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스퀘어
거대한 볼륨감을 선보이는 박공지붕 아래 겹겹이 쌓여있는 건물은 땅의 색깔과 닮아있다. 부산 기장 해안 일대의 갯바위 색상에서 차용해 붉은 모습으로 치장한 건물의 내외부 마감, 기존 건물이 가지고 있던 산만한 박공 구조를 단정하게 정리하고 동시에 처마 길이를 길게 연장해 건물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 모습은 바깥의 해안 풍경이 더 가깝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바로 부산 기장에 위치한 카페 ‘피크스퀘어’다.
건물 내부에 들어가기 위해선 건물을 관통하는 가로축이자 박공지붕 아래의 전이공간을 지나쳐야 한다. 해안가에 있을법한 돌들을 쌓아 만든 이 작은 담장은 건물과 주차장을 구분하는 장치이자 땅의 성격을 구분한다. 자동차가 머무는 공간과 사람이 머무는 공간으로.
길게 뻗은 진입로를 지나 오른쪽으로 돌면 두 개의 건물 사이로 품 안에 들어오는 기장 해안의 모습이 펼쳐진다. 건물 아래로 내려간 테라스는 내부와 외부의 사람들이 모두 풍경을 공유할 수 있도록 이동했고 오롯이 바닷바람과 파도소리만 들리는 이 자리에 서서 방문객들은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경험을 누리게 된다.
피크스퀘어는 정면에서 바라본 건물의 좌측으로 카운터와 바, 우측으로 휴게공간으로 구분된다. 커피 내리는 소리와 빵 굽는 냄새 등 카페에서 이루어진 다채로운 행위들을 향유하기 위해 한 곳에 집약시키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곳은 이러한 행위를 물리적으로 철저하게 차단시킨다. 이는 공간이 단순히 카페라는 공간을 너머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이 카페 공간을 너머 그 이상의 공간을 지향하길 바라는 의도가 담겨 있는 부분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모든 좌석이 바깥의 풍경을 마주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붉게 칠해진 벽과 돌과 나무 등 물성을 온전히 드러낸 가구들은 무한한 자연성을 다양한 감각으로 방문객들이 경험하게끔 한다. 뿐만 아니라 작은 창부터 커다란 창까지 다양한 크기의 창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깥의 풍경을 다양한 시점과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커피 한 잔 마시러 가벼운 마음으로 찾은 공간이지만 무한히 펼쳐진 자연 앞에 건축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느껴졌던 곳.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의 생각과 정서가 무한의 것들에 더 오래 머무르길 바란다는 바람과 함께 자연을 건축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온전히 집중한 흔적은 어느 누구라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글, 사진 | yoonzakka
- 영업시간
매일 11:00 - 21:00
- 내부주차장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