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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국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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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Dec 20. 2023

광주아트패스로 떠나는 광주예술여행

아뜨랑 무등여행

노잼도시 광주라는 불명예는 이제 그만!
광주아트패스와 함께 하는 아뜨랑 무등여행을 즐겨보자.
광주가 재밌어지는 스마트한 여행법.


아뜨랑 무등여행이란

뜨랑은 집 안에 작은 화초나 나무를 가꾸는 작은 뜰을 뜻하는 우리 방언이다. 여기에 아트가 더해져 ‘아뜨랑’이 탄생했다. 아뜨랑은 광주 골목을 작은 뜰 삼아 가꿔진 예술과 문화를 광주아트패스로 즐기는 골목 예술여행이자 체험이다. 총 8곳의 예술여행 골목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골목이 가지고 있는 역사, 문화, 예술을 소개하는 스토리 도슨트와 함께 예술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나는 이번 광주 여행에서 지산동 보리밥 골목을 여행하는 인문 골목투어인 직(선)녀투어와 구시청 골목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골목미션투어인 아시아문화거리 퀘스트를 체험했다.

광주아트패스
광주아트패스 : [예술, 여행이 되다!]라는 슬로건으로 다양한 예술문화행사를 통해 광주 지역민과 방문객들에게 골목 속 예술이라는 새로운 즐길 거리와 문화적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여행자 패스. 2023년 현재 광주광역시 동구에서 시범운영을 거치는 중이고 향후 광주 전역의 식음매장, 숙박시설, 관광 콘텐츠, 예술시설 등으로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광주아트패스 앱은 현재 베타버전으로 1월 중순 정식버전이 출시 예정이다.




()녀 투어의 시작

지산동 당산나무

직녀 사이 괄호 안에 ‘선’이 없었더라면 견우와 직녀를 떠올릴 뻔했다. 여기서 말하는 직녀란 직선녀 또는 직진녀. 독재정권 시절 무등산 보리밥 골목에 살았던 예술가이자 민족운동가들이 정권에 대한 저항과 사회 정의 구현을 위해 직진 본능을 가지고 있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여기에 현재를 즐기며 살아가는 2030세대들의 직진 본능을 일깨워보자는 포부가 곁들여지니 직(선)녀 투어의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직(선)녀 투어의 코스는 이름처럼 직선이다. 시인 문병란의 집-오지호 생가-이한열 생가-무등산 보리밥거리–지산유원지까지 닥치고 직진. 우리와 직진을 함께 할 직녀를 지산동 당산나무 아래에서 만났다. 보리밥 골목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줄 고옥란 도슨트. 짧은 인사를 나눈 후 첫 번째 목적지인 시인 문병란의 집으로 향했다.

고옥란 도슨트와 함께 직(선)녀 투어 출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골목
벽과 담장의 귀여운 멘트들


붓으로 싸우며 희망을 노래한 시인

시인 문병란의 집

쌔근쌔근 잠자는 핑크냥냥이 위로 [시인 문병란의 집] 간판이 보인다. 1980년부터 2015년 별세까지 시인이 실제 거주하였던 자택을 리모델링하여 조성된 시인 문병란의 집은 시인의 저서와 유품은 물론 각 방마다 생전의 생활모습을 엿볼 수 있도록 재현되어 있다. 기념관이면서도 생가. 엄연히 집이다 보니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건 정갈한 책장. 시인의 대표 저서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시는「직녀에게」. 이 직녀는 직진녀가 아니고 진짜 견우의 직녀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그 스토리는 아니고 남과 북을 견우와 직녀에 빗대어 민족분단의 아픔과 통일에 대한 염원을 노래한 시다. 또 다른 대표작으로는「희망가」가 있다. 제목 그대로 희망을 이야기하는 시로 전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박찬호는 야구인생에서 힘든 시간을 보낼 때마다 희망가에서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이처럼 시인 문병란은 일반 국민들이 하기 어려운 정권에 대한 저항이나 비판을 시로서 표현하는 동시에 희망을 노래했다.

