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저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주변 사람들의 솔직한 생각 들어보기
1. 왜 이런 일을 벌이게 되었는가?
2. 설문지를 구성해 봅시다.
3. 피드백 결과
4. 어떻게 하면 솔직한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는가?
연말이 되면 각종 어워드가 쏟아진다. 각자의 한 해를 돌아보기에 너무나 좋은 시기니까. 나도 똑같이 무난하게 스스로 하는 회고로 마무리해야겠다 결심하고, 작년에 썼던 글을 톺아보는 중 성윤 님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보통 주변인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한 해동안 저와 잘 지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도의 인사를 나누는데, 성윤 님의 글은 내게 꽤 큰 울림을 주었다. ‘당신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묻는 연말이라니! 이거다 싶어, 나도 바로 설문폼을 만들었다. 내 아이디어가 아니고 영향을 받은 만큼, 성윤 님에게 영감을 받았다는 표시를 아래쪽에 기입하고 DM으로 설문지 양식을 벤치마킹해도 되냐고 여쭈어봤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벤치마킹 해도 괜찮다는 허락을 받았고, 성윤 님께서는 어떻게 하면 응답률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간단한 팁들도 주셨다.
해당 폼은 사람들이 많이 쓰길 바라는 폼이라서, 그대로 사용하면 응답률이 낮을 수 있다.
SNS에 올릴 때는 클릭률 대비 응답률은 낮았다.
회사 내 사람들이나, 내집단이 있을 때 내집단끼리 서로 적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단, 난 해당 설문의 목적을 정했다. 단순히 지인들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로 삼기보다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나의 강점과 지인들이 느끼는 강점은 무엇인지? 해당 부분에서 불일치가 되고 있다면, 내가 착각하고 있는 가능성이 높을 거라 생각했다. 즉,
'남들도 이만큼 하는 것 아닌가?’
하면서 과소평가했던 부분을 찾아보는 일.
두 번째로는 평소 대면으로는 듣기 어려운 개선 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일이었다.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나쁜 습관들이나 개선해야 할 점들이 있는데, 타인에게도 그렇게 느껴진다면 우선순위에서 가장 시급한 부분으로 끌어올려야 했다. 2023년도에 하나씩 개선해나가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걸로 삼았으니까. 해당 피드백을 통해 총 4가지를 얻을 수 있을 거로 예상했다.
둘 다 아는 영역
타인만 아는 영역
나만 아는 영역
둘 다 모르는 영역
둘 다 아는 영역 둘 다 모르는 영역은 패스를 해도 되는 부분이다. 타인만 아는 영역에 대해서는 내가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영역이고, 나만 아는 영역의 경우는 강점이나 타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면 더 드러내야만 하는 영역이었다.
프롤로그
설문 폼은 Tally를 이용했다. 구글 폼보다 디자인 적으로 유려한 면도 있었고 무엇보다 결과 요약 페이지가 구글폼보다 직관적이라 생각해 활용했다. 링크로 들어오는 화면이 랜딩페이지라 생각했을 때 내가 이걸 하는 이유와 목적을 명확히 설명해야 된다고 생각했고,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는 ‘관계’를 키워드로 프롤로그를 작성했다. 단순히 꾸밈 있는 말로 칭찬을 모집하고 싶었던 건 아니어서 ‘솔직하게 해 줄수록 더 큰 힘이 된다, 그걸 바탕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문장에 좀 더 힘을 주었다.
질문지의 내용과 양
피드백이라는 내용 자체가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너무 많으면 설문 작성에 대한 부담을 느낄 게 분명했다. 내가 얻고 싶은 부분은 나에 대한 강점과 내가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느꼈으니 해당 항목은 필수 응답으로 넣어두었다. 그 외 많은 내용은 성윤 님의 구글 폼을 참고해서 작성했다. 필수 응답 9개와 선택 응답 1개로 구성된 10개의 질문지가 탄생했다.
당신의 성함은? (닉네임은?)
어디서 만났는지?
알고 지낸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당신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나 본받고 싶은 점이 있는지?
개선해야 할 점, 보완해해야 할 점, 고쳐야 할 점은 무엇인지?
타인에게 나를 추천해줄 수 있는지?
기타 내게 해주실 말씀
활용 여부
(선택) 당신에 대한 저의 생각이 궁금하다면 연락처를 적어주세요!
