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휴대폰 중독자입니다.
하루에 7시간에서 많게는 10시간 까지
폰 화면 속에 갇혀 지낸 6년의 시간과
폰을 끄고 난 뒤의 감정을 기록합니다.
모든 사람이 나를 모른다면
나는 어떻게 살고 싶어질까?
어떤 결정과 용기를 낼까?
am 5:42
작년에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봤다.
지금의 상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심리 상태였지만 그 시간을 떠올리며
마음을 살펴보니 약간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니다.
오늘부터 일주일간 폰을 끌 수 있다.
다시 휴대폰을 끌 수 있는 시간이 찾아와서 감사하다.
업무 관련 연락 올 곳이 한 곳 있긴 한데 저녁 때 문자만
확인하면 될 것 같아서 두 대의 휴대폰을 신발장에 넣었다.
새벽 2시쯤 잠이 깨서 내 브런치 글을 모두 읽고 커피를 먹고 유튜브를
실컷 본 상태이기 때문에 이미 3시간 정도 폰을 사용한 것 같다.
최근 몇 년간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어서
약국에서 구매한 마인트롤 정을 한 알 먹었다.
집에 오면 녹은 사람처럼 침대에 붙어서 폰만 보기를 반복한 시간이
벌써 3주가 지났다. 1월 마지막 주라니 신기하고 허망하다.
주어진 시간에 뭘 넣고 채울지는 각자 하기 나름인데
또 다시 연초를 무기력하게 보냈다.
이런 식으로 삶을 보내면 100세를 살아도 짧은 생이다.
올 상반기에 논문을 써야 하는데 택배로 빌린 8권의 책이 쌓여 있다.
이 책들과 내 책 2권을 포함해 총 10권의 책을 읽고 내용을 정리해야 한다.
폰을 끄고 이 책들에서 논문에 넣을 만한 문장들을 발췌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논문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진짜 연구하고 싶은 분야인지에 대한
확신도 없다.
졸업 논문이 아니라 진짜 관심사에 대한 논문을 쓴다면
외로움, 무기력증, 폰 중독, 수치심, 회피하고 싶은 심리,
펫 로스 증후군 이런 것에 대한 논문을 쓰고 싶다.
단어만으로 술술 내뱉을 수 있고 마음을 담아 연구할 수 있는 만한 주제들이다.
일단 졸업은 해야 하니까 전공 관련 논문을 쓰려니 뭔가 적극적이지 않다.
작년 초부터 ChatGPT를 사용하여 모르는 것을
검색하고 글을 쓸 때도 도움을 받았다.
2024년에는 온전히 내가 아는 것, 경험한 것, 이해한 것을 토대로 과제를 했다.
시간이 지나고 지금 읽어 보니 GPT의 도움을 받은 것은 생각과 감정이 별로 들어 있지
않고 도움을 받지 않는 글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스스로 납득할 만한 내용이다.
GPT가 맞다고 해서 확신했는데 다시 읽어보면 이게 맞나? 라는 의구심도 든다.
인생도 끌려다니고 떠밀려다니는 느낌이 드는데
과제까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서 마지막 논문은 좀 더 성실하게 임해 보고 싶다.
요즘은 저녁 때 비행기 모드로 설정해 놓고 폰을 본다.
그 설정을 해도 마음이 불안한 건 마찬가지다.
연락 올 곳이 많은 것도 아닌데 이유를 모르겠다.
업무 관련 연락도 전화보다는 메시지를 많이 활용하는데 간혹 전화를 거는 상대방이 있으면
왜 전화를 했지? 메시지로 보내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상대는 빨리 결과를 확인하고 싶어서 그랬을 텐데 아직까지 콜 포비아 증상을
가지고 있다.
폰을 끄면 불안도를 최대한 낮추고 나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어제는 꿈과 현실이 똑같이 이어지는 경험을 하면서 잠에서 깼는데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멋진 곳으로 출장도 다니고
돈도 많이 벌고 사랑하는 연인과 강아지도 키우면서
즐겁게 사는 상상을 했다.
그게 꿈에서 깬 순간까지 이어져서 와 나 참 멋져졌네 라는
달콤한 상상을 했다. 물론 책상 위의 너저분한 물건들을 보니
금방 다시 현실로 돌아오긴 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는데 계속 방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에 발은 붙이고 있는데 현실 너머의 것들을
선망하고 꿈꾸고 내가 진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어떤 방향을 가고 싶은지 스스로 망설이고 있다.
모든 사람이 나를 모른다면
나는 어떻게 살고 싶어질까?
어떤 결정과 용기를 낼까?
남들은 나의 실패와 성공에 관심이 없고 나도 마찬가지인데
왜 이렇게 남을 의식하게 될까?
설령 관심이 있다 한들 그들의 관심이 내 미래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데 왜 그들의 시선에
나를 맞추려 들까? 나는 누가 되고 싶은 걸까?
왜 자꾸 과거의 실패를 떠올리게 될까?
왜 자꾸 지난 일에 매몰될까?
어릴 때 할 법한 고민들을 왜 아직까지 붙잡고 있는 걸까?
내년에 지금 이 글을 다시 읽게 되면 그냥 스쳐 가는
바람처럼 이해하게 될까?
내년의 나는 좀 달라져 있을까?
일단 폰을 끄고 호흡을 가다듬고 안전한 동굴에서 쉬어야겠다.
am 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