시인 문병란의 집을 찾으려거든 먼저 핑크냥냥이를 찾으세요
집 마당 벽의「무등산」시와 한구석에 피어있는 이름모를 꽃
1층 메인전시에는 문병란 시인의 대표서적들과 생애가 기록되어 있다
대표작 '직녀에게', 그리고 영화와 드라마 속 등장했던 순간들
가족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는 안방, 아내를 위한 시와 가족사진이 걸려있다

2층 전시실에는 서재와 시를 창작해 볼 수 있는 체험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서재 안을 둘러보면 기타와 LP판이 보이는데 시인 문병란은 음악에도 능통했단다. 서재는 전체적으로 전시관이라기보다는 실제로 누군가가 지금 살고 있는 방을 몰래 구경하는 것 같다. 행거에도 한창 요즘 날씨에 입는 옷들이 걸려있다. 의도된 연출이란다. 2층 거실은 통유리창으로 되어있는데 특히 시 만들기 체험공간은 천장에도 유리창이 있어 채광이 좋다. 시 한 구절이 절로 떠오른다. 내친김에 한 수 지어볼까? 방법은 간단하다. 벽에 붙어 있는 서랍장에서 원하는 문구가 적힌 스탬프를 골라 찍어 문장을 만들면 끝! 천장에서 내리쬐는 햇살이 제법 따듯한 게 낮술 하기 그지없이 좋은 날이다. 그래서 내가 고른 마지막 문장은, 

⌜소주를 마신다⌟

캬~

채광이 좋은 집
누가 살고 있는 것만 같은 서재
시 한 편 짓고 가실까요?

운영시간 매주 화~일 10AM-18PM(동절기 17PM)

 ※휴관 매주 월요일, 공휴일

관람료 무료

문의 062 608 8901


빛과 색채의 화가

오지호가

지산동 당산나무를 지나 쭉 걷다 보면 전봇대에 매달린 ‘오지호가‘ 갈색 안내판이 보인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골목 안쪽에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인 오지호의 생가가 있다. 아쉽게도 들어가 볼 수 없어 고옥란 도슨트가 준비해 온 사진 자료들로 대신했다. 먼저 외모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미남 화백. 비록 필명이기는 하나(본명은 오점수) 옛날 분치고 세련된 이름이라 생각했는데 이름처럼 외모에서도 세련미가 풍겼다.

오지호 화가

어릴 적부터 그림에 재능이 있었던 오지호 선생은 나혜석의「농가」라는 작품에 영향을 받아 본격적으로 미술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 휘문고로 편입 후 일본 유학길에 올라 절친이자 동료인 김주경을 만나게 되고 회화 능력도 꽃을 피우게 된다. 두 사람은 공동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컬러 화집인 ’오지호·김주경 2인화집‘을 펴내는데 이때 대표작인「남향집」도 그려졌다. 남향집은 얼핏 보면 오지호가와 많이 닮았지만 실은 오지호가 살았던 개성의 집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이한 점은 나무 그림자의 색. 흔히 사용하는 검은색이나 회색이 아닌 푸른색이다. 빛과 그늘이 함께 조화를 이루면 푸른빛을 띠게 된다는 오지호 선생만의 화법. 오지호 선생이 빛의 화가, 색채의 화가라 불리는 이유다.

오지호 화가의 대표작, 남향집 (1993 作)

멀찌감치 떨어져 오지호가를 바라보면 나무로 된 대문, 돌담벼락, 문간채의 한옥 지붕에서 고택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주변에 현대식 주택과 뒤로는 아파트가 있어 더 그렇다. 오지호가(집)를 중심으로 집의 3대 역사가 모여있는 풍경이 꼭 3대가 모두 화백인 오지호가(집안)를 보는 것 같았다. 집은 사는 사람을 닮아간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가 보다.

