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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기는 습관

실패로 점철되는 삶은, 그저 실패로만 남지 않았다

by 태완

실패는 이기는 법을 알려줬다

어릴 땐 실패가 두려웠다.


무언가를 시도할 때마다 “이러다 망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한 번 넘어질 때마다 마음속 어딘가가 조용히 무너졌다. 그 감정은 오래갔다. 실패라는 단어 자체가 나를 어떤 결핍의 사람처럼 느끼게 만들었고, 누군가의 시선보다도 실패한 나 자신을 마주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내가 진짜로 무서워했던 건 실패 그 자체가 아니라, 실패한 나 자신을 견디는 일이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왜 또 안됐을까’, ‘이쯤이면 좀 잘돼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게 끝없이 내 자신을 깎아내리는 시간들이 더 고통스러웠던 거다.


마케터라는 일을 계속 하면서, 나는 어느 순간 실패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 실험을 한다는 건 실패를 전제로 하는 일이고,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그 과정이 무가치했던 것은 아니라는 걸 체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마케터라는 일을 ‘실패를 사랑하는 일’이라고 정의하게 되었다.


하나의 문장이었다. 그 문장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시도했다는 것, 방향을 바꾸며 나아갔다는 것, 그 자체가 의미라는 걸 인정하게 되면서부터였다. 실패하지 않았다는 건 어쩌면 충분히 시도하지 않았다는 말과도 같기 때문에.


결과보다 다시 시작하는 속도가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한 번의 실패로 오래 주저앉아 있는 사람보다, 다섯 번 넘어져도 여섯 번째 금방 일어나는 사람이 결국 끝까지 간다. 나는 아직도 자주 넘어지지만, 회복이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는 게 스스로 느껴진다. 그게 곧 이기는 습관 아닐까 싶다.


실패 덕분에 내가 지켜야 할 본질이 무엇인지도 더 빨리 알게 됐다. 사람들이 좋다고 반응하는 말, 내가 만들고도 만족스러웠던 콘텐츠,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그 안에는 늘 진심과 실험이 있었다. 누구의 흉내도 아니고, 대충 짜 맞춘 결과도 아닌, 맥락과 감정이 살아 있는 시도들.


그리고 무엇보다 실패했을 때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배웠다. 같이 회복해줄 사람, 실패를 탓하지 않고 “잘했어, 다시 해보자”라고 말해주는 동료,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어떤 성공보다 더 단단한 기반이었다.


이제는 안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과정이다.


그 안에서 나는 방향을 조정하고, 이기는 습관을 배워간다. 그리고 언젠가, 그렇게 쌓인 시간들이 나를 결국 이기는 사람으로 만들어줄 거라고 믿는다.


그러니 지금 실패하고 있다면, 괜찮다.


그건 분명히, 이기는 법을 배우는 중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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