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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샹어 Apr 03. 2023

옆집 엄마 3억 번 얘기 (3)

10번 찍어도 안 넘어가는 경매 패찰기




3. 10번 찍어도 안 넘어가는 경매 패찰기 




토지 수업에 이어서 경매 초급 수업을 들으면서 역시 초급이 나한테 맞는 옷임을 알았다. 

토지는 아버지 외투쯤...

행복재테크 경매 초급은 쿵쿵나리 선생님이 꽉 잡고 계신데 내 배꼽도 같이 잡고 계셨다.

수업이 어찌나 재밌던지, 선생님의 실제 경험담이라 드라마보다 더 빠져들었다. 

그런데 수업을 듣는 도중에 첫 번째 낙찰자가 등장했다. 

수강이 끝나기도 전에 낙찰이라니! 우등생처럼 대단해 보였다. 

나도 빨리 낙찰을 받아보고 싶은 욕심이 피어올랐다. 

조급함.

투자에 있어서 백전백패하는 마음이 바로 '조급함' 임을 이제는 조금 알 거 같다.

하지만 상승장이라는 불꽃에, 초짜의 서툰 열정이 휘발유가 되어 브레이크는 이미 고장이 났다. 

가파르게 오를 때는 시간도 투자이므로 엑셀을 밟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하기도 했기에,

남편과 나는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서 본격적 투자를 위한 자본금을 마련했다. 

입찰을 하려면 물건부터 정해야 했기에, 나름의 기준으로 조건을 정했다. 


            권리 분석이 쉬운 것          

            수도권 아파트          

            최소 500세대 이상          

집에서 1시간 내 위치 


기준에 맞는 후보를 고르기 위해 하루 3시간 이상씩 유료 경매 사이트를 헤맸다. 

그렇게 처음으로 찾은 후보는 경기 북부 의정부에 있는 H 아파트였다. 

임장도 가서 단지도 둘러보고, 현관문 앞까지도 갔다가 곳곳에 사진도 찍었다. 

부동산도 몇 군데 들렀는데, 그다지 영양가 없는 질문들을 두서없이 하면서 이제 좀 나가줬으면 하는 눈빛에 뒷걸음질 쳐야만 했다. 

그래도 내 마음은 진지했고, 이미 마음으로는 낙찰까지 받아서 매도를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첫 입찰이 키자니아


드디어 첫 입찰일이다. 

아이를 맡기려던 계획이 안 맞아 7세 어린이와 동반 입찰하게 되었다. 

시작부터 난코스다. 

우선 아이에게 상황 설명이 필요했다. 



"오늘 엄마 키자니아 가는데 같이 갈래?

(아무말대잔치 대상 수상)

우리 키자니아 갔던 거 생각나지?

오늘 엄마가 은행이랑 법원 체험 가거든~ 은행부터 갈 거야 (입찰 보증금 수표 발급용)"



수표 발행 수수료 400원이라 천 원 내고 600원 받으니 아이가 해맑게


"엄마 키조 받았네?"

(아무말대잔치 최연소 수상)



이제 법원 갈 거야

- 거기는 뭐 하는 곳인데?

약속 안 지킨 사람들 중에 누구 잘못이 더 큰지 알려주는 곳이야

-엄마 약속 안 지켰어?

법원이 또 다른 일도 하는데, 약속 안 지키면 가지고 있던 보물 내놓고 새 주인 찾아주기도 해


머리로는 입찰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입은 아이와의 수다에 쉴 수 없었다. 

뭐든 처음은 설레는 법, 룰루랄라 날씨도 좋고 데이트 가는 마음으로 의정부 법원 도착했다. 

연습해갔던 입찰기 입표를 실제로 보니 ‘실전이다!’ 싶었다. 

오타 안 나게, 

0하나 더 안 쓰게 집중해서 기입하는데

"엄마 해는 동그라미가 몇 개야? 조가 더 커, 해가 더 커?"

몇 백 수익 생각하고 온 엄마하고는 배포가 다르구나 너! 속으로 놀라던 차에 진짜 놀랄 일을 발견했다. 

법인 입찰 시 법인등기 제출 필수인데 없다... 