냠향집 작품 속 집과 닮아 있는 오지호가
오지호가 전경


과거의 시간과 역사를 품은 길

지산동 단사공원~무등산 보리밥거리 (지호로)

세상 모든 것의 이름에는 의미가 있듯 동네의 지명이나 골목 혹은 길이름에도 다 저마다의 사연이나 유래가 있다. 무등산 보리밥거리로 가는 길, 오지호가를 다녀왔다면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 것이다. 바로 길 이름이 ’지호로‘이기 때문. 당연히 오지호 화가의 이름을 따서 만든 길이다. 동명동의 동계천로와 필문대로가 교차되는 사거리에부터 지산유원지 입구까지, 약 1.6km 정도로 시작점부터 끝까지 앞만 보고 직진한다면 도보로 약 30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실제로 걸으면 그보다는 더 걸릴 수밖에 없다. 그냥은 지나칠 수 없는 과거의 추억과 아픈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광주 제2순환도로 지산IC 공사가 진행 중인 단사공원에서 걸음을 멈춘 고옥란 도슨트는 교량 기둥에 그려진 그림들을 보며 과거 어머니께서 해주신 짧은 옛날이야기를 풀었다.


“바로 아까 우리가 왔을 때 동계천이라는 곳 지났었잖나요?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이곳이 모두 물줄기였다고 해요. 저희 엄마도 여기에서 빨래를 했던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지금은 비록 도로가 생기면서 모든 흔적이 사라졌지만 그림만이 남아서 과거의 시간을 연결하고 있었다.

과거의 시간을 기록한 기둥 벽화

단사공원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 곳이 있다. 영화 ’1987‘에서 강동원이 특별출연으로 등장해 관객들을 깜놀하게 만들었던 배역의 주인공, 이한열 열사. 그의 생가가 지호로에 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냈다고 하니 사실상 이한열 열사의 흔적이 가장 많이 묻어있는 곳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그의 모친이 최루탄을 맞고 쓰러졌다는 소식도 이 집에서 들었다고 한다. 고옥란 도슨트가 준비한 이한열 열사의 살아생전 일상의 모습과 시위 당일의 긴박함이 담긴 사진들을 보며 다시금 마음 깊이 이한열 열사를 추모해 본다.

이한열 열사의 생가(한옥 지붕집), 그리고 영결식 당시 사진 자료

이한열 열사 생가를 지나면 곧게 쭉~ 뻗은 잘 정돈된 길을 걷게 된다. 무등산 보리밥거리로 향하는 이 길은 '지호로 명품 가로숲길'. 가로수 나무들이 겨울을 맞아 알록달록 스웨터룩을 뽐내고 있다. 곳곳에 트릭아트가 숨겨져 있고 벽화도 있는데 안타깝게도 관리가 잘 안 된 탓인지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로숲길 끝에 다다르면 무등산 보리밥거리에 도착했음을 알려주는 푯말(?)이 보인다. 무등산 보리밥거리는 과거 많은 나무꾼들이 오고 갔던 길목으로, 무등산에서 지게에 나무를 짊어지고 내려온 나무꾼들을 안쓰럽게 여겨 ‘잠깐 지게를 받쳐놓고 밥 한 그릇 드시오~’ 했던 것을 시작으로 보리밥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무등산 최고 높이는 1,186m. 나무꾼들이 얼마나 허기가 졌을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보리밥 이야기에 급 허기가 졌지만 보리밥은 이따 영접하기로 하고 직(선)녀투어의 마지막 코스인 지산유원지로 향했다.

지호로 명품 가로숲길
 관리소홀 가로숲길 벽화들ㅠㅜ 무등산 보리밥거리의 현실ㅠㅜ


애증의 모노레일

지산유원지 (무등산 리프트&모노레일)

3년 전, 광주여행을 온 적이 있다. 여행 일정 중 1픽은 무등산 모노레일을 타는 것. 당시 인별그램에서 힙한 여행지이자 액티비티였으니까. 하지만 탈 수 없었다. 아니, 타지 못했다. 결과적으로는 나의 무지였지만 핑계를 대보자면 택시기사에게 당했다.

