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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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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Jun 03. 2016

다시 찾고 싶은 그곳, 싱가포르

서른이 되기 전에 떠난 내 생에 첫 해외여행

"야, 우리 졸업하기 전에 해외여행 한번 가보자! 학생일 때 한번 나갔다 와야지!"


대학시절 단짝 친구와 술 마시면 늘 하는 얘기였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학점관리, 스펙 쌓기에 집중하느라 결국 술자리 안주거리일 뿐이었다.


"시간 참 빠르다, 우리 조금 있으면 서른이야. 20대 때 해외여행 한번 가야 하지 않겠냐?"


대학을 졸업하고 각자의 생활을 하면서도 해외여행은 여전히 우리의 술자리 안주거리였다. 변한 게 있다면 학생일 때 가자에서 서른 전에 가자로...

나의 첫 해외여행은 여기서 시작됐다!


왜 하필 서른을 넘기기 전에, 20대에 가고 싶었는지 묻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그 당시 그렇게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주변 친구들을 보면 워킹홀리데이다 유학이다 해외를 한 번도 안 다녀온 친구들은 나와 내 대학 친구들 뿐이었다. 이렇게 남들 다 가는 거 그냥 우리도 가보고 싶었다.

여기에 서른이라는 나이가 갖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도 한몫했다. 서른은 왠지, 20대와는 많이 다를 것 같았다. 진짜 어른이 다 된 것만 같았고,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책임이 커지고 자유롭지 못한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서른을 이미 넘긴 지금 생각해보면 말 그대로 그냥 상징적인 의미일 뿐이었다. 이미 서른을 넘긴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특별히 다르지 않다는 것을.


첫 해외여행지로 싱가포르를 선택한 이유는 1+1=2 만큼 단순했다. 포털사이트에서 '초보 해외여행'이라는 검색 한 번으로 결정이 났다. 감성이라고는 거의 없는, 이성과 논리로 똘똘 뭉친 무뚝뚝한 공대생 두 명에게 비교와 고민은 사치였다. (그렇다! 조금은, 아니 아주 우울하게도 남자 단둘이서!!! 해외여행을 갔다. 배낭여행도 아닌 관광여행으로ㅠㅠ)

안전한 치안, 깨끗한 도시, 편리한 교통, 많은 볼거리 등을 이유로 초보 여행자에게 좋은 해외여행지 TOP5 안에 랭크되어 있는 걸 보고서 바로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그리고...

그 해 가을, 마침내 나는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Singapore Changi International Airport), 인천만큼 좋지는 않아도 아주 깔끔했다
차이나타운 근처 사거리, 싱가포르는 거리가 정말 깨끗하다


여행에 맛들리다


살면서 여행은 종종 다녔다. 나의 여행은 주로 동해, 서해, 남해, 매년 여름 바닷가로 피서를 갔다. 그때는 피서도 여행이라 생각했다. 물론 피서도 여행의 한 종류로 볼 수 있겠지만 물놀이하고 밤새 술 마시며 노는 게 전부였던 피서는 배낭여행이나 관광여행 같은, 우리가 흔히 아는 여행과 비교하면 일상탈출을 위한 며칠간의 바람 쐬기, 혹은 나들이 정도가 더 어울렸다는 것을 싱가포르를 여행을 통해 느끼게 되었다.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사진으로 미리 다 봤지만 사진 속 그 모습을 실제로 보면 알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TV로만 봤던, 혹은 잡지나 블로그에서 봤던 그곳에 지금 내가 와있구나라는 뿌듯함과 자랑스러움 같은 것들이 느껴졌다. 아마 함께 온 친구도 그랬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는 순간 서로를 잊은 채 아무 말도 없이 보고 또 보며 감탄만 연발했으니까. 같은 곳에 대고 사진을 찍고 또 찍었으니까.

