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 달 이상 일기 쓰기를 지속해 본 적이 없고
한 편의 완성된 글은 대학 재학 시절 교수님께 보이기 위한 리포트 정도가 전부였던 삶이다.
내 직업의 이름 말미에 ‘작가’라는 말이 붙지만 확실히 '쓰는 사람'보단 '만드는 사람'에 가깝다.
어떻게 써야 하고 무슨 단어를 써야 할지 고민하지만
언제나 목적이 분명한 말들이었다. 내가 쓰고 싶은 말은 없었다.
끈기도 없고 의지도 없는 내게 지속적인 글쓰기란
내가 갈망하는 일 중에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지만 도전해보려고 한다.
나의 언어를 갖기 위해서.
“언어는 구획된 성역, 다시 말해 존재의 집이다. 언어의 본질은 그것이 어떤 것을 뜻한다는 사실에서 모두 소진되는 것도 아니요, 또한 그것은 단지 상징적인 어떤 것이나 암호적인 어떤 것도 아니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기에, 우리는 언제나 이 집을 통과함으로써 존재자에 이르게 된다” - 마르틴 하이데거
미디어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도 모자라
적극적으로 ‘요즘의 말’을 찾고 흉내 내고 활용하는 나로서는
생각과 가치가 붕괴되는 일을 경계하기 어렵다.
타인의 삶에 무관심한 인간들이, 평생을 자산 증식에만 몰두해 온 인간들이,
권력을 위해 모든 진실한 것들을 몰살시키고 희생시켜 온 인간들이
만들어내고 홍보하는 언어들.
그 속에 갇혀 있는 나를 꺼내기 위함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 늘 나를 채찍질하는 말로 나의 글쓰기를 시작해 본다.
타인의 고통을 무표정한 얼굴로 대면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