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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석영 Aug 15. 2018

캠브릿지 시험(Cambridge Exam) 후기

#31. CAE 레벨 파트별 공부방법 공유


 아일랜드에 학생비자로 왔으면서. 그것도 학원을 두 번이나 다니던 상황에서도 저의 목표에 영어 공부란 없었습니다. 첫 학원을 등록할 때도 공부할 목적이 없었기에 아무 생각 없이 가장 저렴한(그래도 €100가 넘지만) TIE 시험을 등록했는데, 당시 담당 선생님 Mary가 갑작스레 캠브릿지(Cambridge) 시험을 보는 게 어떻겠냐며 추천해주었지요. 캠브릿지(Cambridge) 시험이 뭔지도, 어디에 쓰는지도 몰랐던 저는 그저 선생님의 격려에 힘입어 시험 한 달 전에 덜컥 시험을 바꿨습니다. 처음 도전했던 레벨은 FCE였는데, 정말 다 털어놓고 얘기하자면 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은 채 C등급으로 운 좋게 패스를 했습니다. 이윽고 두 번째 학원에서도 TIE 시험을 등록하고는 서서히 늘어지는 더블린 생활에 활력이 필요하여 같은 시험의 CAE로 레벨을 한 단계 높여 바꾸게 되었지요. 이번엔 나름 열심히 공부한 끝에 또 운 좋게 C등급으로 패스. 공부할 당시 공부할 책이라던가 실질적 공부방법을 아무리 검색해도, 캠브릿지(Cambridge) 시험이 한국에서 자주 보는 시험이 아니라 그런지 정보를 찾기가 많이 힘들었습니다. 비록 둘 다 C등급으로 패스했지만, 차후에 시험을 준비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 바라며 후기를 남겨봅니다.     


- 캠브릿지(Cambridge) 시험이란?

본디 영국 캠브릿지 대학교에서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제 공인 인증서를 발급하기 위해 시행하는 시험이라고 합니다. 이 시험의 최대 장점은 유효기간이 없다는 것! 토익처럼 2년마다 저희를 괴롭힐 일이 없지요. 단계는 KET → PET → FCE → CAE → CPE 순. 외국 대학교 입학이나 해외취업을 목표로 할 때는 적어도 FCE 레벨 이상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제가 알기론 아이엘츠도 영어권 대학교를 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캠브릿지와 정확히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캠브릿지 시험은 Reading/Listening/Writing/Speaking 이렇게 네 가지 파트로 구성되어있습니다. FCE 레벨을 준비할 때는 꽤 실용적인 영어를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Listening의 주제도 친구 간의 대화라든지, TV 토크쇼 프로그램의 한 대목을 따온다든지 비교적 일상에서 사용하는 영어를 많이 접할 수 있지요. Reading 파트에는 'Use of English'라는 문법 문제들도 포함되어 있는데, 주어진 문장을 제시된 단어를 포함하여 똑같은 의미로, 정확한 문법으로 구사해야 합니다. 그간 한국에서 봤던 토익이나 토플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라 낯설었지만, 구어체 지문이라 회화 공부에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습니다. Speaking은 시험 당일 처음 보는 이와 둘씩 짝을 지어 감독관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시험을 봅니다. 자기소개를 필두로 두 그림을 비교하거나 상대방의 답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답변을 해야 하기도 하며 제시된 주제에 대한 토론을 하여 해결점을 찾아야 하기도 합니다. Writing은 두 문항으로, 하나는 제시된 문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쓰기. 다른 하나는 메일, 보고서, 리뷰 등 여러 형식 중에 하나를 골라서 쓸 수 있습니다.     


