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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 Jul 04. 2023

너의 구구단과 나의 타자 연습

연습을 해야 속도가 나지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방금 한컴 타자 연습에 들어가 장문 연습을 해봤다. 220타였다. 컴퓨터를 처음 접한 이래로 따로 자판연습을 해본 적이 없었다. 고백하자면 육아휴직 중에 혼자 연습해 본 적은 있었다. 중도 포기했다. 몇 번 연습하다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이 답답해 미칠 것 같아 자연스레 그만뒀다.


 사내 메신저로는 친한 한 두 명 외에는 사적인 메시지도 주고받지 않았다. 한번 시작하면 티카타카 해야 하는데, 느린 타자로는 내가 답답해서 잘 대화하지 않았다. 타자 속도만 느린 것은 아니다. 정확도도 떨어져 늘 나의 사내 메신저는 오타 대잔치였다. 그러니 조용히 있을 수밖에.


 더 거슬로 올라가 보자면, 대학교 시절 리포트는 어떻게 썼나. 책을 찾아 그대로 옮겨야 하는 리포트가 있다면 여동생을 시켰다. 빠른 속도로 툭툭 쳐나가는 동생이 참 고마웠다. 나도 동생의 숙제를 그 외의 방법으로 도왔다.


 다시 나는 빠른 타수를 갖고 싶어졌다. 내친김에 영타도 좀 익히고 싶었다. 일할 때 타다다닥 자판을 쳐내는 옆자리 직원은 늘 업무처리가 빨랐다. 글을 쓸 때도 머릿속 생각을 손가락이 재빨리 따라갔으면 했다.


 정말 하나하나 자리를 외워가며 익히면 나도 빨라질 수 있을까? 내 앞에서 구구단을 3단을 더듬더듬 익혀가는 아이가 결국은 구구단을 다 외울 것을 믿지만, 내가 독수리 타자에서 벗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더듬더듬 구구단을 외워가는 늦은 아이와 40이 다 되어 독수리 타법을 벗어나겠다고 타자 연습을 결심하는 늦은 엄마. 누가 먼저 이 터널을 통과할지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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