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패자다. 어릴때 부터 가지고 있었던 단 하나의 꿈은 정신 병리학자가 되어, 뇌연구를 통해서 항상 심리학과에서 줄기차게 봐왔던 '우울증', 'PTSD', '조울증','중독'의 생물학적 기전을 밝히고 싶었다. 장학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곳, 생활비를 지원해 주는 대학원들을 다니면서, '실험'의 늪에서 방황하다.. 20대에는 내가 세운 가설이 틀릴가능성이 대부분이며, 그것을 밝히기 위한 실험을 정확하게 구현해 내기 위해선 수십번의 실험 세팅과 시현이 필요한 것을 배웠다.. 그러면서, 점점 돈의 압박에 시달렸다.
친구들은 회사를 다니며 차근차근 돈을 벌어갔고, 교수가 되는 것 밖에는 계약직 연구원을 전전해야 하는 처지가 싫었다. 부모님도 교수가 되는건 하늘의 별따기인데, 정규직 교수가 되기 위해선 'Science'나 'Nature'지의 제 1저자가 되어야 하는데 돈도 안되는 공부, 연구원 빨리 그만두고, 젊을 때 취업하라고 성화셨고, 그렇게 떠밀려 회사에 취업했다. 그때는 정규직으로 돈 350만원 이상만 버는게 소원이었다. 나이와 전공의 특수성때문에 지원할 수 있는 대기업은 없었다.
회사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도 내 연구경력이 큰 도움이 되는 전문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업계는 너무너무 일이 많았고, 10여년간의 회사 생활동안 일 이외에 제대로 내인생을 살 여유조차 없을정도로 바빴다. 또한, 태생적으로 여리고 남들의 기대에 맞추려는 내 성격에 정글같은 회사에서 온갖 나르시스트와 나르시스트 정도는 아니지만 착하고 'Yes'를 잘하는 사람을 이용하고 괴롭히는 상사가 너무 많았기에... 내 마음은 병들어가기만 했다.
마음의 병은 몸에도 영향을 줘서 '역류성 식도염'이 생기고 '위염'이 생겼으며, '만성 소화불량'에 시달렸다. 잠을 자지 못했고, 어느날 이러다가는 큰일 날것 같아... 정신과에가서 스트레스 검사를 받았는데, 너무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이라.. 일을 당장 그만두고 휴식을 취할 것을 권했다.
휴식 후, 회사에 복귀했을때도 괜찮은 상사가 있는 곳에서는 잘 버텨냈지만, 조직개편이나 이직을 통해 폭언이 일상인 상사를 만나면 언제나 죽을거 같이 힘들었다. 왜 남들은 어짜피 그사람이 잘못된걸 인식하고 혼나고 나서도 '내탓이 아니다. 너가 이상한거다.'고 지나가는 일을 나는계속 곱씹고, 마음에 담아두고 힘들어하는 것인지...
극한의 상황에 놓이면 '타인을 찌르거나' 또는 '자기자신을 찌르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나는 언제나 후자를 선택했었다. 정말 모순적이다. 어린시절, 성경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을 이야기 하기로는 '남을 내몸과 같이 사랑하라', '타인이 내 뺨을 치거든 다른 뺨도 내밀어라'와 같은 희생에 대한 이야기 뿐이었는데.. 사회에서 행하면 내가 죽을거 같이 망가지는 수밖에 없었다. 'Yes' girl이고, 일을 잘하니 당연히 일이 몰려왔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많이 하다보니, 많은 시간을 투자하니 잘하게 되더라는 점이다.
부모님은 너가 유별나다. 했다. 다들 하는 직장생활 너만 뭐가 그렇게 힘이드는거냐고...
나는 종국에는 이해못해주는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다. 이 예민한 감각과 선천적으로 눈치보는 성격, 남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공감능력, 내가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겸손을 넘어선 자기 비하, 거절못하는 성격을 물려주고 만들어준 것은 부모님이 아니던가... 그리고 부모님은 때로는 '딸에 대한 기대, 외부에서 바라보는 자기들의 평판'의 이름으로 내 이 성격을 많이 이용하지 않았던가... 인터넷을 못하는 엄마를 위해 쿠팡이나 인터넷 주문을 해주는건 3명의 딸중 나밖에 없다. 결혼 적령기가 되어 눈을 낮춰 경제력이 없는 착한남자와 결혼하여 결국 가장이 된것도 나다. 나이 40전에는 아파트를 사길 원하셔서, 서울과 먼 아파트를 사고 그 빚을 갚고 있는것도 나다.
얼마전,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 또는 경험담을 책으로 내는 기획을 하는 지인을 만났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눈빛부터 반짝반짝 다르고, 자신의 한계를 한정하지 않으며, 자신은 특별하다고 굳건히 믿으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을 즐긴다고 했다. 나도 20대에 운이 좋아 재능과 또 노력하는 것을 즐겨하는 성격 덕분에 좋은 학교를 다녔고, 자신을 갈아 넣으며 매일 눈을 반짝이며 자신의 꿈과 실험을 이야기 하며, 자신의 재능을 믿는 사람들을 많이 알았다. 40이된 그들은 간혹 성공했으며, 거의 실패했고, 그 반짝이는 눈과 생기를 잃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한편, 최근 웃기위해 보는 200만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 채널의 '빠니보틀'은
자기는 전혀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유튜브를 하기 전까지는 실패만 하는 인생이었다고 했다. 취업과는 전혀 무관한 도예과를 나왔고 애매한 재능만 있었으며, 취업을 했지만 정말 작은기업 계약직을 전전했고, 큰 사고만 치지 않으면 정규직 전환이 보장되었음에도 정규직이 되지 못했다고 한다. 운이 좋아 여행이 좋아 시도했던 여행 유튜브가 성공했고, 여행 유튜브 contents도 이미 외국에 있었던 contents들을 모방했으며(이후 자기식대로 modification하긴했지만..), 자기는 결혼을 안한다면 월 300정도의 돈에 만족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다고...
나도 특별하고 싶었던때가 있었다.. 그래서 학부에 들어가서 남들 다 인생즐길때 혼자 이악물고 공부하고.. 학부 수석으로 졸업도 하고.. 남들 다하는 연애도 안하고.. 실험에 몰두했던때가 있었다.. 나는 노력으로 승부한다.. 였을지도..
이 나이가 되니, 정말 아인슈타인이나 뉴턴 같은 천재가 아닌 이상.. 특별한 인생은 없으며, 젊어서 재능이 돋보일수는 있지만.. 노력하는 시간을 이기는건 없다.. 하지만 노력하는 시간도 운이 없다면.. 실패로 묻힐 수있다..
그래도 도전하지 않으면 그러한 운도 따르지 않는다.. 시도도 안하면 그건 그대로 끝나지만 시도한다면, 시도한게 실패할때 끝이라고...
그래도, 이 생의 한가운데에서.. 조금의 희망이라도 품고 오늘 하루를 최선을 다하는 소수에게 정말 존경을 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