머라이언 파크(Merlion Park), 싱가포르의 상징 '머라이언'

머라이언은 'lion'과 'mermaid'의 합성어로 상반신은 사자, 하반신은 인어다. 하반신 인어는 고대 싱가포르를 '항구도시'로 칭한 것에서 유래했고, 상반신 사자는 산 크리스트 어로 국호인 '싱가푸라(사자의 도시)'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참 묘~~~한 매력이 있는 친구다. 습하고 뜨거운 싱가포르 날씨에 지친 관광객들을 위해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어내는 모습이 늠름하고 믿음직스러우면서도 귀여운 구석이 있다. 사람들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기에 랜드마크로서 아주 제격인 것 같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Marina Bay Sands Hotel)과 아트사이언스 뮤지엄(ArtScience Museum)

우리나라 기업인 '한 쌍의 용'에서 건설해서 더욱 유명해진 호텔. 디자인이 멋지기도 하지만 57층 높이의 루프탑 수영장으로 특히 유명하다. 수영장 이용은 호텔에서 숙박을 해야 하지만 옥상 스카이라운지는 티켓을 구입하면 입장이 가능하다.

이곳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저녁이면 호텔에서 발사되는 레이저쇼인데 아쉽게도 난 시간대가 맞지 않아 볼 수 없었다. 비록 레이저쇼는 없었지만 스카이라운지에서 바라본 마리나 베이의 야경은 계속 봐도 질리지 않을 만큼 충분히 멋지고 로맨틱했다. 와인 한 잔 당기는 밤이었다.

싱가포르 금융지구, 우리나라 여의도와 많이 닮아있다
초저녁 무렵의 마리나 베이(Marina Bay)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옥상 샌즈 스카이 파크에서 내려다 본 야경


내 안에도 흥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평소 시끌벅적한 음악에 활기 넘치는 젊음의 장소를 좋아하는 편이기는 하다. 하지만 타고나기를 흥이 있는 캐릭터는 아닌지라 흐르는 음악에 몸을 맡기며 열정적으로 즐기지는 못했다. 선비처럼 얌전히 술만 마시는 턱에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다지 재미없는 친구로 불명예스러운 낙인이 찍혀있었다. 만약 그 친구들이 클라크 퀘이에서 나와 마추쳤다면 분명 깜놀했을 것이다.


클라크 퀘이는 싱가포르의 불타는 밤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반드시 와야 할 곳이다. Bar와 Pub이 즐비해있고 가게 곳곳에서 시간대 별로 라이브 공연도 열린다. 거리에는 음악소리가 단 1초도 끊이질 않았다. 흥에 겨워 몸이 근질근질하다면 따로 스테이지를 찾을 필요도 없다. 서있는 곳이 곧 스테이지. 길거리에서 춤을 춰도 어색하지 않은 곳, 그곳이 클라크 퀘이다.


거리 전체가 마치 축제 같은 분위기다. 때문에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쉽다. 남녀노소, 국적 불문, 그냥 맥주 한 병들고 다가가서 말을 걸면 그때부터 우린 친구다. 이런 분위기와 문화가 너무 좋아 4일 일정 중 이틀 밤을 클라크 퀘이에서 보냈다. 만약 싱가포르에 다시 오게 된다면 첫날밤에는 역시 무조건 클라크 퀘이다.

활기 넘치는 클라크 퀘이의 밤
수상보트를 타면 리버사이드를 둘러볼 수 있다. 만취해버린 난 혹시나 위험할까 싶어 타지 않았지만 나중에라도 꼭 한번 타보고 싶다
친구, 연인끼리 리버사이드 야경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많다
싱가포르에 가면 꼭 가야 하는 식당, 점보 씨푸드 리버사이드 포인트

몇 군데 지점이 있지만 리버사이드 지점은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 좋다. 온라인으로 예약이 가능하지만 나는 호텔 직원에게 부탁해서 예약을 했다. 테라스 자리가 아니라서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두둥! 칠리크랩의 위엄


