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완성 후 투고에 성공 하기까지
여행에세이를 출간하겠답시고 본격적으로 끄적거린 지 어언 3년, 기나긴 원고 작업이 드디어 끝났다. 무슨 여행 에세이 쓰는데 3년씩이나? 얼마나 대단한 '작품'을 썼길래?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꼬박 글만 쓴 건 아니다. 직장인이기에 월화수목금 하루 (최소) 8시간은 회사에서 보내야 했고, 1시간 반이 걸리는 통근거리 때문에 하루 3시간은 길 위에서 보냈다. 여기에 먹고, 자고, 싸고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하는 시간까지 제외하면 평일 하루 중 나에게 허락된 시간은 대충 5시간 정도? 물론 5시간 역시 짧지는 않은 시간이다만 종일 일하고 와서 어떻게 또 5시간을 꼬박 글만 쓸 수 있겠는가? 단 몇 분만이라도 누워서 멍 때리는 시간도 필요하지. 열정 부족 아니냐 태클을 건다면 솔직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못해도 나와 같은 직장인이라면 내 심정 충분히 이해해주리라 믿는다.(그쥬? 제발요~ㅜㅠ) 아무튼 평일은 그렇고, 주말은 약속이나 특별한 이벤트(여행을 간다거나)가 아닌 이상 거의 종일 글을 썼다. 게다가 3년 동안 콘셉트도 몇 번이나 바뀌었다. 출간으로 엄청난 명예와 부르 얻겠다는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同價紅裳)라고, 어쨌든 개인 소장용이 아니라 판매를 할 거라면 최대한 잘 팔릴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글이 좋아야겠지만 이건 말 그대로 기본 중의 기본이고 여기에 책의 콘셉트 또한 중요했다. 출판업계 역시 트렌드에 민감하다 보니 요즘 유행하는 것들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트렌트에 맞춰 책의 콘셉트를 바꿀 때마다 목차 구성과 본문 내용 역시 바뀌어야 했다. '수학의 정석'이 늘 집합 부분만 너덜너덜하듯 오랫동안 프롤로그만 쓰고 고치고, 또 쓰고 또 고쳐 썼다. 당최 진도를 나갈 수가 없었다. 이래서야 원 죽기 전에 책 한 권 쓸 수 있을까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꾸역꾸역 3년을 끄적거리니 꾸역꾸역 완성이 된 것이다.
원고가 완성된 후 곧장 투고에 들어갔다. 출간기획서와 예상 목차, 그리고 전체 원고에서 가장 자신 있는 꼭지들을 뽑아 샘플 원고를 만들었다. 원고 전체를 압축해 하나의 파일로도 만들었다. 혹시 샘플 원고를 보고 더 보고 싶을 경우를 대비해 전체 원고 압축본도 준비한 것. 자, 이제 총알 일발 장전했으니 쏘기만 하면 되는데 어디로 쏠 것인가? 세상은 넓고 출판사는 많기에 표적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정리가 필요했다. 온라인에서는 예스24에서, 오프라인으로는 이 동네 저 동네 서점을 뛰어다니며 여행에세이를 출간한 출판사들을 조사했다. 하... 가이드북 빼고 여행에세이만 봤는데도 정말 많았다. 일단 닥치는 대로 다 주워 담았다. 그리고는 쭉~ 나열해 나름의 기준을 두고 분류를 시작했다. 우선 여행 관련 책이 한 권이라도 있는 대형 출판사와 최근 여행에세이 출간이 활발하면서 그동안 낸 책도 많은(심지어 스테디 혹은 베스트셀러인), 말 그대로 여행에세이 전문이라 해도 무방한 출판사는 1군. 대형 출판사는 아니더라도 여행 서적 출간이 비교적 많은 출판사는 2군. 3군은 이도 저도 따지지 않고 그냥 여행 서적이 한 권이라도 있는 출판사. 이렇게 세 부류로 나눴다.
먼저 1군 출판사에 같은 날 일괄적으로 투고를 진행했다. 특별한 양식이 없으면 메일로, 홈페이지에 투고란이나 정해진 양식이 있으면 거기에 맞춰서. 그리고 2주를 기다렸다. 보통 길게는 3주에서 더 길게는 4주까지도 답변이 오는 경우가 있다 하는데, 내 성미가 급한 것도 있고 왠지 될 원고였으면 2주까지도 안 가고 보자마자 연락을 하지 않을까 하는 주관적이 생각도 있었다. 아쉽게도 2주째까지 깜깜무소식.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이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혹시 아직 검토 중은 아닐까 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해 딱 일주일을 더 기다렸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2통의 회신이 왔다. 마치 두 출판사가 짜고 친 듯 똑같은 답변이었다.
저희의 출판 방향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출간이 어려움을 알립니다.
솔직히 1군에는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고하면 거짓말이다.) 어느 정도는 예상을 했던 부분이라 훌훌 털고 2군 출판사 투고를 시작했다. 그리고 딱 일주일 후, 또 회신이 왔다. 이번에도 뭐 방향이 안 맞다 하겠지 싶어 별 기대 없이 메일을 클릭했는데 장문의 내용이 쓰여 있었다. 거절하는데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답을 할리는 없을 테고, 기대를 갖고 메일을 읽었다. 와우! 긍정적인 답변이었다. 심지어 (내 자랑은 아니지만) 출간 방향과 맞다고 생각되어 먼저 받은 다른 메일 제쳐두고 '매우' 우선 연락을 준거라고. 나에게 출간 미팅을 제안했다. 이 얼마나 꿈꾸고 상상해오던 순간이가? 출간 미팅이라니. 난 바로 답장을 보냈다.
긍정적인 회신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미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