택시를 타고 무등파크호텔에 도착했을 때, 지금처럼 공사 중인 것 같은 느낌이 다분했다. 핫스폿이면 모름지기 사람들이 몰려있어야 하는 법인데 인적도 드물었다. ‘오늘 운영을 안 하는 날인가?’ 긴가민가하고 있는 서울 촌놈을 택시기사가 제대로 물었다.


“어유~ 오늘 운영을 안 하는 거 같은데요, 돌아가셔야겠는데요?”

“아... 그럼 양림동으로 가주세요~”


그렇게 숙소가 있는 양림동으로 돌아왔다. 왕복 택시비만 날리고서. 방에 들어와서야 궁금해졌다. 정말로 운영을 안 하는 게 맞는지. 이미 늦었지만 전활 걸었다.


“여보세요~”

“혹시 모노레일 운영하나요?”

“네, 운영합니다.”

“아;;; 알겠습니다...”


정말로 택시기사가 정말 몰랐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돌아가던 그냥 내리던 내가 알아서 할 일인데 굳이 돌아가야겠냐고 유도신문하듯 물어본 것과 무엇보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나와 택시기사만이 느낄 수 있는 당시 택시 안의 묘한 기류가 있었다. 마치 떡밥을 던져놓고서 간절히 물기를 바라는 낚시꾼과 같은 택시기사의 표정과 눈빛.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3년이 지난 지금도 무등파크호텔은 여전했다. 다만 그때보다는 주차장에 차도 많고 몇몇 사람들이 보였다. 이번 직(선)녀 투어의 목적은 호텔이 아닌 호텔 옆 무등산 리프트&모노레일이기에 호텔을 지나 매표소로 향했다. 드디어 3년 만에 모노레일을 타 보는구나 싶었는데 우리는 리프트만 탄다는 비보 중의 비보. 모노레일은 그냥 구경만 하고 오는 걸로. 하... 이번에도 못 타다니. 애증의 모노레일이다.

무등산 리프트&모노레일 전경과 내부 대기실
삭막한 겨울보다는 꽃피는 봄, 푸르른 여름, 알록달록 가을타면 더 좋을 무등산 리프트
느릿느릿 느림보, MZ를 겨냥한 듯한 K-POP BGM
전망대에 도착할 즈음이면 경사가 급해진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광주 시티뷰
전망대에 자물쇠가 빠지면 섭하지
광주 시티뷰 반대쪽으로는 무등산 마운틴뷰
모노레일 정거장 빛고을역에 정차중인 모노레일
이걸 또 못 타다니...ㅠㅠ 그런데 생각보다 아찔하다
리프트 타고 다시 하산, 내려갈 때 시티뷰가 보여 더 좋다

운영시간 주중 10AM-일몰시 / 주말 9AM-일몰시

이용요금 (왕복)

 - 리프트 대인 10,000원 / 소인 8,000원

 - 모노레일 대인 8,000원 / 소인 7,000원

문의 062 221 2760


무등산으로 떠나는 2색 여행

시간의 숲無等(무등)

무등(無等). 한자 뜻 그대로 등급이 없다, 차별이 없다, 고로 평등하다는 말. 우리가 꿈꾸는 이상향과도 일맥상통한다. ‘무등산’이라는 세 글자가 한자로 땋! 박힌 등산로 입구에서 시간의 숲, 무등을 함께할 김미영 도슨트를 만났다. 시간의 숲, 무등은 올라갈 때(상행)와 내려올 때(하행)가 다르다. 상행은 도슨트와 함께 무등산 이야기를 들으며 춘설헌까지 오르고 휴식 겸 춘설헌 옆 의재미술관을 둘러본 후, 하행 시에는 장소특정형 연극 공연과 함께 내려오는 코스다. 이색 여행이자 2색 여행이다.

