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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 Oct 28. 2023

얽힌 목걸이를 풀어내듯

늘 입은 이 정장에 목걸이는 빠지면 안 됐다. 귀걸이든 목걸이든 액세서리는 필수였다. 한 손에 결혼할 때 받은 목걸이를 집어 들고 출근길을 나섰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목에 걸려고 보니 줄이 얽혀 있었다.

'줄이 얽혔다면 풀 수도 있겠지 뭐. 좀 번잡해도 한번 풀어보자.'

바삐 걸음을 옮기며 하나하나 풀어내고 있었다. 아뿔싸. 꼬여있는 줄은 알았지만 묶인 줄은 몰랐다.

당장 목에는 차야겠고
쉬이 풀리지는 않고
찬찬히 얽혀있는 줄을
하나씩 옮겨보다가
마지막 매듭 하나에서 멈췄다.
아무리 당겨도 밀어도
꼼짝 않는 단단한 묶음이었다.
더는 이동 중에 안 되겠다 싶었다.

문득

결혼은 통과의례로 했으나
마음은 예전 같지 않고
꼬인 것을 헤집을 때는 풀려가는 듯하나
여전히 매듭은 안 풀리고
잘라내 버리자니 삶이 망가지고
지키자니 제 기능을 못하고

온갖 생각이 밀려왔다.

지하철을 기다리며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고
짧은 손톱으로 한 줄 집어 들고
살살 풀어내며 구멍을 만들었다.
다됐다.
조금만 더 풀어내서
통통한 고리가 나올 수 있는 공간만 만들면 되었다.
 
목걸이 하나
얽힌 줄을 풀어내는 일도
멈춰 서서 자세히 관찰하고
주의를 기울여 풀어내야 하거늘

읽히고 설킨 감정의 실타래를
애써 풀어보려 노력한 적이 있는가.
잔잔한 감정의 일렁임이야
참아서 드러내지 않고 지나가는 듯 하지만,
부딪힘은 계속되고 그 중 하나 크게 터진다.

핵심은 내가 그를 존중하는가.
그 매듭 하나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니
사사건건 남편에게도 거리끼는 마음이 생기리라.

매듭을 당길수록 더욱 단단하게 묶이더라. 살살 놓아주며 관계를 풀어내야지. 일단 오늘 회식인 남편에게 쏟아질 잔소리를 미리 삼켜본다.

덧, 화장대 위에 내 목걸이가 하나뿐이었던 것처럼 결혼적령기에 나 좋다고 쫓아다니던 사람은 그놈 한 명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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