선택의 경우 피드백을 보다 성심성의껏 쓸 수 있는 장치라 생각되어 적었다. 사실 더 솔직하게 받고 싶다면 익명으로 받아보는 방법도 있는데, 그런 방법들은 연말에 쿠키 주기, 트리 꾸미기 등으로 너무 흔해져서.. 타인의 생각을 들으면서도 나도 타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해서 (선택) 항목을 위해 성함을 적는 란을 같이 구성했다.
집단별 특성을 나누었을 때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었다.
이미 나를 오랫동안 봐왔던 사람들
예) 고향 친구, 중고등학교 친구, 대학교 선/후배/동기, 동아리
SNS, 커뮤니티로 알게 된 사람들
예) 개인SNS, 누생누영, 디스콰이엇 등
회사 동료
네트워킹 행사
각 집단별 특성이 있었는데, 이미 나를 오랫동안 봐왔던 사람들은 대학을 제외하고는 일 적으로는 접점이 없었기에 개선점이나 장점에 대한 기억들이 많이 희석된 채로 피드백을 줄 거로 예상되었다. 객관적으로는 회사 동료나 SNS로 알게 된 분들이 보다 솔직한 피드백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대면하지 않고 팔로우로만 알고 계신 관계라면 표본 데이터가 적은 분들이 있다는 점이 걸렸다. 개선점보다는 그분이 느끼신 이미지 정도여서, 유의미한 데이터라기보다는 ‘첫인상’ 정도만 파악하는 게 좋아 보였다.
응답 기간은 22년 12월 30일부터 ~ 23년 1월 5일까지 받았다. 사실 계속 열어두고 받았어도 되었는데, 기간을 늘린다고 해서 응답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리라 생각하지 않아서 닫아두었다. 응답 수는 총 44개가 들어왔기에 이 정도면 처음 하는 설문 치고는 준수한 답변이었다.
응답 기간 : 22.12.30. ~ 23.01.05. (7일)
응답 수 : 44명
응답 비율로만 봤을 때는 확실히 내게 시간을 기꺼이 투자해줄 수 있는 친구들이 많이 써주었고, 내가 시간을 많이 투자했던 곳에서 응답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무려 누생누영이 2위!
내 예상보다 대면하지 못하고, 비교적 최근에 아신 분들이 응답을 해주셨다. 두 항목을 합쳤을 때 32%면, 3년 이상 알고 지낸 분들과의 비율과 유사하다.
강점과 개선점, 기타 할 말 등을 텍스트 마이닝을 통해 돌렸을 때 다음과 같이 나올 수 있었다.
Q4. 저는 당신에게 어떤 사람이었나요?
느낌도 좋고 생각도 좋고 다 좋아요!
총 44개의 응답 중 나라는 사람에 대한 생각
주로 긍정, 우호적인 답변이 많았다. 좀 더 추려서 이야기해 본다면,
생각이 깊다
어른스럽다
편하다
좋은 사람
언어 능력이 좋다
글을 잘 쓴다
정도로 추려볼 수 있겠다.
Q5.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 본받고 싶은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해당 문항에 대한 답변들
위의 질문은 이미지나 느끼는 표면적인 생각들이라면, 이 문항은 드러나고 있는 나의 강점이라 생각할 수 있는 부분들을 얻고자 했다. 아쉽게도 개그나 유머는 나의 주된 강점이었는데 인정받지 못한 부분은 조금 분했다. 키워드를 추려보자면,
꾸준함
다양한 탐구, 호기심
성찰하는 힘
글로 풀어내는 능력
주체성
공감 능력
핵심적으로 다방면의 인풋을 통한 글을 쓰는 능력에 대해 본받고 싶다, 강점이다라고 생각해 주셨다. 이 부분은 내가 늘 갈고닦고 발전해나가고자 노력하는 부분! 앞으로 더 열심히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Q6. 제가 개선해야 할 점, 보완해야 할 점, 고쳐야 할 점이 있으면 무엇이 있을까요?
솔직하게 말씀해주셔도 상처받지 않아요!
해당 문항에 대한 답변들
44개의 응답 중 25개의 응답은 잘 모르겠다는 게 많았다. 아무래도 32%의 분들은 나를 대면하지 못했거나,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부분을 적기는 어려웠을 거라 본다. 이미 알고 있는 분들 중에서도 잘 모르겠다, 없다! 형태로 적어준 분들도 많았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던 부분
수면 부족
겸손
현상에 대한 관찰에 머무르지 말고, 방안을 고안하길
→ 해당 문항은 실행에 대한 부분으로 생각했다.
