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부양기(1)

부모님 부양하면서 겪었던 일과 생각을 두서없이 나열합니다.

by 유염

나는 한국의 평범한 직장인이다.

동시에 딸 셋이 있는 가족의 막내이기도 하다.


필연적으로 부모님은 내 또래보다 연세가 많으시다.

20대 때 이미 환갑이셨고, 내가 30대가 되니 칠순을 넘어가고 계신다.

이 시점에서 앞으로 겪는 것들, 과거에 기억나는 일들, 생각들을 시간 순서와 관계없이 기록해보고자 한다.


안타깝게도 나의 노쇠한 부모님은 노후 준비가 되어있질 않는데, 다행스럽게 60대 후반이신 어머니는 아직 일을 하고 계신다. 이것만으로도 당분간은 한시름 놓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어머니는 집에서 쉬는 것보다 나가서 사람을 만나면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신다.

또 지금 하시는 일이 꽤 오래되어 작지만 한 파트의 장을 하고 계신데, 이게 꽤나 마음에 드시는 모양이다.

으레 그렇듯 부모님 세대에서는 뭐든 완장 차는 것이 좋게 느껴지시나 보다.

나는(우리 세대) 팀장은 일만 늘고 부담, 책임감만 늘어서 기피하게 되는데 이게 세대 차이 인가보다 싶다.

현재 하시는 일을 최소 2년만 더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계시고, 나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돈은 둘째고 스스로가 사회에 쓸모가 있는 느낌을 느끼는 부분이 정신적으로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이 든다.


누구 하나라도 정신이 무너지면 가족 구성원이 모두 힘들어진다.


과거에 아버지가 일을 놓으시면서 부쩍 히스테릭 해지셨는데, 마치 갱년기+사춘기 같았고 의사소통은 대화가 아닌 짜증만 내어 대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당시에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사회에서 쓸모를 다했다는 공포심과 불안감이 있었던 것 같다.

(당연하게도 말로는 표현을 안 하시므로 모두 추측이다.)

현재 집에서 공과금 관리를 하고 계신데, 이것만큼은 우리를 시키지도 않으시고, 어머니한테 방법을 알려주지도 않으신다. (어머니는 공과금을 내본 적이 없으시다.)

집안 업무의 한 꼭지라도 담당하고 싶으신 것 것 같다.


사실 당시에는 이해 못 하고 갈등만 깊어졌었다. 지금에서야 겨우 그래그래~ 하고 받을 수 있는 여유가 조금 생겼는데 아마도 부모님과 거주지를 따로 분리하면서 오히려 좋아진 경우라서 이 얘기는 추후 서술해보고자 한다.


앞에 얘기했지만 우리 집은 딸이 셋이다.

그런데 왜 세명중에 내가 '주'부양자가 되었는지 정리해보자면

8살 많은 큰언니는 이미 한 가정을 꾸리고 있고 여유 있는 편이 아니다. 다정다감한 성정도 아니라서 연락은 둘째고 경제적으로 손 벌리지 않으면 다행인 상태이다.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상처받겠지 하지만 팩트)

3살 많은 작은언니는 언제든 결혼할 여지와 가능성이 있는 상태이다. 미래가 있는 사람이고, 집안에서 제일 다정다감한 성정이라 정신적 지주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금전적인 부분은 별로 부담을 주고 싶진 않다. (의도적으로 부담을 안 줘도 성격상 부담을 알아서 갖기 때문)

이런 상태이다 보니 나는 결혼할 생각도 별로 없어서 미래도 없고 (타인에게 관심 안 생긴다)

셋 중에서 객관적 수치로 소득이 제일 많은 상태이기에 암묵적으로 집안에서 내가 부양하는 것처럼 역할이 굳어져 버렸다.

이게 20대~30대 초 까지는 종종 억울한 기분이 들은 것도 사실이다.

근데 그런 기분은 언니들을 대상으로 들은 것은 아니고 또래 친구들, 직장동료들을 대상으로 비교했을 때

너무 일찍 노쇠한 부모를 부양하는 삶에 접어든 것과 그들은 안 해도 될 걱정들을 해야 한다는 것에서 시작되었던 것 같다. 비교는 끝이 없다. 물론 나보다 안 좋은 상황의 사람도 당연히 있다.

하지만 그들이 힘들다고 하여 내가 안 힘든 것이 아니므로 안 좋은 생각은 나를 늘 끌어내렸다.


부모님 부양은 자녀의 양육과는 다르다.

자녀의 양육은 아이가 성장하면서 인간으로서의 종합적인 가치가 상승하는 일이다.

그래서 아이의 성장이라는 성과가 어떤 방식으로든 느껴질 터이다.

하지만 부모님을 부양하는 일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며, 그마저도 돌아가시면 모두 소멸해 버리는 활동이기 때문에 솔직히 문득문득 허망한 심정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막내라서 그런지 내가 제일 가족적인 편인 데다 언니들이야 나보다 8, 3년씩은 더 부모님과 함께 했으니 같이한 시간도 내가 제일 손해다.


아무튼 지금 나의 제1 가치관은 나중에(없을 때) 후회하지 말자 이고, 일단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서 해온 것들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상태이다.


앞으로 잘 이어질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치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