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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Aug 28. 2021

출간 계약을 했다

생애 첫 출간 미팅

온통 책 냄새로 가득하다. 도서관에 온 것 같은 기분. 회의실 한편에 책꽂이에는 지금까지 출간한 책들이 연도별로 정갈하게 진열되어 있다. 어떤 책들이 있나 구경하고 있는데 출판사 대표님이 들어오신다. "어우~ 죄송해요~ 오래 기다리셨죠?" 생애 첫 출간 미팅.


이럴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상상과는 많이 달랐다. 현실의 나는 한 카페에서 대표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생일대의 중요한 미팅이니 만큼 절대절대 늦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너무 일찍 와버렸다. 회사에서는 일하는 내내 종일 정시퇴근에 신경이 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작은 위기가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오늘 같이 중요한 날 급 외근을 가게 된 것. 보통 좋은 일로 외근을 가게 되면 일찍 끝나 조기 퇴근하는 경우도 있지만 안 좋은 일로 가게 되면 야근 예약이다. 절대 오늘만큼은 야근을 할 수 없었기에 초집중 모드로 일을 했다. 다행스럽게도 일은 잘 해결되었고 함께 외근을 간 동료들(부장님, 차장님 감사합니다.^^)의 배려로 무사히 정시퇴근을 사수할 수 있었다.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나오자마자 반샷을 해버렸다. 날씨가 덥기도 했지만 긴장한 탓이었다. 이유 없이 입은 계속 말랐고 목은 잠겼다. 연거푸 헛기침을 하며 잠긴 목을 풀었다. 아직 약속시간까지는 몇 분이 더 남아있었지만 괜히 초조했다. 혹시나 내가 약속 장소를 잘못 찾은 것은 아닌지 노파심에 문자를 보냈다. 가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답신이 왔다. 휴~ 다행이다. 불안을 가라앉히고 다시 커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들어왔다. 카페에 손님은 나 밖에 없었기에 굳이 서로 확인 절차는 필요치 않았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인사 후 바로 미팅하기 좋은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짧게 스몰토크로 대화의 물꼬를 트고는 본격적으로 책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갔다. 먼저 대표님께서 출판사 소개를 해주셨다. 처음 출판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어떻게 지금까지 이어져 왔는지를 본인의 인생 이야기를 하듯 재미있게 설명해주셨다. 출판에 대한 대표님의 마음가짐이랄까? 정말로 책을 만드는 일에 진심인 게 보였다. 나에게 맞는 출판사를 잘 찾은 것 같다는 생각에 안심이 됐다. 난 내 소개 대신 만나면 가장 묻고 싶었던 질문부터 던졌다. (참 감사한 일이지만) 대체 왜 내 원고를 선택하셨는지. 이유는 투고 회신 메일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 출판사의 출판 방향과 맞아서. 덧붙이면 대표님도 여행을 좋아해 여행책을 좋아하지만 코시국인지라 마땅한 콘텐츠가 없어 한동안 작업을 하지 못했었단다. 그때 마침 내가 여행 콘텐츠를 투고한 것이다.(역시 인생은 타이밍.)

첫 질문을 시작으로 난 미리 준비해온 질문 보따리를 풀었다. '출간'이라는 게 나에게는 너무 생소한 분야이고 경험이 전무하다 보니 전날 공부를 좀 했다. 출간 미팅 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꼭 체크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블로그도 보고 유튜브도 봤다. 여러 글과 영상을 보면서 자주 언급이 되는 내용들은 질문 보따리에 넣었다. 그렇게 완성된 질문 보따리에는 이런 것들이 담겨있다.


출간 일정(계약 후 언제 출간될 수 있는지)

계약기간(발행일로부터 O 년)

발행부수(매쇄 발행하는 부수)/증정 부수(저자에게 제공되는 부수)

인세

유통처

홍보방법

책 가격

탈고 데드라인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기준. 내가 궁금한 것, 내가 관심 있는 질문 위주다. 때문에 출간에 있어 정말 중요한 걸 놓쳤을 수도 있다.(실제 미팅 후 집에 가면서 '아, 이거 물어봤어야 했는데~' 하는 것들이 많았다.) 일단은 이 질문들로 대화를 이어 나가니 자연스레 출간 작업에 대한 전체적인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혹 출간 미팅을 한다면 미팅 전 질문 리스트를 만들어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얼추 준비해온 질문들에 대한 답을  듣고 나니  특별히  궁금한  없었고 이제부터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 살짝 뻘쭘해지려는 찰나, 대표님이 ~ 계약서를 꺼냈다. 드디어 계약이다! 각자 한부씩 가지고 함께 1 항목부터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부연설명이 필요한 곳에서는 대표님이 추가 설명을 해주셨다. 쭉쭉쭉 내려가 드디어 마지막 항목, 서명란까지 왔다. 망설일  없이 펜을 집어 들었다. 샤샤샥! 계약 완료! 3초도   걸리는 서명 하나로 계약이 완료되니 뭔가 허무한 느낌이었지만 뿌듯했다. 하지만 뿌듯함은 잠시, 이제부터 탈고 일정에 맞춰 열심히 탈고 작업에 매진해야 한다. 아직 샴페인은 이르지. ~  마음 애써 억누르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바로 컴퓨터를 켰다. 탈고 작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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