 현재 어학연수 중이라면 다니고 있는 어학원을 꾸준히 괴롭히시길 바랍니다. 어학연수지의 학원들은 한국의 토익학원만큼 트레이닝 강도가 높지 않기에 캠브릿지 시험은 오로지 스스로의 의지에 달려있지요. 수업시간 외에 학원에 교재를 빌려달라고 요청하거나 복사할 수 있다면 자료를 많이 모아두면 좋습니다. 저는 운 좋게 그 달에 시험이 있는 게 저뿐이고 반 친구들은 이래도 저래도 상관없다고 하여, 선생님이 제 시험에 맞춰서 수업을 진행해주셨습니다.(다시 한번 고마워요 John!) 또 수업이 끝날 때마다 선생님께 스스로 생각했을 때 부족한 파트 파일을 더 달라고 요청했지요. Listening 같은 경우는 음원을 구하기 힘들어 정규 수업시간보다 30분 일찍 가거나 수업이 끝나고 한 시간 정도 남아 풀고 다시 듣기를 반복했습니다. Writing도 마찬가지. 선생님께 주제를 달라고 해서 숙제로 써가서 따로 첨삭받곤 했습니다. 혹시 책을 빌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한 권 정도는 구매하셔서 여러 번 회독하기를 권유드립니다.(책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비쌉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온몸 바쳐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파트별로 공부했던 방식을 공유해보겠습니다.      


1. Reading

사실 한국인은 각종 영어시험으로 Reading만큼은 노출이 아주 탄탄히 되어있는 민족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때문에 FCE를 치를 당시만 해도 Reading 파트는 별다른 어려운 점 없이 술술 풀어나갔고 실제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파트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CAE는 결코 만만히 봐서는 안 되는 시험이었지요. 시험을 준비하며 학원에서 선생님이 나눠주는 프린트를 풀었을 때만 해도 Reading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는데, 막상 시험을 보니 꽤 어렵고 낯선 주제가 한가득이었습니다. 일단은 많이 풀어보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본 수업 외에는 신문을 사거나 SuperValu에서 받아온 매거진을 필사해보며 낯선 문장 구조를 익히려 노력했습니다. 제한시간이 1시간 20분이기 때문에 혼자 공부할 때는 되도록 한 시간 안에 풀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CAE 시험에서는 시간이 모자라 마지막 파트를 막 찍어버리기도 했습니다.) Reading 파트 안에 들어있는 Use of English는, FCE 때만 해도 틀리는 걸 손에 꼽았는데 CAE로 넘어오면서는 맞는 걸 손에 꼽을 정도로 까다롭고 어려웠습니다. Article을 많이 접하며 읽을 때 전치사나, 이 동사에는 이런 부사가 잘 쓰인다는 Collocations를 눈에 익혀두어야 하는데 쉽지 않았지요. 또 'Transform'라고도 불리는 Part5는 완전히 처음 보는 표현들이 많아 시작할 때는 전멸이었지만, 프린트를 여러 개 받아 회독하면서 암기했더니 나중에는 모르는 표현도 추측 변형해가며 맞히는 재미를 볼 수 있었습니다.     


 2. Listening

예전에 토플이나 토익을 공부할 때는 음원을 한 오디오 프로그램에 넣고 연음 때문에 잘 들리지 않는 문장을 아주 잘게 잘게 단어별로 쪼개어 반복하여 완벽하게 들릴 때까지 돌려 듣곤 했는데, 이번 Cambridge를 공부할 때는 음원을 구할 수 없어 Listening을 아주 면밀히 공부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 풀고 끝이 아니라, 한 두 번씩 다시 듣는 과정을 꼭 거치며 놓쳤던 부분만큼은 짚고 넘어가려 노력했지요. 공부하면서 생긴 노하우 하나. 초반에 너무 정확하게 들리는 부분 말고, 답은 보통 그 뒷부분에 나온다는 것이지요. Paraphrasing도 되지 않은 답지는 100% 오답. 긴가민가해도 뒤에 들리는 부분과 연결성이 있다면 그 선택지가 정답입니다. Part2는 엄청 긴 강의에 대한 요약 받아쓰기라고 볼 수 있는데, 요점만 잘 파악하시면 됩니다. 여러 번 듣다 보면 목소리의 높낮이에 따라 ‘아 얘가 여기서 이제 이 문장에 대해 얘기하려 하는구나.’ 감이 오실 겁니다. 또,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수인지 복수인지 잘 들으시고 써야 한다는 점! Part4는 각양각색의 악센트를 가진 다섯 명이 아주 빠르게, 그것도 지극히 개인적인 일에 대해 얘기하기 때문에 많이 듣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지요. 저는 Part4 만큼은 스크립트를 짚어가며 아주 여러 번 돌려 들었습니다. 일상 말투라 잘 모르는 이디엄이나 숙어도 많이 나오는 편이라 그때 그때 암기해둔 것이 나중에는 잘 들리기도 했습니다.    


