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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 Oct 17. 2020

사는 게 적성에 안 맞아요

저는 너무 예민해요



  나만 그런 것 같다.

  나만 무디지 않아서 사는 게 적성에 안 맞는 것 같다.






  마음이 자꾸만 한 곳에 괸다. 생각은 걱정이 되어서 그 자리에 소복이 쌓였으며,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한 작은 말에도 상처를 받았다. 안 좋은 피드백을 한 번 받았다고 하면 그것을 하루 종일 파고들어 생각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고, 누군가 에이, 잊어버려. 별 거 아냐. 훌훌 털고 일어나. 하기라도 하면 그 사람과 지구에서 가장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어떻게 감히 그런 말을. 너한텐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나한테 이건 칼로 찔린 거나 다름없어.




  그러다 보니 나는 살아가며 계속해서 찔렸다. 그것이 가끔은 바늘이고, 가끔은 정말로 칼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왜 여기서 이렇게 아프고 있을까. 어떤 사람은 놀이처럼 살고 있다는데, 삶이 긴 여행과 같다는데 나는 어떻게 하루가 전쟁과 같을까. 남들은 조금의 힘으로도 그런 문제들을 잘 극복해 나가고 그걸 자소서 역경란에 쓰기도 하던데. 나는 왜 자꾸 여기서 찔리고, 아프고 힘들고 있을까. 자꾸만 생각이 고여서 썩고 있을까. 어쩌면 이렇게도 예민한 나는 사는 데에 부적합한 인간이 아닐까?




 그렇게 천천히 존재가 찌그러지던 날들이 있었다. 나에게 사는 것은 무의미로 서서히 짓눌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오랫동안 궁금했다. 살아야 한다면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살아야 한다면, 이렇게 무의미하지만 살아야 한다면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매 밤을 고민하면서 온통 찌그러진 나의 존재를 펴기 위해서, 나는 내가 머릿속의 생각들과 끊임없이 다투어 나간 과정을 쓰려고 한다. 




  아직도 나는 살아남기 힘든 인간 중에 하나다. 무디지 않아서, 너무 기민해서. 내 우울은 넷플릭스 좀 보고 펑펑 울고 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서 사는 게 허무하고, 계속해서 불안했다. 별 것도 아닌 것에 자꾸 주저앉는다는 생각이 든다면, 과하게 신경 쓰고 예민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래서 잘못 태어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나는 당신이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아주 특별하게 태어난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종종 다른 사람들이 1의 에너지를 쓸 때 우리는 상처 회복을 위해 100의 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것이 너무 억울하게 느껴지겠지만, 매 순간을 전력투구해야 한다는 것이 서러울 때도 있지만 우리가 그런 삶을 끌고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 또한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그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지 않아야 한다. 누군가는 정말 훌훌 털고 깊이 고민하지 않고서 그 문제를 떠나지만, 나는 깊이 잠수하고 그 열 배, 백 배의 에너지를 만들어내서 반드시 남들보다 깊이 나 있던 상처를 회복하고, 재생하며 살아낸다. 견디고, 스스로를 살리는 힘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이다. 절망이 비처럼 쏟아졌지만, 그럼에도 당신이 아직 살아 있다면 당신이 그 절망과 모두 싸워 이겨낸 것이다.  





당신이 예민하고, 또 어딘가에 찔리고, 자꾸만 주저앉는 사람이라면.

내 삶은 신이 와도 바꾸지 못할 구제불능처럼 느껴진다면.

당신이 생존은 그저 상태가 아니라 반드시 번뜩이는 의지이며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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