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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요선 Aug 09. 2024

성공도 실패도, 행복도 불행도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렇게 큰 일은 아닐 것이다.

1.


성공도 실패도, 행복도 불행도 없다는 말을 예전에는 안 믿었다. 저거 분명히 정신승리하는 걸 거야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지금 좋아 보이는 일이 결코 좋은 일만도 아니고, 안 좋은 일이 안 좋은 일로만 끝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일이든 마음먹기 달렸고 내가 잘해나가면 된다는 말도 아니다. 마음 계속 바뀌고, 내가 잘한다고 잘 되지도 않는다. 그냥 계속 가보는 수밖에 없다고 느껴진다. 웬일인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마음이 가뿐하다. 두렵지 않다.





2.


많은 일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주말 동안 퇴사하기로 마음먹고 출근한 월요일, 그날은 코스피 지수가 8% 떨어져 '검은 월요일'로 역사에 기록되며 시작됐다. 대표님과의 면담은 1시 30분이었는데 지금 촬영하는 프로젝트가 잠시 중단된다는 소식이 1시 31분에 와있었다. (원래 퇴사하고 해당 프로젝트에 전념할 생각이었음) 면담 끝나고 나오자마자 그 소식을 들으니 허탈했다.


그렇지만 그러한 이유만으로 퇴사를 번복한 건 아니다. (번복했다는 소리) 그냥 나도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낼 때 끝내더라도 나 스스로에게 그래도 떳떳해야 하는데 지금 이대로는 아니라는 생각이. 진짜 여러 운이 작용하여 나름 괜찮은 커리어를 쌓아왔는데 나는 사실 이게 거품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어쨌든 성과를 남겨놓고 나가더라도 나가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진짜 조또 뭐 별 거 없는데 입만 터는 사람으로 남을 거 같고, 그건 정말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이다.





3.


그런 의미에서 이제 그만 기웃거리기로 했다. 일의 영역에서도 나는 남들은 어떻게 하는지 많이도 물어본다. 뭘 배워본 적도 없고, 사수도 없고, 체계도 없는 환경에서 계속 일했기 때문에 이게 맞는지 환장하겠어서 더욱 그랬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본 것 같다. 그러면서 깨달은 건 생각보다 스스로 일 잘한다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뿐이었다. 생각보다 별 거 아닌데 되게들 그래서 좀 놀랐다. 특히나 컨설팅펌이나 대기업에서 온 사람들이 그런 편이었다. (저격 NO) 걍 남들은 다 주먹구구 물경력이고 자신은 체계도 논리도 명석함도 다 있다고 생각하는! (아 스타트업러들은 안그러냐? 그들은 또 좀 다른 방식이다. 나 금목걸이 하나 없이 여기까지 왔다고 하는 래퍼같달까)





다들 막 뭐가 있다고 그래. 그래서 그게 뭐냐고 물어보면 또 막 그럴듯하고 원론적인 이야기를 해.

그래서 그게 뭐냐고 물어보믄 또 이거 반복 100번  

그래서 그냥 이제 남에게 그만 물어보기로 했다. 그냥 내가 해야 하는 일, 나에게 주어진 것에 집중하기로.





4.


그 밖에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아무 문제도 없는데 혼자 개난리를 치면서 징징거린 일도 있었고, 남의 소용돌이에 껴 휘말린 일도 있었고, 결국 아주 근원적인 나의 문제로부터 기인한 일도 있었다. 오히려 터져버리니 속 시원한 일도 있었다.


일희일비하지 말라, 전화위복이다, 돌아보니 어떻더라 이런 말을 하려는 건 절대 아니다. 그냥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렇게 큰 일은 아닐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사실 바뀐 건 없다. 나는 평일에는 회사에 다니고, 주말에는 촬영을 한다. 시간이 나면 책 읽고 글 쓰려고 노력할 것이고 영어 공부는 언제 다시 하냐며 한탄할 것이다. 그렇지만 운동은 꼭 다시 해야 한다. 여전히 깊은 관계는 조금 무섭고, 일상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피로하다.


그렇지만 또 조금은 무언가 바뀌었다. 회사에서 하게 될 일이 추가되었고, 촬영에 부여하는 의미도 달라졌다. 영어 공부는 진짜 시작할 거고, 헬스장 관장님이랑도 좀 더 친해졌다. 병원을 다니며 약을 다시 먹은 지도 1개월이 지났다.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렇게 큰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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