모처럼만에 느껴보는 여유


그동안 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세상의 속도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를 다그치며 살아왔다. 물론 그 덕분에 제때 대학을 졸업하고 제때 취업을 하여 직장인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삶에 있어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하지만 기계가 아닌 난 그런 삶에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다. 슬럼프가 찾아왔다. 어쩔 수 없지만 잠시 쉬어가야겠구나 싶었는데, 나도 모르게 난 나 자신을 더욱더 다그치며 전보다도 더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여유를 가져야 할 때 어떻게 여유를 가져야 할지 몰라 선택한 내 나름의 슬럼프 탈출 방법이었다고나 할까? 만약 지금 슬럼프가 찾아온다면 이제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여유를 느낄 수 있는지를 센토사섬이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센토사섬은 다양한 즐길 거리와 인공비치가 있어 여유와 액티비티를 다 잡을 수 있는 곳이다. 초보 여행자인 나와 친구는 사전에 알아본 정보가 없어 뭘 하며 어떻게 즐겨야 할지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우린 그저 해변에 앉아서 풍경만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해변을 걷고 있는 연인들, 물놀이하는 아이들, 태닝하고 있는 여자들.^^*

아무 생각 없이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그 시간이 평화로웠다. 세상의 속도에 맞춰지지 않은 온전한 내 시간을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얽매여 일 것도, 쫓길 것도 없었다. 모든 생각, 행동, 시간을 세상의 기준이나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닌 나 자신에게 맞춰진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나에게 맞춰지고 나니 비로소 여유가 느껴졌다. 대학생이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제대로 여유였다.

실로소 비치의 오후, 한적한 해변이 여유를 느끼기에는 더없이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팔라완 비치로 넘어가는 길에 지나간 비키니 바, 그런데 대체 직원들은 어디에...?^^*

팔라완 비치의 모래사장은 입김으로 후~ 불면 다 날아갈 듯 매우 곱고 순수했다. 조개껍질이나 유리 같은 불순물들도 없고 모래 입자가 워낙 미세해서 맨발로 디뎠을 때 촉감이 부드러웠다. 계속 발을 비비적대고 싶게 만들었다. 햇빛의 온기까지 품고 있어 걸을 때마다 족욕하는 것처럼 발이 따뜻해 기분이 좋았다.

선베드에서 휴식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주말 밤이면 비치 파티가 열린다고 한다. 다음엔 센토사에서 1박을...
팔라완 비치의 고운 모래




싱가포르는 나에게 여행에 맛들리게 해 주었고, 내 안에 감춰두었던 흥을 꺼내 주었고, 오랜만에 삶의 여유를 느끼게 해 주었다. 이런 것들이 내가 여행을 좋아하도록 만들었고 세계 각국의 도시를 모두 가보는 것은 이제 내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그저 밋밋하기만 했던 나의 삶에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에너지를 얻었다.


여행을 다녀오면 항상 아쉬움이 많이 남고 또 그곳에 가고 싶어진다. 그렇지만 막상 여행을 갈 기회가 생기면 한 번도 안 가보지 않은 새로운 곳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해외여행의 경우에는 더 그럴 것이다. 세계에는 정말 많은 나라, 도시, 여행지들이 있으니까. 물론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싱가포르만은 꼭!!! 다시 갈 것이다. 맥주의 첫 목 넘김만큼이나 짜릿했던 그곳, 싱가포르에서의 느낌을 또 한 번 느껴 보고 싶다.



< TRAVEL NOTE >


머라이언 파크 (Merlion Park)

머라이언은 싱가포르 전설 속에 등장하는 상상 속 동물로 상반신은 사자, 하반신은 물고기의 몸을 가지고 있다. 1972년 당시 수상이었던 리콴유의 제안으로 만들어졌으며, 2002년에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 머라이언상 말고는 특별할 게 없는 공원이지만 입에서 물을 내뿜고 있는 머라이언과 함께 사진을 찍지 않고 간다면 싱가포르 여행을 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단연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중의 랜드마크다.

[가는 법] 1 Fullerton Rd, Singapore 049213
 - MRT Raffles Place 역에서 마리나 베이 방향 도보로 10분

[전화] +65 6736 6622


마리나 베이 샌즈 (Marina Bay Sands)

마리나 베이(싱가포르 남쪽 센트럴 에어리어에 있는 지역)에 위치한 5성급 호텔. 우리에겐 우리나라 쌍용건설이 설계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배 모양의 루프탑 수영장은 인생사진 명소로 모든 여행객들의 로망이다. 수영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호텔에 숙박해야 한다. 수영장과 더불어 밤에 열리는 레이저 쇼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로, 루프탑 데크에서 와인 한 잔에 마리나 베이를 내려다보며 로맨틱한 레이저 쇼를 즐겨보자!