시간의 숲, 無等(무등)

상행 코스인 무등 가는 길은 증심사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등산로를 따라 문빈정사, 증심교를 지나면 최종 목적지인 춘설헌에 도착한다. 춘설헌은 의재 허백련(1891~1977)이 해방 직후부터 타계까지 기거하면서 작품활동을 한 곳이다. 오랜 일본유학생활을 해서인지 외관에서 일본 고택의 향기가 느껴진다. 실제 내부에 1칸의 다다미방이 있단다. 의재 허백련은 근현대기에 활동한 한국화의 대가다.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후진 양성과 사회운동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농업고등기술학교를 설립하는 등 사회사업에도 영향력을 뻗쳤다.

증심사 주차장에서 무등산 초입까
무등산 탐방지원센터 잔디광장의 무등산 시인 범대순의 「무등산송」 시비
문빈정사 일주문과 노무현길 기념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현직 대통령 최초로 무등산에 올랐다 하여 세워졌다 (노무현길 : 8번 탐방로, 3.5km)
의재 허백련 선생이 지인과 학생들, 그리고 등산객들을 위해 차를 마시고 쉬어갈 수 있도록 지은 관풍대, 2023년 12월 현재 보수 중
허백련 춘설헌

허백련의 장지가 있는 춘설헌 뒷산 근처에는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의재문화재단에서 세운 의재미술관이 있다. 그의 대표작인 낙관과 현판을 비롯해 각종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하행 코스 여행을 시작하기 전 의재미술관에서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운이 좋게도 마침 허백련의 제자 ‘인재 박소영‘의 기획전시가 있어 쉬는 시간조차 심심할 틈이 없었다.

의재미술관
의재미술관 내부 전경
마침 진행중이었던 기획전시
의재 허백련의 유품들
춘설차와 춘설빵 그리고 무등산 뷰만 있으면 힐링 완성! 의재미술관에서는 산수화가 그려진 찻잔도 판매한다
의재 허백련의 작품을 만나러 상설전시관 가는 길
암실처럼 되어 있는 상설전시관은 작품에 몰입하기에 좋다
산수화 병풍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산수화들

달콤한 휴식을 마치고, 의재미술관 앞에는 사람들이 모여 웅성대고 있었다. 한 여자를 빙~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자신을 현덕신이라 소개한 여자가 대사를 치기 시작한다. 연극이 시작된 것. 이런 연극은 처음이라 솔직히 조금 어색했다. 보고는 싶지만 눈은 마주치기는 싫다고나 할까? 시간의 숲, 무등의 사실상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장소특정형 연극은 의재미술관을 출발해 관풍대, 의재교를 거쳐 증심교에 도착해 막을 내린다. 현덕신*이 스토리텔러가 되어 무등산의 상징적인 인물 3인, 의재 허백련, 오방 최흥종*, 석아 최원순*을 만나는 시간여행극이다. 3인, 아니 현덕신까지 4인 모두 광주의 근대사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들로, 극의 스토리가 근대사와 독립운동을 다루다 보니 분위기가 다소 엄숙할 것 같지만 길이 무대이다 보니 배우과 관객의 간극이 없어 중간중간 관객 참여도 할 수 있고, 대사와 연기에 유머와 코믹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 결코 지루하거나 무겁지만은 않다. 처음엔 어색했던 나도 마지막 무대인 증심교에 왔을 땐 어느새 몰입되어 엔딩 신인지도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끝나는 게 아쉬웠을 정도. 증심교에서 무등산 입구까지 내려오는 내내 여운이 남았다. 무등산에서 만난 명품연극이다.


| 오방 최흥종(1880~1966) :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 및 사회운동에 참여한 기독교 목회자이자 독립운동가. 기독교적 가치관을 직접 실천하는 신행일치의 삶으로 광주 근대사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쳤다. 훗날 모든 것을 내려놓고(오방) 무등산에 입산한다.
| 석아 최원순(1896~1936) : 1919년 일본에서 한국 유학생들의 2·8독립선언을 주도한 독립운동가. 건강을 잃은 후 요양차 무등산에 머물게 되는데, 그의 아내가 춘설헌을 지어 삶의 회복과 독립운동가로서의 삶을 이끈다.
| 현덕신(1896~1962) : 이화학당 출신의 광주 최초의 여의사로 석아 최원순의 아내이자 독립운동가다. 남편의 병환으로 무등산 자락에 춘설헌을 짓고 8여년간 간병한다.


