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신고

너 거기 있느냐, 오정아

by 유녕

안녕하십니까. 벌써 5월, 게다가 2025년이라니요. 그간 나이도 한 살 더 먹고, 이직도 하고, 이래저래 사부작사부작 분주했어요. 오늘이 6일째, 병가를 내고 집에서 쉬고 있어요. 이번 감기는 여간 독한 놈이 아닙니다. 이렇게 아플 바에는 죽음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아팠던 30대가 있었는데, 40대 초입에 또 당첨됐어요. 그래도 내일은 출근할 수 있을 만큼 상태가 호전돼서 다행이에요. 돈 벌어야 해요, 고양이 두 마리를 호강시키려면은요ㅋㅋㅋ


휴가가 거의 없는 저에게 병가는 수지맞은 장사이지요. 아픈 와중에 매일 나가서 한 시간씩 걷거나 자전거를 탔어요. 폐가 아플지언정, 코가 막혀 콧물이 질질 날지언정 체력을 단련해 보자 하면서 이불을 박차고 나갔어요. 이틀은 침상에서 거의 살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좀 무식하게 몸을 괴롭혔어요. 고양이 리틀 박스도 물청소해서 햇볕에 말리고, (아, 운동화를 안 빨았구나...) 그린 하우스에 키우는 식물 친구한테 물도 주고, 대걸레질도 하고, 빨래도 하고, 화장실도 청소하고, 미각은 잃었으나 감으로 요리도 해서 신랑을 고문시켰어요. 인생 별거 있나요, 이런 게 쌓이면 소확행이고 참살이인 거지요.


말이지요, 일을 하면서 오히려 브런치에 글을 올릴 시간이 없다고 하면 믿으실까요? 8시간 근무가 고작인데, 일의 강도에 비해 휴식 시간이 짧아, 휴일에는 시체놀이할 때가 많았어요. 차라리 12시간 근무가 저에게 더 맞는 거 같아요. 다행이지요, 8월 중순에는 일을 그만 둘 생각이니까요. 비싸게 배운 교훈이에요, 전 간호가 맞지 않아요. 아니, 안 맞출래요. 물리고, 맞고, 긁히고, 언어폭력은 덤, 발로 차이고, 가슴도 잡히고(성추행이지요)... 물론, 남을 보살피는 건 참 보람되지만 더불어 감당해야 하는 일들을 저는 다른 이들처럼 참지 않고, 미련 없이 자리를 뜨기로 합니다.


그래서 요샌 무슨 생각 하며 사냐고요? 사실, 저번주에 할리팩스에 있는 달하우지 대학에서 입학서를 받았어요. 네,,,,,, 또 공부해요. 인문계, 문과를 나온 제가 이번엔 자연계 위주로만 공부하게 되었어요. 간호학도 나름 재밌었는데, 공부라서 재밌었나 봐요. 전 지금 요양병원에서 이제 1년 조금 넘게 일하고 있는데요, 현실에서 제가 하는 일은, 간호학 만큼 재미있지 않은 게 제 깨달음입니다. 이 일을 정년퇴직하는 때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이 커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진로를 바꿔보려고 합니다. 시작이 반이라 입학을 허락해 준 것은 참 좋은데, 학생대출을 끼고 빠듯하게 살아야 하는 나날을 생각하면 웃어야 할까요, 울어야 할까요. 선뜻 대학에 가라는 신랑의 응원도 일단 목표에 다가가는 길이 가까워진 것에 축배를 들고, 지옥행을 즐겨보도록 하겠습니다.


마흔한 살, 꼬꼬마, 십 대 후 반, 이십 대 초반 친구들과 학교 잘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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