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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대학원을 가고 싶다고?

by 유주

첫 매거진 발행이다. 글을 마음대로 써오다 보니 다소 낯선 기능이긴 하지만, 앞으로 이 주제로 글을 써보고 싶어 만들어 보았다.



갑자기 대학원이라니, 회사만 다니기도 벅찬데, 왜 굳이 밤에 대학원까지 다닐 생각을 했을까. 그것도 임상상담심리대학원을. 아직 확실한 건 없지만 어쩌면 이 길이 내 삶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며칠간 깊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내가 대학원을 가고 싶은 이유는 두 가지이다.


1. 나를 이해하고 싶어서


나는 우울증과 불안, ADHD를 가지고 있다. 30살이 되던 작년 초에 진단받아 꾸준히 치료 중이다. 회사 생활이 힘들었던 시기였기에 그것이 촉매제였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이유가 회사 때문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선 ADHD는 회사와 관련 없는 나의 기질적 특성일 것이다. 우울증과 불안 또한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건 아닐 테니 기저에 분명 다른 원인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임상상담심리대학원에서 공부를 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다. 이곳은 임상과 상담을 병행하기 때문에, 일반 상담심리 커리큘럼보다 우울증, 불안 등 이상심리를 병리학적으로 접근하고, 병원에서 실습할 기회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 환자이자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학교와 병원에서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었다.


지금의 나는 나를 돌보며 삶을 살아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체득하면서 알게 된 특성으로도 살아가는데 문제는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삶의 주체로서 바로 서기 위해서, 소중한 사람들에게 걱정 끼치지 않고 잘 살아내기 위해서 나를 명쾌하게 이해하고 싶었다.


2.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어서


브런치에서 깊고 울림 있는 글을 쓰는 분들을 볼 때마다 나도 저렇게 한 분야에서 울림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심리학을 공부하면 지금보다 더 전문적인 시선으로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줄 수도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회사 안에서도, 언젠가 직원들의 정신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제도를 고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처럼 어떤 역할이 맞을지 방황하느니, 대학원에 가서 정신없이 몰입하는 게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이런 이유로 26년도에 원하는 대학원에 입학한다면 좋겠다. 목표하는 대학원은 한 군데이다. 공부하고 싶은 커리큘럼이 그 학교에만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입학까지는 크게 세 가지 관문이 있다.


1. 대학원에 합격하는 것

2. 회사 내 교육심의위원회에서 통과해 학비 지원받는 것

3. 가족 등 내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


입학 과정에서 필기시험이 없어서 다행이지만, 학비가 비싼 편이라 회사 지원이 절실하다. 대학원 진학이 회사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설득할 수 있을까, 이 부분이 약간 염려된다.


지금 이 매거진은 아무 계획 없이 시작되었다. 앞으로 어떤 글이 이어질지, 내 미래가 어찌 될지도 모른다. 지금은 6월, 대학원 접수는 10월, 심의위원회는 1월에 열린다. 내 생각이 바뀔 수도, 상황이 바뀔 수도 있는 충분한 시간이기에 섣부르게 글을 올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만약 내가 몇 개월 뒤에도 이 매거진을 쓰고 있다면 나는 계속 대학원에 도전하는 거고, 아니라면 접었다거나 나중을 기약한 것이겠지. 그러나 회사 입사 후 내게 꿈이 생긴 첫 순간이기에, 이 사실만으로 내게 너무 소중하기에, 어떤 흔적이든 남겨두고자 글을 발행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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