3. Writing

저는 정말 Writing에 한해서는 최약체였습니다. FCE 때는 심지어 수업시간에도 과제 제출을 잘 하지 않아 선생님이 수료증에 ‘Writing과제를 본 적이 없어 뭐라 등급을 매기기 어렵다.’라고 아주 솔직담백 하게 적어주셨지요. 그렇게 FCE 등급 때에도 최저 점수를 받았던 Writing이 CAE 시험 때는 파트 중 두 번째로 점수가 높았습니다. 두 번째 다닌 학원의 선생님 John이 저를 계속 쪼았던 것도 한몫했지요. 그는 늘 저에게 Writing이 가장 취약하다며 금요일에 제너럴 하게 보는 시험에서도 굳이 제 것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큰 소리로 수정해주는 방식을 감행했습니다. 처음에는 창피했으나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써봐야겠다고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평소에 글을 쓸 때에도 지극히 한국스러운 문장 결합이나 표현을 쓰기에, 그것이 영어로 번역되었을 때의 어색함은 배가 되었습니다. 영어 에세이에서 많이 쓰는 문장 구조를 아는 것이 첫 단계라고 생각해서 신문이나 매거진 필사를 하려 노력했습니다. 가끔은 그냥 Reading 지문을 필사하기도 했지요. 좀 간드러져 보이는 문장은 여러 번 써서 그 형태를 익혀놓았다가 그대로 갖다 붙여쓰기도 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논지 이탈하지 않기.(생각보다 답변을 쓰다가 이상한 곳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적절한 예시를 잘 들기. 매력적인 서론을 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한국어로도 어려운 마당에 앞의 두 가지만 잘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4. Speaking

 Speaking 시험은 보통 다른 시험보다 하루나 이틀 정도 일찍, 따로 보게 됩니다. 저는 어차피 영어로 매일 말하고 있기에, 또 FCE 때는 Speaking 시험에 별다른 준비 없이 들어가서 파트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기에 아주 교만하게 손을 놓고 있다가 피를 보고 말았습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방법은 Speaking 예제들을 구글에 검색해서 미리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적당한 길이로 작성해서 연습하는 것입니다. 감독관 바로 앞에서 시험을 보다 보니, 평소에는 술술 나오던 문장들도 막히기 십상입니다. 몇 가지 구조를 외워두면 어찌 됐든 긴장한 상태에서도 뭐라도 말하게 되는 듯합니다. 제가 시험을 봤을 때 나왔던 질문은 기본 자기소개, '앞으로 10년 뒤에 뭘 할 것인가?'(정말이지 한국말로도 생각해보지 않은 답변이라 움찔했지요.), '어린아이라서 좋은 점은 무엇인가?' 마지막 문항에서는 파트너와 사진을 보고 비교와 합의까지 도출해야 하기에 파트너와의 호흡도 상당히 중요한 편입니다. 상대와 본인의 답변을 비교해가며 '아싸! 내가 더 잘 봤다!'라는 생각은 금물. Speaking만큼은 혼자 보는 시험이 아닙니다. 저는 두 시험 다 엄청나게 긴장한 파트너가 정적을 흘리면 그것을 주워 담는 역할을 하느라 무진장 애를 먹었습니다. 파트너가 긴장했을 때는 웃으며 답변을 유도하며 어찌 되었건 결론을 함께 찾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아르바이트와 또 다른 잡무를 병행하며 약 두달 간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던 캠브릿지(Cambridge) 시험 후기였습니다. CAE는 FCE와 고작 한 단계 차이임에도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었고, 중간에는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짓을 벌였는가, 그냥 포기할까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패스했다고 연락을 받았을 때는 선생님이 다른 학생 이름을 잘못 봤나 의아할 정도였지요. 그래도 CAE를 공부하면서 본래 머물던 영어 레벨에서 한 단계 발전한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어 결과가 어찌 되었든 스스로가 대견해졌습니다. 정말이지 별 것 아닌 부족한 공부방법이지만 아무쪼록 필요한 누군가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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