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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ri Dec 31. 2021

2021년 여성향 게임 결산

어느새 연말입니다.


올해도 액정 안에서 변함없이 자기 자리를 지켜준 전자 남친과 사이버 아이돌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며 2021년 여성향 게임 시장을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어디까지나 필자의 개인적인 관점에서 쓰인 글이지만, 올 한 해 각국의 여성향 게임 시장을 뒤돌아보며 이런 일들이 있었구나 하고 잠시나마 회고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국 – 스텝업을 향한 긍정적인 징후들

한국은 올해도 소규모 개발사들을 주축으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없었을지라도 긍정적인 이슈들이 많았다고 생각하는데요. 우선 전반적으로 게임들의 퀄리티가 크게 향상되었고, 그를 통해 유의미한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러브언홀릭 시즌2 / 신도 야근을 하나요?
솔티하운즈

예를 들면, 본능에 충실했다는 뚜렷한 컨셉으로 어필한 “러브언홀릭”을 시작으로, 개발 초기부터 SNS 상에서 많은 화제를 모았던 “신도 야근을 하나요”, 그리고 최근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큰 반향을 얻은 “솔티 하운즈” 등, 단순한 스토리 게임을 넘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또 하나의 변화로는 이러한 여성향 게임 개발사에 대한 기존 게임 회사들의 투자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카카오게임즈의 계열사인 넵튠은 스토리타코, 비비드스튜디오, 프리티비지 등 여성향 게임 개발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밋앤그릿은 스마일게이트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스마일게이트는 ”마술양품점”이라는 여성향 게임을 출시하기도 했죠) 
이러한 사례들은 여성향 게임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게임 업계가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직은 작은 변화지만 이 변화들이 쌓이고 쌓여 더 큰 결실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카카오페이지 플레이 / 스토리플레이 / Plop

한편 기존의 비주얼 노벨 형식의 스토리 게임들은 작년에 이어 인터랙티브 노벨 플랫폼을 중심으로 저변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올여름에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 “카카오페이지 플레이”를 비롯하여 “스토리플레이”, “Plop” 등의 플랫폼이 인기 웹툰, 웹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한 게임을 메인으로 걸고 있고요. 여성팬들이 많은 분야이니 만큼, 여성 유저들을 중요 타깃으로 삼고 있습니다.

원작 IP의 원소스 멀티유즈의 일환으로 웹툰, 웹소설의 글로벌 성장세를 봤을 때, 이러한 시도는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향후 이러한 IP들의 본격적인 게임화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일본 – 승자독식과 본질의 추구

올해의 일본 여성향 게임 시장은 작년에 이어 여전히 “트위스티드 원더랜드”, “앙상블 스타즈!!”와 같은 인기 타이틀이 시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두 타이틀이 워낙 막강하다 보니, 당분간 이러한 2강 체제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 외 올해 출시된 다른 타이틀들은 아쉽게도 크게 눈에 띄는 성적을 남기지는 못한 것 같아요.


올 한 해도 연초부터 많은 여성향 게임들의 서비스 종료가 이어졌는데요. 모바일 여성향 성장기에 론칭하여 일정 수준의 팬덤을 갖추고 있던 “DREAM!ing”이나 “아이츄 Étoile Stage” 같은 타이틀의 서비스 종료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 외에도 인기 IP 뱅드림의 스핀오프로 주목을 받았던 “아르고나비스 from BanG Dream! AAside”도 1년의 기간도 채우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를 발표했고요. 오픈 직후 각종 트러블이 계속된 결과 초스피드 종료를 한 “Wave!! ~파도 타는 소년들~” 같은 타이틀도 있었습니다.

