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직장인의 TV 출연 결심
2018년, tvN에서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 <선다방>을 기억하시나요? 이적, 유인나, 양세형, 로운 등 연예인들이 카페지기가 되어 일반인들의 맞선을 주선하고, 그 설렘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었죠.
당시 저는 소개팅에 지루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낯선 사람과 마주 앉아 어색한 공기를 견디며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그 과정이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았습니다.
마치 주말에도 '업무 미팅'을 하는 기분이랄까요? 평일 내내 업무로 사람을 만나 에너지를 쓰는데, 굳이 주말 귀한 시간까지 쪼개어 또 다른 업무를 하는 느낌. 그러다 문득 소개팅을 이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어차피 그만둘 거면, 마지막으로 아주 크게 '한 판' 벌이고 그만하자." 그렇게 저는 홀린 듯 <선다방> 지원 페이지를 열었습니다.
친구들에게 "나 진짜 쓴다? 방송 나간다?" 큰소리만 떵떵 치다가, 어느 날 주말 각 잡고 노트북을 켰습니다. 그런데 이거,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습니다. 지원서에는 나의 연애 타입은 무엇인지? 구체적인 이상형은? 얼굴 사진, 전신사진 첨부(필수), 그리고 나이와 직장 등 기본 스펙까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문항 하나하나가 회사 입사 지원서만큼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에이, 귀찮아 안 해!" 하고 덮었다가, 결국 다시 노트북을 열어 끙끙대며 빈칸을 채워 지원서를 완성했습니다. '전송' 버튼을 누르고 나서 "설마 되겠어"란 생각과 함께 노트북을 닫았습니다.
바로 다음 주 수요일,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선다방 작가인데 한번 뵙고 싶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경험 삼아 한번 해보자'란 생각과 함께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자'란 생각으로 약속 장소인 상암동 CJ ENM 센터로 향했습니다. 미팅룸에는 작가 두 분, 그리고 저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카메라 한 대가 있었습니다.
약 1시간 동안 이어진 인터뷰는 굉장히 생경한 경험이었습니다. 눈앞에 카메라가 있고 누군가에게 나의 과거를 다 털어놓는다는 게 일반적인 일은 아니니깐요. "과거 연애는 어땠나요?", "본인의 연애 단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작가님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제가 무심코 "과거 연애에서 좀 상처받은 게 있어서..."라고 말끝을 흐리자, 그 '상처'라는 키워드를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 주 일요일 회사 당직 근무를 서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출연 확정되셨어요. 촬영은 3주 뒤입니다."
순간, 심장이 '쿵쿵쿵쿵' 미친 듯이 뛰었습니다. 분명 나는 되고 나서 고민하려고 했는데, 촬영이 정해졌다는 말을 듣고 나서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일단 부모님께 이실직고를 했습니다. 혹시나 반대하실까 싶어 <선다방> 프로그램을 먼저 보여드렸습니다. 다행히 자극적인 예능이 아니라 잔잔하게 대화하는 프로그램이라 그런지, 부모님 반응은 의외로 쿨하셨습니다.
"이상한 방송도 아닌데 한번 나가봐라."
문제는 저였습니다. 그때부터 촬영 전까지 약 3주간, 생각보다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매일 밤 꿈속에서는 촬영장에서 말실수하는 악몽을 꾸다 깨기 일쑤였고, 따로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도 불안감에 살이 쭉쭉 빠졌습니다. 설렘 반, 공포 반. 그렇게 제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3주가 지나고, 드디어 촬영 날이 다가왔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