스토리텔러 현덕신의 등장으로 시작된 연극 (@의재미술관)
의재 허백련과의 만남
열연 중인 배우들
오방 최흥종의 등장 (@관풍대)
관객과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장소특정형 연극
생전 부부였던 과거의 석아 최원순과 현재는 영혼인 현덕신과의 만남 (@의재교)
뮤지컬의 형식도 더해져 있어 각 장면마다 노래를 부르는 파트가 있다
출연진 모두가 모인 엔딩 신 (@증심교)


쉐킷쉐킷장인정신으로 우려내는 말차

차생원 본점 말차 체험

무등산에서 내려와 한국제다에서 운영하는 티샵, 차생원 본점에서 말차 체험 시간을 가졌다. 말차는 차나무의 어린잎을 갈아 가루로 만든 차다. 흔히 아는 녹차와 모태는 같지만 재배 방식이 다르다. 말차 가루는 차나무 잎을 따서 찐 후 바람에 건조한 다음 맷돌에 갈아서 만든다. 하루 종일 갈아도 찻잔 한 잔 정도의 양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이토록 귀한 노동의 산물인 말차를 잘 우려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이에 앞서 먼저 간단히 장비 설명부터 하면, 큰 대접은 ‘다완’이라 하여 차를 내는 그릇이다. 대나무로 만든 가느다란 나무 붓처럼 생긴 건 ‘차선‘으로 물과 차를 잘 섞어 거품을 내는 도구다. 부드럽게 차가 만들어지도록 도와주는 도구로 물에 젖으면 모양이 틀어지는 대나무 특성상 반드시 사용 후 차선 꽂이에 두어야 한단다. 다음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차수저’. 역시 대나무로 만들어졌다. 마지막으로 ’다건‘. 그릇의 물기를 닦아내는 행주다. 자, 그럼 이제부터 말차를 만들어보자.

차생원 본점
다도 세트와 하루 종일 맷돌질해도 요만큼 밖에 안 나온다는 말차 가루, 귀하다 귀해

1. 다완을 따듯한 물로 데워준다. 이때 차선도 따듯한 물을 한 번 적셔준다.

2. 다 데웠으면 물을 버리고 다건으로 물기를 닦아낸다.

3. 말차 가루를 적당량 담는다. (나는 차수저로 3~4스푼을 넣었다.)

4. 찻잔 한 잔 정도의 양으로 물을 붓고 차선으로 쉐킷!쉐킷! 포인트는 돌리지 말고 위아래로만 거품이 나도록 젓기.

5. 커피 크레마처럼 거품이 풍성하게 나면 스톱!

6. 이제 두 손으로 다완을 들어 정성스럽게 시음하면 된다.


시키는 대로 열심히 위아래로 쉐킷쉐킷 하고 있는데 매니저님이 오셔서 차선을 낚아챈다.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어요.”

 

어떻게 알았지? 슬슬 팔이 아파오던 참이다. 그래도 제법 거품이 나고 있어 나름 잘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매니저님의 위아래 쉐킷 스킬을 직관하고 나니 한창 삽질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더 이상 생기지 않을 것 같던 거품이 마구마구 샘솟았다. 역시 전문가의 손길은 남다르다.     

쉐킷! 쉐킷! 튈까 봐 겁먹는 게 대다수인데 잘 저으면 절대 안 튄단다, 그게 어렵다
요정도 거품이 올라와주면 완성!

