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중독일지 9 - 다시 핸드폰에 갇혀있음.

by 윤훤

저는 휴대폰 중독자입니다.

하루에 7시간에서 많게는 10시간 까지

폰 화면 속에 갇혀 지낸 6년의 시간과

폰을 끄고 난 뒤의 감정을 기록합니다.




2025년 8월 9일 오후 5시 17분

#완벽한실패

#예상된결과




휴대폰을 단식한 4일이 지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그 시간의 긍정적인

기억과 경험을 되살려 줄여보고 싶었다.


습관처럼 급한 업무를 처리하고 쇼핑을 하고

배달을 시켜 먹었다.

도파민 단식 경험은 빛 보다 빠르게 휘발되었다.

다시 짜증과 한숨이 몰려왔으며 여전히 피로했다.


감정기복이 몰려왔다.


청소년들이 SNS 중독 치료센터에 모여

합숙하는 다큐를 봤다.

다리를 떨며 낙서를 하거나

합숙생들과 욕을 하며 싸우고 있었다.


그들은 불안하고 초조해했으며 화를 냈다.

화의 방식은 나와 달랐지만 그 아이들의 감정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어른이 되어 중독된 나도 이 정도인데

학생들은

오죽할까 싶었다.


핸드폰을 충분히 활용하고 즐긴 오늘

승모근과 목덜미가 조여 오고 남아있는

업무를 어떻게 하면

덜 피로하게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이 시기가 빨리 지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했다.

생각을 피하려 잠시 쉬고 싶었는데

수많은 쇼츠와 기사에 매몰되었다.


휴대폰 사용시간을 확인하는 게 두려워졌다.

유튜브 사용제한시간을 모두 사용해서

알림이 왔는데 오늘만 허용으로 바꿨다.


감정적으로 오르락내리락을

경험할 수 있는 영상들을 자주 보는 편이다.

동물, 화제의 인물, 사건사고, 가슴 뭉클한 이야기 등

짧은 시간에 극적인 희로애락을 경험하는 게 좋다.


그것들을 통해 현실의 부담과 외로움,

지루함을 잊곤 한다.

잠시 잠깐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또 그것들을 급하게 계획한다.


세바시나 그랜드마스터클래스의 영상도 봤다.


성공적인 미래를 계획하는 동안

도파민이 더 분출되는 듯한 착각도 들고

마치 실제 이루어 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복권 당첨되면 뭘 하지 기대하며

복권을 사는 것과 같다.


성공포르노에 재빠르게 심취하고

그럴싸한 그 엄청난 다짐들은 3일 안에 휘발된다.


어떤 상황을 마주쳤을 때 유튜브나 SNS가 연관되어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책의 한 페이지나 직접 도출한

결괏값이 떠오르는 게 아니라

어떤 학자의 말, 유명인의 문장, 유명 유튜버,

미디어의 한 장면 등

쉽게 습득한 재료들로 결괏값을 내곤 한다.


지금 내 뇌는 인공 감미료와

알록달록한 물감이 모두 섞여

도저히 분리, 구분할 수 없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일을 할 때는 곧잘 사회적인 얼굴을 하며

긍정적인 표정과 말을 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부정적인 말과 욕설,

한숨을 쉬며 미래를 불안해한다.


명상이나 즉문즉설에 기대 보기도

했지만 잠시 뿐이었다.


진짜 내 모습을 부정하며 사회에서

선호하는 얼굴 연기에 능숙해졌다.


그 가면은 현관문을 닫는 순간 "휴" 하고

한숨과 함께 벗어던진다.


어떤 기사에서 폰 중독이 마약 중독과

비슷하다는 글을 봤는데

긴 시간 화면 안에 갇혀 있어 보니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라도 생각을 정리하고

나를 마주 보며 문제점을 인식하고 회복하려는 다짐을 반복해야한다.


힘들다.

어렵다.



유튜브 중독

SNS 중독

배달 중독

도파민 중독

커피 중독


나를 둘러싼 지긋지긋한 중독들.....

내일 다시 만나서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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