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넘쳤던 예비 호스트들
회사를 다니며 가장 재밌게 했던 사이드잡은
취향 플랫폼 '남의 집'에서의 큐레이터와 호스트 활동을 한 것이었다.
*남의집은 23년 6월 30일부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프리랜서처럼 퇴근 후, 주말에 활동을 했었다. 한창 코로나 시기에 재택근무를 했었고, 출퇴근 시간 3시간 정도가 확보되니 꽤나 여유롭게 했던 것 같다.
1년간 로컬/취향 큐레이터로 활동을 했고(모임 호스트를 발굴하고, 모임 오픈을 제안 및 기획하는 일을 한다.) 초등학생 반장 생활 이후로 누구 앞에 나서는 걸 안 좋아하던 내가 이 활동을 기반으로 2개의 모임을 열 수 있었다. 150명이 넘는 사람을 만나온 것 같다.
첫 모임은 실패했었고, 두 번째 모임 '예비 호스트님, 안녕하세요'은 인증 모임도 달고, 꽤나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 모객이 잘 되던 차에 서비스가 종료되었지만.
플랫폼 내에서 좋아요 120개와 25여 명이 왔다간 예비 호스트 모임을 종료하게 되어 너무 아쉽지만, 좋은 인연들을 만날 수 있었기에 감사하다. '문토'라는 플랫폼에서도 비슷한 모임을 이어서 해볼까 했지만 워낙 스토리가 '남의 집'에 특화되어 있다 보니 더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참고로 문토에선 '노마드 워커' 클럽이라고 서울과 일산 카페에서 프리랜서와 N잡러 직장인을 만나는 모임을 하고 있다. 혼자 일하다 보면 느슨해질 때가 많아서 하게 된 모임인데 관심 있는 분들은 문토에 노마드를 치면 된다.)
6월 30일에 남의 집 서비스가 종료된다는 공지가 나갔지만, 이상하게 다른 회차의 배로 신청이 많았던 마지막 모임. 오셨던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젠 더 이상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얼른 신청했다고 하셨다. 모임 회차가 올라갈수록 플랫폼 상관없이 본인만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모임을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아졌고, 그들의 열정도 커져갔다.
아래는 마지막 예비 호스트 모임을 하며 느낀 점들을 나열해 봤다.
1. 본인만의 모임을 열고 싶어 하는 분들은 크게 3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나와 비슷한 분들이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회사에서는 풀지 못하는 갈증과 성취감을 위해서. 두 번째는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하고 싶은 일을 모임으로 빌딩 하시는 분들. 세 번째는 현재 운영 중인 공간과 서비스의 홍보와 브랜딩이 필요한 분들이었다.
2. 이미 본인 사업을 잘하고 있거나 플랫폼 도움 없이도 성공적으로 모임을 여신 분도 오셔서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했는데, 다행히 모임 플랫폼에 대한 인사이트가 많이 도움 됐다는 피드백을 주셨다. 또 비슷한 고민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많은 힘이 된다는 분도 있었다. 내 강점 Top5에는 발상, 집중, 절친, 공감, 개별화가 있는데 이 중 3개가 관계에 관련된 강점이라 사람들이 조화롭게 편하게 모임에 참여하게 만들어준 게 크게 발휘된 것 같다.
3. 이전부터 이 모임을 남의 집뿐만 아니라 플랫폼 제한 없이 확장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제 강제적으로 종료하게 되었다. 올해 안에 해야겠다고는 생각했는데, 다행히 그런 환경이 만들어졌다(?)
4. 누구든 본인만의 이야기가 있다는 나의 가치관에 맞게 개개인의 강점과 키워드를 찾아주는 모임을 해야겠다고 2년 전부터 생각했었다. 작년에 비슷한 모임을 했던 경험이 있긴 한데 본격적으로 시작하라는 신호 같기도 하다. 그냥 나랑 잘 맞을 것 같은 몇 명만 관리하는 식으로 진행할까도 생각 중이고..
5. 그동안의 경험으로 생각보다 이런 모임을 찾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았고, 모임 진행 방식도 좋다는 피드백이 있었기에 어쨌든 디밸롭 해볼 가치는 있는 것 같다. 누군가의 본질, 꿈을 건드린다는 게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라 내 욕심만 쫓자고, 막무가내로 책임 없이 갈 생각은 없다.
6. 여태까지 내가 경험한 수많은 회사와 직무,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의 자산이 될 것이고 이런 자산들을 더 쌓을 생각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이야기도 만들고, 풀어내고 싶기도 하고. 아마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원하는 대로 어렵지 않게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설루션을 줄 수 있지 않을까.
7. 나에게 너무 다양한 경험과 생각들을 준 곳이 서비스 종료하는 건 너무 아쉽다. 그저 남의 집도 나도 또 다른 성장의 기회를 얻게 된 거라 생각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