직접 우려낸 말차는 굉장히 부드러웠다. 그러면서도 녹차향이 정말 찐! 하다. 녹차 아이스크림을 녹여서 설탕을 완전히 뺀 맛이라고나 할까. 차도 차지만 개인적으로는 말차 가루의 식감이 너무 좋았다. 베이비파우더를 (물론 먹어본 적은 없지만) 먹는 느낌. 중독성이 있어 자꾸만 가루를 찍먹 했다. 식감은 합격인데 그럼 맛은? 이거 참, 씁쓸하구먼...

차생원 내부, 테이블 위 정갈하게 세팅된 말차 체험
차와 찻잔도 판매한다

운영시간 매일 9AM-20PM / 토요일 9AM-18PM (일요일 휴무)

메뉴 너에게 茶(황차+감잎) 4,500원 / 茶 오른다(녹차+페퍼민트) 4,500원 / 나 홀로 茶(황차+캐모마일) 4,500원 / 茶 머무다(녹차+펜넬) 4,500원

문의 062 232 3973

Insta @cha_saeng_won_


초등학생 이상 체험 불가

아시아문화거리 퀘스트

아시아문화거리 퀘스트 미션을 체험하기 전, 저녁식사 자리에서 김민진 관광진흥계장이 미션에 힌트를 살짝 공개했다.     

“초등학생도 충분히 풀 수 있을 만큼 쉬워요.”     

하지만 힌트를 보고 단번에 답을 찾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답을 듣고서도 몇몇은 이해하지 못했다.(그 몇몇에 나도 포함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아시아문화거리 퀘스트 미션은 동심이 가득한 아이들만 풀 수 있는, 동심 없는 어른들은 풀 수 없는 미션이라는 것. 과연 미션을 완료하고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의문투성이에 솔직히 자신도 없었지만 일단 미션 수행 장소인 아시아음식문화거리로 나갔다.

아시아음식문화거리 초입의 안내소에서 지도를 하나 받는 것으로 퀘스트 미션은 시작된다. 좀 전에 봤던 힌트와 재회했다.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답을 알고 있기에 일단 진행했다. 여기까지 잘 따라왔다면 ‘미스터 Q‘라는 카톡방에 입성하게 되는데 이때부터가 본 미션 시작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퀴즈들의 연속. 일단 세계관부터 이해가 되지 않고, 퀴즈의 콘셉트도 모르겠고, 앞뒤 설명 없이 다짜고짜 문제를 내니 도무지 답을 알 수 없어 ’힌트가 필요해!‘ 버튼을 눌렀다. 그러면 힌트가 날아온다. 하지만 힌트가 힌트가 아니다. 결국 참다 참다 ’정답이 필요해!‘ 버튼을 누르니 (다행히) 친절하게 답을 알려준다. 이제 된 건가? 놉! 방심은 금물. 꼬리에 꼬리를 무는 퀴즈가 또 이어진다. 뭔가 앞에서부터 스토리가 쭉 이어지는 것 같은데 시작부터 꼬이다 보니 결국 또 힌트 클릭, 또 정답 클릭. 클릭의 무한굴레.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쳇바퀴 속에 코끼리 사진이 나오면 진짜 끝이다. 하... 수고했다 나 자신.

요게 나와야 끝!

미션을 완료하고도 여전히 퀴즈는 이해가 안 갔지만 어떤 취지의 미션이었는지는 조금 알 것 같았다. 퀴즈의 답을 찾아가면 결국 나오는 건 아시아음식문화거리의 가게들. 즉, 아시아음식문화거리를 돌아다니며 요즘 힙한 MZ들의 문화와 분위기를 느껴보자는 깊은 뜻이 아니었을지. 만약 그런 거라면 충분히 느끼고 왔으니 어쨌든 미션 클리어.




TRAVEL INFO


[EVENT]


아뜨랑 골목 위크

광주 곳곳의 예술여행 골목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아뜨랑 골목 프로그램을 광주아트패스로 즐기는 골목 예술여행 & 체험 주간.     

