그날의 차가운 공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더 깊게 다가왔다. 근데 아니 세상에 아까 그 털옷을 입고 노래하는 얼굴을 클로즈업해 주는데 40대 중반의 (아저씨?) 피부라고 믿기지 않을.. 잘 빚어놓은 백자 같은 느낌에 1차 충격을 받고 관리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며 눈과 귀가 같이 동시다발적 호강함에 사로잡힐 무렵..
12. Miracle
미라클.. 아 진짜 이건... (2차 충격) 잔망미 끼쟁이 댄싱 쿄를 직접 보고야 말았다. 이 노랠 멜론에서 첨 들었을 때부터 아니 이런 팝 장르도 이렇게 잘 어울린다고?!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진성어택에서 가성까지 폭발한다고?? 지난 두 번의 공연 후기를 보고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더랬지. 골드 반짝이 옷을 입고 얼마나 연습했는지 칼 각 군무와 엣지 있는 몸짓으로 춤을 추는 그를, 그러면서 또 너무 잘 불러 음원을 틀어놓은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라이브를...,
안무도 귀여웠고 댄서팀들과 얼마나 멋지고 화려하게 무대를 빛내줬는지 황홀했다. 정말.
진짜 춤도 춤인데 세상에.. 콘서트에서 박효신의 복근을 볼 줄이야! 노래 한 곡에 킬링포인트가 몇 개인지...
그래서 미라클 영상에 달린 댓글을 모아보았다.
(뇌색금동불상 / 미친 섹시골드다이너마이트 같으니라구 / 스타일리스트님 계신 곳으로 항시 감사드립니다
다이어트 자극 영상 / 원래 춤신춤왕 / 근데 옷이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죠?)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이 노래가 생각난다.
16. Gift
점점 고조되어 가는 시점에.. 이제 그의 콘서트 단골 곡인 Gift.
이 곡은 모두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의 폭발적인 박효신표 가창력을. 아까 그 귀여운 몸짓에서 이젠 아주 묵직한 돌직구를 날린다. 저 하늘높이..., 뭔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야말로 선물 같은 존재.
마지막 앵코올~
18. 추사닮 (추억은 사랑을 닮아) 예전 노래들을 좋아하는 분들을 위한 선곡인 것 같다. 너무 좋아.
20. 야생화
야생화를 라이브로 듣는다는 것. 너무나 감격스럽다. 이 노래의 탄생 과정을 알고 난 후부터 듣는 야생화는 완전히 다른 꽃으로 다가온다. 그저 야생에서 꿋꿋이 피는 꽃이 아닌 비바람과 모진 고난을 다 겪고 스스로 다시 피우는 누구보다 아름다운 야생화.
21. Stellar Night
이번 새 앨범에 첫 번째로 수록된, 처음 듣자마자 너무 좋았던 노래다. 후렴을 들어보면 딱 느낌이 오는, 별이 총총한 이 밤을 다 같이 'tonight~ 워우워어~ tonight~, All hand in hand~ Let it never die~ our stellar night~~~~'을 모두 같이 노래할 텐데... 하지만 난 이 노래까지 다 듣는다면 집에 갈 수 없는 시간이었다. 딱 9:45분. 정말 너무나 아쉬웠지만(눈물을 삼키고) 발걸음을 떼야했다. 아참! 옆 짝꿍 얘기를 안 했는데 공연 보는 내내 같이 박수치고 노래 따라 부르고 같이 공감하며 이야기도 나누었다. 먼저 가야 한다고 하니 자기도 광주에서 올라왔는데 오늘은 언니집에서 잘 계획이라고 나를 보며 약간 아쉬워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녀에게 끝까지 잘 보고 가라는 인사와 함께.. 마지막 노래를 배경 삼아 우선 화장실로 달려갔다. (제일 걱정했었는데 3시간 40분내내 잘 참았다 ㅋㅋ)
계획된 동선대로만 움직이면 서울역에서 막기차를 탈 수 있다. 막차를 탄 경험이 몇 번 있지만 오늘은 왠지 간당간당. 두근두근 콩딱콩딱. 빠른 걸음으로 지하철역을 향하는 와중에 까맣게 어두워진 밤하늘 위로 피날레를 알리는 불꽃이 오랫동안 터지고 그 불빛을 타고 메아리처럼 stellar night을 부르는 박효신의 노래가 들려온다. 어디까지 퍼져나갈지 모를 그의 울림을 들으며 지하철역 입구 아래로 나와 같은 사람들과 같이 빨려 들어간다.
다행히 기차시간 8분 전에 좌석에 앉았다. 그리곤 집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도 놓치지 않고 탈 수 있었다. 항상 그렇지만 공연을 본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붕 떠있는 것도 발바닥이 땅에 닿은 것도 아닌 것 같은 느낌이든다. 내 두 다리로 걸어가고 있지만 누군가 끌어주고 있는 듯한. 특히나 그의 이번 새 앨범의 노래들이 위로와 사랑에 대한 너와 나 우리, 그리고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든 날들의 감사함을 노래하고 있어 더욱더 오래도록 여운이 남을 것 같다.
오롯이 혼자 대형 스타디움에서 4시간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본인 무대로 채울 수 있는 가수! 가수로서 그리고 뮤지컬 배우로서도 정상의 자리에 있는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그래서 결론은 일반 공연장에서 노랠 꼭 들어야겠다는 것! 놓치지 않을 거예요!!
어느 팬분의 댓글
'앵콜콘이든 팬미팅이든 일단 공지부터 주세요 ㅠㅠ 날짜 줄어드는 거라도 보면서 버티게' 너무 맞는 말이다. 라이브로 아직 못 들어본 노래들이 참 많단 말이죠.
전 이제 시작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