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으면 멋진 사람들을 찾아보자
하고 싶은 일이 많고, 새로운 경험과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했던 나에겐 멋진 분들이 참 많았다. 브랜드 마케팅, 그중에서도 콘텐츠를 다루는 일을 맡게 되면서 이런 일을 잘하는 분들을 닮기 위해 그들의 SNS를 팔로우하기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따라 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나름 성과를 만들고, 성공적인 브랜딩에 기여하면서 업무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다양한 프로젝트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리브랜딩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던 인터뷰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게 너무 재밌었고, 회사의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서도 퇴근 후나 주말을 활용해 관련 활동을 하곤 했었다. 다만 계속 혼자 하기엔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서 컨셉진이나 롱블랙 같은 곳에서 에디터 수업을 듣기도 했다. 정규 에디터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지만 지금 일이 좋기도 하고, 에디터로 회사에 들어가기엔 망설여지는 부분들이 많아서 어떻게든 혼자 글을 써보려고 하고 있다.
작년 롱블랙 수업을 들으면서 개인적으로 손에 꼽는 몰입의 순간을 경험했고, 당시 내가 생각했던, 바람직한 리더였던 콘텐츠 리드님께 ‘이어령의 마지막수업’이라는 책을 추천받았다. 당시 나에게 위로가 되는 말들이 가득했고, 죽음을 앞둔 분의 혜안이 가득해 인생책으로 뽑을 정도로 인상 깊게 읽은 책이었다. 또 워낙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가득한 이어령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정리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그만의 시선으로 담아낸 김지수 기자님도 너무 멋있었고, 꼭 만나보고 싶었다.
마침 3월 말에 트레바리에서 김지수 기자님의 모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미 마감되어 있는 것을 보며 좌절하던 찰나 모임 일주일 전에 취소 자리가 하나 났다. 모임의 첫 책은 지성인,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담은 ‘위대한 대화’로 원래 내가 소개하려던 책이었는데 책을 1/3 정도 본 것 같은데 좋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 소화하는 데에 시간이 걸려 다 읽지 못했다. 대신 두 번째 책인 ‘궁금한 건 당신’이라는 책을 소개하고 싶다. 이 책은 작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이 풀리지 않아 헤매던 시절에 시작하게 된 인터뷰를 모아 쓴 책이다. 좀 더 인간미 있고, 공감 가는 이야기가 많았다. 첫 인터뷰인 택시기사님의 이야기부터 눈물이 나서 카페에서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정성은 작가님이 우연히 탄 택시에서 기사님은 자기가 글을 쓸 줄 알았다면 몇 십 년 동안 택시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책 몇 권은 만들었을 거라고 했다. 그때 작가님은 기사님에게 ‘제가 글을 잘 써요. 제가 써볼게요!’ 라며 택시 기사님의 인터뷰로 책이 시작된다. 택시 기사님 외에도 우리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청소부, 세탁소 주인, 유튜버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일상적이라 평소에 그냥 지나치곤 했던 분들이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냥 그저 평범한 이야기는 없었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나만의 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방향성이 안 잡혀 인터뷰만 하고 글로 남기지 못했었는데, 정성은 작가님의 방식을 빌려 써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굿 리스너의 자세로 인터뷰이의 더 깊은 이야기들을 꺼낼 수 있는 그런 인터뷰어가 되어 글을 써봐야겠다는 생각.
‘위대한 나의 발견’이라는 책의 저자 벤저민 플랭클린은 말한다. ‘인생에서 진짜 비극은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강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강점 코칭을 받았을 때 코치님이 그러셨다. 갤럽에서는 사람들의 강점을 34개로 나누는데, 나와 상위 강점 5개가 같은 사람을 만날 확률이 3천3백만 분의 일이라고. 종종 나도 모르게 나는 왜 내가 멋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처럼 되지 못할까, 아직도 계속 부족하다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 때가 있는데, 나만의 강점에 더 포커싱 하고 싶다. 글을 잘 쓴다는 이야기도 꽤나 듣지만, 너무 멋진 분들을 바라보고 가다 보면 난 갈 길이 멀었다는 게 뼛속까지 느껴질 때가 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좋은 점들이 많은 나인데, 거기에 더 집중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