아르고나비스 from BanG Dream! AAside / Wave!! ~파도 타는 소년들~


이들 사례를 보면   

아무리 잘 다져진 IP라도, 게임 자체의 퀄리티가 떨어진다면 유저는 금세 멀어진다는 점

유저들은 검증된 결국 인기 타이틀에 몰린다는 점 

이러한 현상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게임의 선택지가 많은 일본이니 만큼, IP 확장의 수단으로 팬 층을 노려서 적당히 만든 게임은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시사합니다. 게임이 성공하려면 IP를 모르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게임 그 자체로 충분한 재미와 흡인력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 외에도 올 한 해 의미 있었던 일 중 하나로 오랜 기간 소식이 없었던 타이틀의 재점화를 꼽고 싶습니다.
DMM의 “윈드보이즈!”나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의 “풋살보이즈!!!!!” 가 발표 후 약 3년의 기간을 넘어 게임을 출시하였고요. 지난 2019년 서비스를 종료한 “천총사”도 브랜드를 일신하여 새로운 게임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물론 아쉽게도 프로젝트의 종료를 발표한 “카타르시스테이지”나 출시 연기 후 1년 이상 소식이 없는 “도쿄디벙커”도 있지만요.

윈드보이즈! / 풋살보이즈!!!!!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러한 게임들의 한계가 명확해 보인다는 점입니다. 

고착화된 캐릭터성, 성우진, 아트 스타일, 게임 시스템 등 기존 게임들의 스킨을 바꾼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인데요. 물론 일본 시장에서 이런 정체된 느낌은 웬만한 큰 충격이 가해지지 않는 이상 좀처럼 깨질 것 같지 않기는 합니다. (예를 들면 전혀 다른 게임성을 가진 해외 타이틀이 엄청난 인기를 끌어 랭킹 상위를 차지한다던가 하는 정도의 큰 충격이요. 물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이지만요)


한편으로 사족을 더하자면,  일본에서도 전 세계 IT 업계의 핫 트렌드인 메타버스의 관심도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업계에서 눈에 띄는 동향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2차원 아이돌물이 많은 일본 여성향 게임이야 말로, 새로운 기회를 노릴 수 있는 분야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중국 – 성장과 리스크의 공존

중국의 여성향 게임 시장은 올 한 해 탄탄하게 내실을 다진 해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빛과 밤의 사랑”이나, “꽃과 산 중턱의 달 (화역산심지월)” 등의 작품들이 상당히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퀄리티 높은 신작들의 발표도 연이어졌습니다.

빛과 밤의 사랑 / 꽃과 산 중턱의 달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으로는, 여성향 게임이라 하더라도 연애에 국한되지 않고 육성을 중심으로 다양한 소재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한층 더 시스템이 복잡화되고 있고요. 원래부터 게임 하나에 여러 가지 요소들을 담아내서 유저에게 쉴 틈을 주지 않는 게 중국 게임의 특징이긴 하지만, 이런 경향은 중국 게임의 내수 성향이 더 강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여담이지만 게임성에서는 다양한 시도를 하는데 스토리에서 평행세계 / 포스트 아포칼립스 요소가 좀처럼 빠지지 않는다는 게 참 신기합니다.)


한편으로는 중국 정부에 의한 게임 규제가 더 심해진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가장 특징적인 사건으로 “빛과 밤의 사랑”이 18세 이상 등급으로 전환한 것을 꼽을 수 있을 것인데요. 향후, 여성향 게임들의 등급 설정의 연령대가 오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실명 인증의 강화, 판호 발급 중지 등 개발하는 입장이나 플레이하는 입장에서 여러모로 불편함과 불안함이 가중되었습니다. 


이러한 중국 국내의 리스크가 가속되는 상황임에도 의외로 해외 서비스가 눈에 띄는 타이틀은 없었는데요. “다시 그리는 시간”이나 “미해결사건부”, “소녀의 왕좌” 등이 동아시아 각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매니아 층을 제외하고는 큰 화제를 모으지는 못했습니다. 

다시 그리는 시간 / 미해결사건부

내년에는 아마도 Paper Games의 “러브앤딥스페이스”가 출시되지 않을까 하는데요. Paper Games의 게임은 늘 여성향 게임 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이번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기대하는 바입니다.

올 한 해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시간을 잊고 몰두할 만한 게임,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만나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셨나요?
재밌었던 게임이 있으셨다면 꼭 이야기를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내년에도 많은 분들의 마음을 움직일 좋은 여성향 게임들이 많이 나오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입니다.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년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미지들의 저작권은 각 콘텐츠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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