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산내지 우디 펜션에서의 하루
체크인 시간 즈음 펜션에 도착했을 때 사장님 내외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를 발견하고는 아직 준비가 덜 되어 미안하다며 잠시 주변 동네 구경하며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하셨다. 말에서 진심이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사장님 내외가 그랬다. 그래서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물론 예쁜 집도 한몫했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 푸근해지는 집. 보고 있으니 마음도 다 누그러져 아무리 안 좋은 이야기를 건네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마법을 부리는 것 같았다.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사장님 마음을 애태우는 건 다름 아닌 빔프로젝터. 하얀 벽을 스크린 삼아 심야영화를 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며 꼭 우리에게 보여주고 하고 싶어 하셨다. 그 마음이 감사해 끝까지 기다리고 싶기도 했지만 안절부절 급하게 하시는 모습이 또 죄송스러워 우리는 쓸 일이 없을 거 같다며 이쯤 하셔도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아마도 저희가 밤새 취할 예정이라서요^^;; 그럼에도 사장님은 여전히 미안해하셨다. 또 한 번 따듯함이 느껴졌다.
친절한 사장님을 따라 숙소 투어를 하며 이용 안내를 들었다. ~해주세요. ~하시면 안 돼요. ~지켜주세요. 라는 주의 혹은 지시 혹은 부탁조의 안내보다는 편하게 사용하시면 돼요. 뜨거우실 수 있어요. 가져다 드릴게요. 와 같이 우리를 먼저 배려한 따듯한 안내였다. 덕분에 귀에도 쏙쏙 들어오고 마음 깊이 꽂혔다. 이런데 어찌 거스를 수 있겠는가? 지키지 말라해도 지킬 건 지켜야지 하는 마음이 절로 생겼다. 숙소 투어를 마친 후 사장님 내외는 마지막까지 준비가 늦었던 것과 부족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을 다시 한번 표하시며 펜션을 떠나셨다.
이제부터 오롯이 하루동안은 우리들 집. 나와 아내 그리고 아내의 소울메이트 JH부부와 함께 사는 집이다. 1층 큰 방은 JH부부, 우리 부부는 2층을 쓰기로 했다. 각자 짐을 풀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본격적으로 놀기 전에 본격적인 인증숏 타임을 가졌다. 본격적으로 놀다 보면 예쁘고 깔끔한 상태가 다 흐트러질 테니. 먼저 마당에서 집을 배경으로 주거니 받거니 커플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다 같이 한 컷. 아내의 제안으로 짧은 쇼츠 영상까지 촬영했다.
쇼츠영상 : https://www.instagram.com/p/CytJWNdRDB5/
(출처 : 산내지우디 펜션 인스타그램)
펜션 안에 들어와서는 조금 특별한 촬영을 했다. 먼저 촬영 전 세팅이 필요했다. 사실 이렇게 두 부부가 모이게 된 건 아내의 생파를 위해서다. JH부부가 준비해 온 생파 키트로 뷰가 좋은 식탁 창문 쪽으로 포토존을 꾸몄다. 그리고 식탁 위에는 케이크와 맥주를 DP 하고 하이라이트는 아내와 우리가 다 같이 쓰는 머리띠와 선글라스. 서로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귀여워 한껏 텐션이 올랐다. 그 순간을 영상과 사진으로 저장. 행복한 추억 하나를 또 만들었다. 생파 1부 끝.
아내의 생일상이자 저녁은 코리안 BBQ. 였으나 급하게 아메리칸 BBQ로 바꿨다. 펜션에 비치된 바비큐 그릴이 우리가 흔히 쓰는 치익~ 치익~ 소리 내가며 엎었다 뒤집었다 하는 일반적인 그릴인 줄 알았으나 와서 보니 열로 익히고 훈연하는 일명 웨버 그릴이었다. 사장님 설명 한 번 들은 것으로 이 생소한 장비를 잘 써먹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가운데 불이 붙은 숯을 넣고 그릴 위에 고기와 새우, 버섯을 올렸다. 그리고는 뚜껑을 덮고 온도 조절 장치 확인. 끝! 이제 2시간만 기다리면 된다^^;; 과연 제대로 잘 구워질까도 문제지만 2시간 후에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솔직히 더 걱정이었다.
고기가 익어가는 사이 생파 2부가 이어질 별채를 세팅했다. 불을 켜니 보이는 생일 축하 가랜드. 아내의 생일이라 하니 사장님께서 걸어두고 가셨더랬다. 펜션 분위기만큼이나 사장님 마음이 참 따듯하다. 그러고 보면 집은 지은 사람 혹은 사는 사람의 마음과 닮아있는 것 같다.
생파 2부 후 집으로 들어와 씻고 다시 모였다. 생파 뒤풀이 시작. 준비해 온 고스톱과 펜션에 있는 보드게임 한 판 승부. 생파 2부까지는 온통 하나 되어 아내의 생일을 축하했던 친구였지만 이때만큼은 부부고 뭐고 소울메이트고 뭐고 각자 살기 위한, 그리고 승리하기 위한 피 튀기는 싸움을 벌였다. 먹고 마시며 게임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덧 새벽 3시. 하나 둘 지쳐가는 기색이 보이고서야 전쟁은 끝이 났다. 그리곤 각자 부부의 공간으로 돌아가 침대 위에 장렬히 전사. 산내지 우디 펜션에서의 짧고도 긴 하루가 갔다.
다음 날 아침, 산내지의 차가우면서도 상쾌한 아침공기를 맞으며 펜션을 나왔다. 그리고 두 부부에게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이런 별장 하나 있었으면... 집이면 더 좋고.
산내지 우디에서 우리의 노년을 그리고 왔다.
산내지 우디
포천시 일동면 생태 보전 마을, 산내지마을 언덕에 위치한 목조 건물의 독채 펜션. 25평의 복층 독채와 유럽 감성 풍기는 5평의 별채로 구성되어 있다. 별채에서는 바비큐를 즐기거나 벽난로 피우며 불멍을 하기에 좋다. 독채는 빔프로젝터가 있고 사운드시스템도 잘 갖추어져 있어 영화감상하면 안성맞춤. 이외에 업무편의시설도 구비되어 있어 여행이나 휴가뿐만 아니라 워크숍, 워케이션으로도 적합하다. 호스트인 사장님 내외가 직접 설계, 기획하는 공간이라 작은 소품 하나까지 정성과 따듯함이 묻어있다. 그저 머물기만 해도 따듯해진다. 사계절 다른 풍경을 자랑한다 하니 최소 4번은 머물러 봐야 할 곳.
[시설]
주차 가능(2대), 와이파이, 빔프로젝터, 블루투스 스피커, 개별 바비큐 가능(별채 웨버그릴), 기본 어메니티 구비
[예약]
네이버 예약 naver.me/xV3D6ODJ
[문의]
0507-1377-4435
[인스타]
@sngwoo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