민원실에 방법을 문의하니 바로 옆 종합민원실에서 발급하라는 안내를 받고 떨어질 뻔한 간 구출했다. 

이제 입찰봉투 제출하고 아이랑 묵찌빠 백 번쯤 하니 11:50분부터 개찰을 시작했다. 

사건이 많고 내 차례는 안 오고 한 시간쯤 지나니 입찰했던 사건번호가 불렸다. 

73명이 우르르르...

내가 안목이 있었다며 스스로 자존감을 부여잡고, 당당하게 패찰 했다. 



<간추린 입찰 후기>

1. 대표자 신분증 + 법인인감 필수

2. 법인이라면 법인등기 지참

3. 보증금은 당일 말고 미리 준비

4. 가급적 아이는 함께 가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면 동반 입장 가능)

5. 모든 서류와 입찰기입표까지 미리 준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입찰 못한 입찰



다음 목표는 인천 송도였다. 

주말에 온 가족 나들이 겸 임장도 갔고, 유명 국제 학교가 인근에 있어서 대형 평수 임차 수요가 풍부했다. 고급 자재로 지어진 아파트는 조경까지도 마음에 들었고, 권리 분석마저 깔끔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라는 구멍 병사의 구멍은 산발적이었다. 

결정적인 자금 준비가 미흡했다.

웨딩드레스 입고, 신부화장하고 결혼식장에 입장하려는 순간 신랑이 없는 난감함?!

입찰일 아침부터 아이들을 친정에 맡기고 은행으로 향했다.

이자 좀 더 받아보겠다고 법인 MMF에 넣어두었는데 당일 출금이 안된단다...

법인 MMF 계좌는 환매 신청 후 익일 출금 가능

시간이 없었다.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서 마음먹은 입찰을 해야 했다.

촌각을 다투는 시간이 갔다.

째깍째깍... 남편 명의로 대출을 일으켜 입찰금을 수표로 발행하고 법원으로 출발하면서 어쩌면 나는 알았다.

입찰 마감시간 안에 못 갈 거라는 것을.

그래도 가고 싶었다.

인천법원 입찰 마감시간은 오전 11:20분

나의 도착시간 오전 11: 25분

입찰에 지각이라니...


첫 입찰을 했던 의정부법원과 두 번째 입찰을 간 인천법원은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법정 규모도 크고 쾌적했으며, 개찰 방식도 투명했다.

의정부는 입찰 마감을 하고 개찰까지 대략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고 그 시간 동안 직원들이 작업을 거쳐 최고가 매수인과 차순위를 선별하여 발표했는데 인천은 입찰 마감과 동시에 개찰이 시작됐다.

응찰자 전원의 입찰표를 열어 큰 TV 모니터에 하나씩 비춰주었다.


어느덧 내가 준비했던 사건번호 차례다.

나의 입찰금액보다 무려 1100만 원 낮게 낙찰.

지각 안 했으면 내가 낙찰이었다.

낙찰이 되었다면 차순위와 천만 원 넘게 차이 나는 상황에 잠 못 이루는 밤이었을까

첫 낙찰의 기쁨으로 달랬을까

초 긍정의 마음으로 좋은 경험했다고 하기에는 후회도 반성도 이불킥도 실컷 했다. 

너무너무 허무했다.





사람은 자신이 그린 대로 급매를 사러 간다



주말마다 놀이터 투어라는 컨셉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아파트 임장을 다녔다.

주로 인천에서 부천 주위였고, 가급적 대단지, 역세권을 벗어나지 않으려 했다. 

주중에도 아이들 기관에 가있을 때는 임장, 입찰, 패찰, 임장, 입찰 패스를 반복했다. 

신안산선 이슈로 안산 투어도 하고 역시나 패찰 했지만, 무리해서 낙찰을 위한 입찰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상승장은 시세 낙찰이 되는 추세이기도 했고, 이럴 거면 급매가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던 중에 첫 낙찰은 엉뚱하게 토지로 받았다. (이 스토리는 6번에서 써보겠다.)


"사람은 자신이 그린 대로 살게 된다."라고 송사무장님께서 말씀하셨지. 

아파트 패찰 10번 채우고 급매를 하겠다고 다짐을 해서인지 정말 그 길 그대로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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