광주 예술여행 골목

기간 2023. 11. 10 (금) ~ 12.31 (일)


[ART MUSEUM]


의재미술관

의재미술관은 20세기 남종문인화의 대가 의재 허백련의 화업과 정신을 계승하고자 건립된 미술관으로 광주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이다. 무등산 자락에 위치해 자연과의 조화가 아름답다. 다양한 전시와 교류, 교육행사 등을 통해 명실 공히 한국화 본산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관람시간 (매주 월요일, 설날, 추석은 휴관)

 - 하절기(4월~9월) 9:30AM-17:30PM
 - 동절기(10월~3월) 9:30AM-17PM
   ※마감 30분 전 입장


관람료 : 일반 2,000원 / 청소년 1,000원
   ※차세트 입장 5,000원 (춘설차 1잔 + 춘설빵 2개)

문의 062 222 3040
Blog blog.naver.com/uijae-museum
Insta @uijaemuseum


[PERFORMANCE]


시간의 숲無等(무등)

광주 무등산의 상징적인 인물 3인을 주인공으로 한 장소특정형 연극. 일제강점기~광복 후까지 활동했던 의재, 오방, 석아 그리고 현덕신 등 예향과 의향, 광주의 인물을 배우들의 연기로 만나는 시간여행 콘셉트의 야외 공연이다.

참여정원 회당 20명
참가비 무료
참가시간 150분


[EAT]


팔도강산

고옥란 도슨트 피셜 무등산 보리밥에 얽힌 썰이다. 먹을 게 너무 많아서 뭐 먼저 먹어야 할지 몰라 결국 하나도 못 먹었고 눈으로만 봤다는 웃픈 썰. 그냥 하는 말이려니 했는데 실제로 보리밥 정식 한 상을 영접하니 이해가 됐다. 보리밥을 필두로 오봉쟁반 위 버섯, 무생채, 고사리, 콩나물, 부추무침, 고추장아찌, 파래무침, 계란찜 등의 밑반찬과 제육볶음, 여기에 사이드로 도토리묵까지. 그런데 단 돈 만원! 만원의 행복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뭐 먼저 먹을지 순서 신경 쓰지 말고 일단 뭐든 먹자.

보리밥정식이 맛있는 곳, 팔도강산
팔도강산 보리밥정식
보리밥정식과 어울리는 뷰

영업시간 매일 11AM-20PM (브레이크타임 15PM-17PM)
   ※매주 화요일 정기휴무 (쉬는 화요일이 공휴일이면 정상영업)
메뉴 보리밥 10,000원 / 도토리묵 8,000원
문의 062 222 3682


장독대

충장로 아시아문화전당 옆 30년 된 광주 쌈밥집으로 주물럭과 고등어구이 쌈밥이 시그니처다. 쌈밥은 다양한 제철 밑반찬들과 구수한 된장국이 기본 세트로 나오는 정갈한 한정식 한상차림이다. 야채가 아낌없이 들어간 낙지볶음과 직접 담가 숙성한 묵은지로 만든 묵은지 돼지갈비찜과 묵은지 고등어조림도 인기.

주물럭, 고등어구이 쌈밥

영업시간 매일 11AM-21PM
메뉴 주물럭쌈밥정식(2인) 24,000원 / 고등어구이(1인) 13,000원
문의 062 223 5630


[STAY]


무등파크호텔&리조트

무등산 자락 아래에 위치한 광주광역시 대표 특급호텔로 아직 주변이 정리 정돈이 덜 되어있고 외관에서 다소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긴 하나 오래된 객실들은 리모델링하여 운영 중. 현재 투숙객 이벤트로 인스타 업로드 시 맥주나 음료수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고 시즌별 패키지를 통해 투숙객 유치를 위해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10층에 브런치 뷔페를 오픈했다.

무등파크호텔&리조트

문의 062 226 0011

Insta @hotelmudeungpark @jisanpark_official


- 끝 - 


본 광주아트패스 광주예술여행기는 팸투어 및 원고료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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