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쉼터.
파란 바탕에 하얀 글씨가 둥글둥글하다. 간판이 없었으면 일반 가정집으로 보였을 다세대 주택이다. 나는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육십 대쯤 되어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책상 앞에 앉아서 연필을 깎고 있었다. 아주머니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자 그녀가 두꺼운 안경 너머로 나를 봤다.
저, 여기서 봉사활동 하려고 하는데요...
사무실 안을 둘러보며 조용히 말했다. 아주머니가 입은 형광색 조끼에 작게 횃불이 수놓아져 있다.
아, 학생이 어제 전화했었나요?
아주머니가 금세 반달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이 웃지 않을 때와 웃을 때의 온도 차가 크다고 생각했다.
네.
아주머니는 요즘 노숙인 시설로 봉사활동을 하러 오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아이들 대상으로 하는 것보다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으니까요.
아주머니는 다시 한번 나를 보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래도 학생 정말 대단하네. 이런 노숙인 시설에도 관심을 가지고. 요즘 대학생들 시간이 어디 있나, 다 자기 앞가림한다고 바쁠 텐데.
아주머니는 대견하다는 듯한 눈길을 보냈다. 필요한 서류를 작성해 달라며 종이와 방금 깎은 연필을 건넸다.
삼박자 커피 좋아해요?
아주머니가 물었다.
아, 네. 주세요.
종이에 이름과 전화번호 등을 적었다. 살 빼야 하는데 큰일이라면서도 아주머니는 찬장 높은 곳에서 믹스커피를 꺼내 나와 아주머니의 것 두 잔을 타왔다.
이걸 그렇게들 몰래 가져가, 한 줌 두 줌도 아니고 아예 박스째로 가져가요. 나랑 여기서 커피도 같이 마시면서 마음 좀 붙여보라고 해도 안 해요. 여기 있으면 답답하다고 금방금방 나가버려.
나는 초범이라는 점과 비교적 약한 수준의 약을 단기간 판매했다는 점, 그리고 자수했다는 점이 인정되어 기소유예를 받았다. 실형이 선고된 재우는 곧 출소할 예정이었다. 재우가 있는 구치소로 처음 면회하러 간 날, 재우와 나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울기만 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울음 속에 담긴 뜻을 서로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재우가 출소하자마자 들어갈 수 있는 재활센터를 미리 알아봐 두었다. 나는 재우의 가족이 되어줄 것이다.
희망 쉼터는 어머니가 먼저 알려주셨다. 몇 년 전 생모에게서 온 전화의 발신처가 이곳이었다. 어머니는 그분이 이곳에 항상 있는 것은 아니고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고 하셨다. 나에게 천천히 생각해 보고 내 마음을 따라서 하라고 하셨다.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생모를 한번 보고 싶기도, 안 보고 싶기도 했다.
서류를 다 작성해서 아주머니에게 드리고 커피를 손에 들었다. 종이컵에 담겨 있는 달콤한 커피의 향이 사무실 안으로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