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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녕 Sep 05. 2022

토론토 여행백서

내 마음대로 쓰는


안녕하세요. 오늘 글은 토론토에서 쓰고 있습니다. 실습이 끝나자마자 당일 토론토로 넘어왔습니다. 3개월 전에 이 시간을 고대하고 고대하며 게스트 하우스도 예약하고, 비행기표도 끊어놨더랬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이하 게하)를 가는 길에 평소 보던 수에 비해 엄청난 노숙자분들에 깜짝 놀랬더랬지요. 위험하지는 않지만, 아직 이 동네를 몰라 긴장하며 걸었더랬습니다. 금요일은 사실 씻고, 잔 게 다인 거 같습니다. 


토요일에는 본격적으로 음식을 사기 위해 게하 주변을 물색하며 돌아다녔습니다. 다행히 캐나다식 다이소인 달라라마나 월마트보다는 조금 비싼 노프릴스가 있어 아침으로 먹을 식빵이나 채소류를 샀습니다. 고작 열흘인데 빵에 발라먹을 버터를 사기에는 갈등이 되더군요. 다행히 이전 여행객이 남겨둔 유통기한이 많이 지난 버터를 먹고 있습니다. 하하핳ㅎ하하 제 입으로 들어가는데 1년 지난 버터면 좀 어떤가요 하하핳ㅎ


커피가 문제인데... 혹시 여행하시면서 카페 프레스를 들고 다니는 사람을 보신다면 저일 확률이 크니, 꼭 아는 채 해주세요. 게하 위치가 시내와 가차워, 이케아에 가서 카페 프레스를 샀습니다. 집에 있던 카페 프레스는 필리핀 친구에게 줬던 기억에 이참에 사자 했지요. 그 후론... 매일 아침을 게하에서 제공하는 멕스웰 커피를 우려 마셨습니다. 커피와 토스트 한쪽이면 제 아침은 정말 완벽합니다. 제 일상의 낙이라고 할까요?


저는 여행을 빡세게 하는 편이 못됩니다. 하루에 고작 하나 짜 놓고 느긋하게 다니는 편이에요. 그래서 일요일은 무엇을 했을까요? 아무래도 토론토 시내면 쇼핑몰인 이튼센터를 피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쇼핑을 하러 간 것은 아니지만 워낙 구름 한 점 없이 날이 더워서 더위를 피해 건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이튼 센터 지하의 식당에서 맥도날드 아이스커피를 먹고, 아이스크림 콘을 먹고, 팀 홀튼 부리토 랩을 먹고, 또 커피를 마시고, 명상을 하고 몇몇 신기한 상점에 들어가 구경을 하고 나오니 해가 졌더라고요. 맞은편에 아시아 식품점인 H마트가 있어 구경하러 들어가 봤고요, 그 옆에 필리핀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졸리비에 들어가 바나나 잭 프룻 파이를 하나 사서 먹었습니다. 잭 프룻은 맛이 강하지 않아 어차피 기대를 안 했지만 바나나맛도 잘 안나더군요... 튀긴 파이인데 어쨌든 맛있습니다. 혹시 졸리비에 가신다면 모두가 극찬하는 필리핀식 치킨 꼭 드셔 보세요. 전 비건용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 날부터 1.7리터 와인을 사 와 슬슬 홀짝이기 시작했습니다. 


월요일엔 크게 갈 마음이 없는 세인트 로렌스 마켓에 걸어갔다 왔습니다. 25분이라 부담 없는 거리인데, 가는 날이 장날 문이 닫혔더군요. 거리는 가차운데... 날이 더워 고생을 좀 했더랬습니다. 제가 세인트 로렌스 마켓을 별로 가지 않는 것은... 흔히 영어로 파머스 마켓이라고 하지요? 자릿세를 내고 본인들이 추수한 농작물이나 만든 음식을 파는 곳인데, 일반 상가보다 더 고가일 경우가 많습니다. 신선해서 그럴 수도 있고요, 그분들도 이윤을 내야 하기에 당연하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구경은 가되, 빈손으로 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ㅋㅋㅋㅋ 규모가 크니 그래도 오신다면 보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세인트 로렌스 마켓에서 멀지 않게 브루어리 디스트릭이 위치합니다. 허탕을 치고 갈 수 없기에 잠시 팀홀튼에 들러 아이스커피를 한 잔 마시고 한 숨을 돌렸습니다. 참고로 이곳은 예전에 양조장으로 썼던 건물을 개조해 식당이나 상점으로 쓰고 있는 곳인데요, 사실... 구경하는 동안 내내 헝가리에 비슷한 맥락으로 전쟁 중 허물어진 건물들을 그대로 바를 만들어 놓아 관광지로 만들어 버린 곳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전 헝가리에 한 표를 주겠습니다. 캐나다보다는 싸고 규모가 더 크거든요... 보고 있나 헝가리?


