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부양기(2)

부모님 부양하면서 겪었던 일과 생각을 두서없이 나열합니다.

by 유염

이번에는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 시작해볼까 한다.


요즘은 부모가 30대 중반~40대에 아이를 낳는 것이 흔하다.

하지만 내가 태어나던 즈음에는 40대 초의 아버지는 주변에 축하를 받으며 술을 사야 했고

(이때 낸 술값을 아직도 운운하신다.)

30대 중반의 어머니는 노산이었다.

(TMI: 딸이면 지우려고 했는데 병원에서 초음파를 잘못 봐서 아들인 줄 앎. +역아여서 제왕절개를 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늦둥이'로 불렸고, 반에는 형제가 이렇게 많은 집안이 없었다.

친구들보다 나이가 많은 부모님과 언니들이 있어서 약간 더 빨리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버렸고 염세적인 사람이 되었다.

상징적인 일화가 있는데, 6살 때 유치원에서 크리스마스 때 부모님들이 준비한 선물을 산타가 나눠주며 한 명씩 무릎에 앉혀서 사진을 찍어주는 행사를 하였는데,

이 날 산타에게 "이거 하면 하루에 일당 얼마 받느냐"라고 물어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 생각하면 그분이 얼마나 당황스러웠을지 조금 미안해진다.


각설하고 예나 지금이나 아이 셋을 키우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부모님이 항상 빠듯해하는 모습을 계속 보고 자라다 보니, 초등학교 시절에는 용돈을 받으면 필요 없으니 엄마 쓰라고 거절하는 일이 많았고, 실제로 돈을 쓸 일도 별로 없었다. 그 돈은 결국 언니들에게 갔다.


이런 환경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항상 미래를 염두하고 대비하는 성격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20대 때부터 이미 내 관심사는 나의 노후였다.

하지만 내 경험과 지식과 자본이 뒤따라주지 못해 정말 관심'만' 있었다.


20대 중반에 취업을 하고 나의 노후대비를 시작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는데,

부모님의 노후 준비가 정말 하나도 안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자식이 셋이라 저축이 어렵기는 했으리라)


이때부터 조금씩 은연중에 마음의 준비를 시작했던 것 같다.

'계속 이 상태라면 내가 부양하게 되겠구나'

물론 중간에 반항기처럼 현실도피를 하려던 시절도 있었으나 이내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과정도 내 머릿속에서 정리가 된다면 추후 잘 기술해 보도록 하겠다.

이렇게 점점 자연스럽게 나의 연애나 결혼은 선택지에서 지워져 갔다.

(어느 누가 부모님 부양하는 여자랑 결혼하고 싶겠는가? 양쪽 모두 부담스럽다. 누구든 이해되는 부분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두 가지(연애, 결혼)는 내가 선호하는 관심사가 아니어서 큰 내적갈등 없이 받아들여졌다.


나는 주로 여행이나 게임에 나의 남은 기력을 할애하는 편이고 여행도 호화롭게 휴양보다는 모험이나 식도락 여행 위주라 경비를 아끼는 편이었다.

그 마저도 30대 초반이 지나니 흥미가 많이 떨어져서 이제는 정말 주로 집에만 있어서 유흥지출이 크지 않다.

게임도 요즘 많이 비싸졌지만 타이틀 하나 사면 몇 십 시간은 즐길 수 있으니 시간대비로 '가성비'가 나쁘지 않은 취미라 할 수 있겠다.

그 외 13년째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유일하게 추가 지출 되는 부분이 고양이다.

그나마 고양이 관련 지출은 작은언니와 분담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월급에서 나의 유흥이나 기본으로 지출되는 것보다 부모님에게 나가는 돈이 더 많아지고 남는 돈이 생겨도 나중을 위해 (수술비) 저축을 나름대로 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내 상황과 성향이 이래서 보기보다 + 생각보다 의외로 스트레스가 크지 않다.


여기까지 나의 성향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해 보았는데,

조금이나마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돈으로 스트레스받지 않을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치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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