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휴대폰 중독자입니다.
하루 7시간 ~ 10시간 까지
폰 화면 속에 갇혀 지낸 6년의 시간과
폰을 끄고 난 뒤의 감정을 기록합니다.
휴대폰을 껐을때 좋은 점은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것이다.
뇌의 창문을 연 것처럼 해야 할 일을 정리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검색과 기록이다.
am 3:42
어제 오전, 평소 같았으면 배달을 시켰겠지만
신발장에 넣어둔 휴대폰을 떠올리며 냉장고에
남은 야채들로 불고기 볶음을 해 먹고
언니가 보내준 귤도 썩고 있어서 살아남은 것들을 골라냈다.
음식 배달을 시키면 초밥이나 커피를 제외하고
40% 정도의 음식이 남는다.
이따가 먹어야지 생각하지만
며칠 방치하다 음식물 쓰레기로 버린다.
음식물 쓰레기와 플라스틱 그릇을 모아 버리러 갈 때
“하… 그만 시켜 먹어야지…”
다짐하곤 하지만 또 배달 앱을 켜곤 했다.
앱을 지웠다 다시 설치하기를 반복한다.
연초에 했던 많은 다짐과 계획들도
지웠다 설치하기를 반복하는 중인데
설치하는 순간만은 기분이 좋다.
실행력이 부족한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배달은 돈을 가져가고 살과 플라스틱, 음식물 쓰레기, 약간의 만족감을 준다.
휴대폰을 보지 않았을 때
좋은 점은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점이다.
뇌의 창문을 연 것처럼 해야 할 일을 정리할 수 있다.
언젠가 무기력증의 원인이 다 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라는 강의를 들었는데
그것을 듣고 난 후 서랍을 한 칸만 정리한다거나
신발장만 정리하는 좋은 습관이 생겼다.
그런 조금의 시간들이 모여 나름 청결한 집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폰이 없을 때 아쉬운 점은 검색과 기록이다.
산책을 좋아하는 편인데 걷고 나서
몇 보 걸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
폰 없이 산책을 나갔다.
허벅지와 귀가 시려워서 30분 남짓 돌고 집으로 왔다.
시간과 걸음 수를 볼 수 없으니
거리감으로 30분 정도? 라고 예측해 보았다.
숨을 고르고 낮잠을 잤다.
낮잠에서 일어나 휴대폰 단식 중이라는
사실을 잃어버렸다.
폰이 어디 있지? 찾다가
업무 메세지만 확인하고 다시 신발장에 넣는다는게
머리맡에 놓고 메세지와 카톡을 확인한 후
책을 좀 보다가 평소처럼 유튜브를 켜놓고 잤다.
화요일 오전
아침에 일어나 꺼냈던 업무용 폰을 다시 신발장에 넣었다.
이번주는 폰은 아예 꺼놔도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안심과 불안이 공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