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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 요건이 안 된다고요?

by 유주

공부하고 시험을 치는 행위는 나에게 엄청난 성취감을 준다. 9월 초에 본 사회조사분석사 2급 필기시험 150분 동안 나는 떨어지는 집중력을 억지로 붙들어 가며 문제를 풀어냈다. 계산 문제는 또 어찌나 많은지, 끝나고 나니 진이 다 빠졌다. 체력이 떨어졌구나 절감하는 동시에 합격 사실에 안도하며 신나게 놀았다. 정말이지, 너무 행복한 하루였다.


이건 마치 셀프로 고난을 만들어서 끝낸 뒤 스스로에게 행복감을 안겨 주는 느낌이다. 내가 취준생 시절 행복했던 이유도 아마 이런 성취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며칠 뒤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합격인 줄 알았던 임상심리사 2급 필기시험이 사실 자격 요건이 안 된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심리학 관련 학점을 이수하거나, 관련 경력이 있어야 칠 수 있는 시험이었다. 나는 최근에 그 자격이 없어졌다고 알고 있었고, 누구나 응시할 수 있다는 지피티의 말을 확신한 나머지 다른 정보가 잘못되었다고 믿고 있었다. 세상에나, 그래서 한동안 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합격 예정자니 응시 자격서류를 제출하라는 독촉 문자를 받다가 서류를 내지 못해 최종 불합격 처리되고 말았다.


아쉽긴 했지만 내 불찰이다. 임상심리사 실기가 어렵다고 들어서 10월 연휴에 최대한 많이 공부해 두려고 계획했는데 다소 난감해졌다.


사실 자격증 취득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으니, 어차피 공부하고 싶었던 분야였으니 실기 시험은 못 보더라도 공부는 그대로 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직 방향을 정하지는 못했다.



이번 일로 얻은 교훈

1. 지피티 말을 듣고 확신해선 안 된다. 정보는 제대로 확인하자.

2. 그래도 필기시험 칠 수 있어 행복했다.

3. 좀 피곤해도 공부하는 삶을 살자.

4. 떨어져도 괜찮아. 다음에 기회가 온다면 시험 더 잘 칠 수 있을 거다.



그래도 괜찮다. 자격증 자체가 내 삶을 대변해 주는 건 아니니까. 공부하는 삶 자체가 나를 행복하게 해 주니까. 어떤 일이 생겨도, 그래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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