[가는 법] 10 Bayfront Ave, Singapore 018956
 - MRT Bayfront 역에서 바로 연결

[숙박정보] 홈페이지 참조
 - https://ko.marinabaysands.com

[전화] +65 6688 8888


클라크 퀘이 (Clarke Quay)

싱가포르 강에 위치한 강변 부두로 강변을 따라 조성된 거리를 지칭하기도 한다.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모이는 곳답게 다양한 나라의 퓨전 레스토랑들이 즐비하고, 트렌디한 BAR와 클럽들이 모여있어 싱가포르 나이트 라이프의 중심지다. 낮보다는 밤이 더 예쁜 곳으로 크루즈를 타고 강을 따라 클라크 퀘이의 야경을 만끽할 수 있다.

[가는 법] 3 River Valley Rd, Singapore 179024
 - MRT Clarke Quay 역에서 도보로 6분

[전화] +65 6337 3292


점보 씨푸드 레스토랑 - 리버사이드 포인트 (Jumbo Seafood - Riverside Point)

싱가포르 하면 칠리 크랩! 칠리 크랩 하면 대표적인 곳이 바로 점보 씨푸드 레스토랑이다. 싱가포르를 넘어 세계 각국에 체인점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서울 도곡동에 있다. 본점은 싱가포르 East Coast Seafood Centre 점인데, 내가 방문했던 클라크 퀘이의 리버사이드 포인트 점도 클라크 퀘이의 멋진 야경 덕분에 인기 있는 지점 중 하나다. 예약은 무조건 필수!

[가는 법] 30 Merchant Rd, #01-01/02 Riverside Point, Singapore 058282
 - MRT Clarke Quay 역에서 도보로 6분

[메뉴 및 가격] - 지점 별로 메뉴 및 가격, 이용 기간이 다르다.(아래는 2019년 9월, 리버사이드 포인트 지점 기준.)
 - SET MENU A ~ F 218달러 ~ 858달러 (2019년 6월 17일 ~ 2019년 9월 30일 이용 가능) 
 - CHEF RECOMMENDATIONS : 칠리 크랩 23.8달러
 - TREASURES OF THE SEA SPECIAL SET MENU A ~ D 198달러 ~ 498달러
 - A LA CARTE MENU (메뉴 및 가격 변동 가능)
  * A LA CARTE : 코스별 음식을 직접 선택하여 결정하고, 그에 따라 각 메뉴의 단품 금액으로 지불하는 것
 - VEGETARIAN A LA CARTE MENU
 - VEGETARIAN SET MENU 45달러

※ 상세 메뉴는 홈페이지 참조

[예약 및 상세 정보] https://www.jumboseafood.com.sg/en/home

[전화] +65 6593 3257


센토사섬 (Sentosa)

우리나라에 제주도가 있다면 싱가포르에는 센토사가 있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센토사'는 말레이어로 '평화와 고요함'을 뜻한다.
동양 최대의 해양수족관 S.E.A 아쿠아리움을 비롯해 예쁜 난꽃 정원인 오키드 가든, 아시아 문화의 생활상을 재현해 놓은 아시안 빌리지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이 외에도 아이들을 위한 판타지 아일랜드와 유니버셜 스튜디오, 스카이라인 루지 등의 액티비티적인 요소가 갖추고 있다. 그야말로 섬 전체가 작은 놀이동산. 센토사에서는 지루함이 낄 틈이 없다.

[가는 법] 39 Artillery Avenue, Singapore 099981
 - 비보시티(VivoCity) 쇼핑몰 3층에서 모노레일 이용
  *비보시티 : MRT HarbourFront 역에서 도보로 3분
- Mount Faber Station에서 케이블카 이용
  *Mount Faber Station : 109 Mount Faber Rd, Singapore


참고 : Visit Singapore, 위키백과, 구글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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