시간 관리
약속
수면 부족은 정말 정말 바꿔야 하는 부분.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도 나왔던 부분이지만, 저녁형 인간에 쇼트 슬리퍼라고 하더라도 최근 수면의 질이나 양이 매우 들쭉날쭉해서 이 부분은 2023년에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겸손은 나는 나 자신을 드러내는 데 있어서, 스스로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짙다. 타인에 대한 헌신도가 엄청 높은 편이라 나를 높이기보다는 타인을 높이기 위해 과한 겸손을 지니고 있는데 이 부분도 적당히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가장 부족한 부분이 실행력인데, 배운 건 많고 내 것으로 표현할 줄은 알아도 이후에 어떻게 써먹을 것인가? 가 약점. 단순히 지식에서 머무르는 게 아니라, 나는 그러면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에 대한 방점이 찍혀야 한다.
시간관리/약속. 가깝든 멀든 잘 못 지켰던 부분. 쌓여가는 일정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치이는 쪽에 가까웠고, 욕심도 그만큼 많이 부렸다. 약속은 신뢰나 성실성의 문제로 이어지는 만큼 관계에서 기본을 의미한다. 기본을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아무래도 처음 시도하는 방법이라, 실행에 방점을 두었다.
SNS와 같은 공개적인 곳에 올리는 일은 불특정 다수에게 볼 수 있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해야 하는 당위성이나 의무감은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 명 한 명에게 새해 인사와 더불어서 전달하는 방안이 있었는데, 사실 조금 귀찮기도 해서 몇몇에게만 그렇게 전달하고 일부는 SNS로만 소식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응답률을 보면서 느꼈던 부분이 있었는데, 다음과 같다.
리워드에 대한 고민
작성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작성해주신 분들에게 난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더 나은 사람이 된다고 말은 했는데, 그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일이니까. 그래서 마지막 말미에 (선택) 항목을 두었다. ‘수고롭게 작성해준 당신도 제 생각을 알아보고 싶다면, 연락처를 적어주세요!’라고. 44명 중에 35명이 자신의 연락처를 적었다. 그렇다. 나는 1월 중으로 35명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서 보내줘야 한다. 큰일 났다.
응답률을 높이고 싶다면 개인 톡을 하자
당연한 이야기지만 군중 속의 외침보다도 한 명 한 명 붙잡고 이야기하는 게 훨씬 설득 확률을 높여준다. 119를 부를 때도 ‘119에 신고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보다 ‘거기 노란 모자 쓴 학생! 119 좀 불러주세요!’하고 타겟팅을 명확히 하라고 배운다. 내 SNS의 영향력이 없는 것도 한 몫하지만, 스토리로는 300명이 넘게 보는데도 응답률이 드라마틱하게 높아지진 않았다. 1:1로 새해 인사와 함께 연말 선물로 작성해주면 좋겠어!라고 톡을 보냈을 때는 100% 응답을 해주었다.
물론 SNS를 보고 전혀 예상치도 못한 분들이 해주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건 극소수니 예외.
롤링페이퍼처럼 서로서로를 작성해주는 방법
회사 내에 팀이 있는 조직이라면 회사 인원들끼리 돌아가면서 피드백해주는 부분도 좋을 듯싶었다.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게 아니라, 서로 연말 회고도 하면서 한다면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는데도 기여하지 않을까?
꼭 직장이 아니더라도 좋은 피드백을 해줄 수 있는 커뮤니티가 있다면, 서로 알고 지낸 기간이 어느 정도 된다면 해주는 방법도 좋을 듯. 최소 4주 이상 진행되는 온/오프 모임 끝나고 마지막에 해봐도 좋을 듯싶었다.
익명 활용해 보기
이는 글로벌 글쓰기 모임할 때도 느꼈던 부분인데, 내향형일수록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의 대면 만남이나 연락보다도 온라인에서 더 솔직한 부분이 많았다. 온라인에서는 나를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으니 더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해당 방법을 선택하면 답장은 해줄 수 없지만, 허심탄회하게 풀어나갈 부분도 있을 거로 예상된다.
주신 응답들을 기반으로 2023년을 살아갈 힘을 크게 얻었다.
응답률과 폼에 대한 개선 방안을 고려해서 2023년 연말에도 꼭 받아봐야지.
- 설문폼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