여름은 확실히 날이 더우니까 카페에 자주 들어가서 쉬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캐나다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지요. 맥도널드, 팀홀튼, 스타벅스 등 커피 가격이 저렴합니다. 보통 2천 원대이거나 곳에 따라 우려진 커피 경우는 천 원대로 즐길 수도 있고요. 왜 여기 스타벅스가 껴있냐고 하시면 전 라테를 마시지 않습니다만 우린 커피를 마시기에 보통 2천 원대로 가능합니다. 한국에서 오시는 여행길이시면 그냥 지갑과 마음의 빗장을 푸시고 옴팡 돈을 푸셔도 되지만... 전 아직도 또 학생이기에 학생 생존 모드 중입니다. 


화요일은 그냥 쉬고 싶었기에 달라라마에서 사 온 컵라면을 먹고 침대에서 시원해질 때까지 넥플을 보다가 나가서 발길 닿는 데로 걸어 다녔습니다. 


분명 이번 여행에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가려고 50프로 마음을 굳혔는데요, 4시간 왕복거리가 또 제 게으름을 자극해 패쓰. 살아있는 동안 언젠가는 한 번 가보겠지요? 사실 월요일에 주요 관광지 입장권을 패키지로 파는 시티패스를 사서 카사 로마나 CN타워, 아쿠아리움 등등을 가보려고 했는데요, 전혀 마음이 안 생기더라고요. 대신 트램을 타고 호수를 다녀왔어요. 물놀이를 할 요량으로 비키니까지 옷 안에 입고 갔는데, 물 온도가 21이라고 나오지만 실상 발을 담가보니 발이 어는 듯한 통증을 주어 단념했습니다. 제 체감 온도는 15도 안팎인데 21도라는 공식적 뻥을... 안타깝지만... 호숫가를 여유롭게 거닐 다가 공짜로 주는 아이스크림콘도 먹고, 이탈리안 피자 식당에 들어가 오래간만에 외식다운 외식을 해봤습니다. 부른 배를 두들이다가 다리가 아플 지점에 다시 트램을 타고 게하로 돌아간 하루였고요.


어제는 동이 난 음식을 채우기 위해 다시 노프릴스에 들어가 몇 가지 식재료를 사 왔어요. 월요일이 노동절이라 주말이 길어 영화관에서 3달러 영화표를 제공하고 있어 이전에 무척 재밌게 감상했던 탑건과 불렛 트레인을 예매해서 어제 반나절은 영화관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와인을 사놨어야 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아쉬운 데로 드럭 스토어에 가서 무알콜 맥주 6캔을 사서 4캔을 배불리 마셨습니다. 지금은 시험을 위한 공부만 아니라면 뭐든 다 좋은 때 아니겠습니까?ㅋㅋㅋㅋ


내일은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고요, 마지막 여행이 될 오늘은 아직까지 나갈 계획이 없습니다. 네, 엄청 덥습니다. 캐나다에 여행을 오신다면 8월 보다는... 6월이 덥지 않고 해서 낫지 않을까 싶어요. 8월은 미쳤네요. 5월에 너무 좋지만 날씨에 지쳤었던 베네치아를 여행했던 때가 생각날 정도였습니다. 그나저나 내년 학교를 졸업하면 전 어느 도로 가서 살아야 할까요ㅋㅋㅋ 모기지를 껴도 토론토 중심은 제 능력 한참 밖인 거 같고요, 이럴 바엔 아예 옐로우 나이프로 가든 트레블러 간호사가 되는 게 나을까 싶어요. 미친 집값이네요. 


점심도 먹었겠다, 이제 슬슬 씻고, 오늘의 마지막 장식을 위해 와인 한 병을 사러 나가야지 싶습니다. 같이 가시지요.   


Cover Photo by Alex Shuti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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