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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ri Oct 18. 2023

8) 기업의 덕질 활용사례 1 : 덕질과 기업의 정체성

시부야 원더랜드 오타쿠걸 2장 : 일본 사회 속의 덕질 트렌드 2

8) 덕질의 기업 활용사례 1 : 덕질과 기업의 정체성


오타쿠라는 표현이 등장한 지 40년의 시간이 지났다. 일본이 쿨재팬이라는 이름으로 서브컬처 / 엔터테인먼트 등 소프트파워의 성장 지원에 힘쓰고 있다는 익히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오타쿠는 큰 이미지 변화에 성공했다. 


오타쿠가 구매력을 가진 고객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는 점은 이미 지겹게 다루었으니 이제 관련 업계 밖으로 나가 다른 업종의 활용 사례를 들여다보자. 이번 챕터에서는, 먼저 간략하게 언급했던 기업들을 포함하여, Z세대 여성들을 타깃으로 삼고, 덕질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들을 몇 가지 정리해 보았다.


Z세대의 흐름을 읽고 변화를 주도하는 SHIBUYA109


시부야 도겐자카에 위치한 SHIBUYA109 (이하 109)는 1979년 오픈 이래, 90년대 갸루문화 시대부터 지금까지 젊은 세대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유행의 중심지이자, 시부야의 대표 랜드마크이다. 2009년 이후 하락세를 타게 된다. 당시 강점으로 내세웠던 패션 분야가 해외패스트패션이나 인터넷 쇼핑의 성장 등으로 인한 공급 과다로 주춤하게 된 것이 그 이유였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서도 존재감을 뽐내는 109

2019년, 109는 시부야 재개발 및 오픈 40주년을 맞아 대규모 리뉴얼을 단행했다. 패션에 국한되지 않고, 먹거리나 엔터테인먼트 전용 플로어를 신설했고, 리뉴얼 직후 록다운 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최대 입장객 수를 기록했다. 지금의 109는 각종 덕질, 최신 먹거리 등 Z세대 놀이 문화를 폭넓게 다루는 테마파크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유행 음식들이나 각종 잡화, 화장품, 패션아이템을 구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인기 콘텐츠의 팝업 스토어, 콜라보 카페 등도 끊임없이 열린다.



SHIBUYA109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종합 상업 시설의 운영만이 아니다. 109 안에는 SHIBUYA 109 lab.라는 Z세대와 엔터테인먼트 연구 전담 부서가 별도 존재한다. SHIBUYA 109 lab. 는 주 타깃층인 15세에서 24세에 대해 그 실태를 조사하고, 109의 마케팅을 지원하거나 관련 정보를 타사에 제공한다. 정기적인 그룹 인터뷰나 앙케트를 통해, 이미지나 고정관념이 아닌 실존하는 Z세대의 연구에 힘쓰는 점이 주목 포인트로, 최근 Z세대의 덕질, 응원 소비 풍조에 착목 관련된 기획도 주도하고 있다. 

109가 시부야의 변화의 선봉장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Z세대에 대한 생생하고 깊은 이해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덕질 소비의 엔터테인먼트화 콜라보 카페 전문점 BOX cafe&space


BOX Cafe & Space는 테마 카페 전문점이다. 다양한 오타쿠 대상의 콘텐츠와 콜라보 카페를 개최하고 있으며, 콜라보 카페로는 일본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시부야, 신주쿠를 비롯 도쿄 내의 중심부에 다수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국 대도시에 공격적으로 신규 점포를 오픈하고 있다.


콜라보 카페란, 음식점에서 특정 IP, 작품, 콘텐츠를 테마로 한 관련 식사나 디저트, 드링크 메뉴를 제공하고, 방문객에게 한정 굿즈를 판매하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콘텐츠 측에서는 주로 무언가 이슈가 있을 때 프로모션 용도로 활용한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점포가 다수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주 고객은 콜라보 콘텐츠의 팬이며, 기본적으로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주문하는 메뉴 및 구입 제품에 따라 특전을 받을 수 있으며, 다른 곳에서 구할 수 없는 희소성이 강한 굿즈들을 취급한다. 그로 인해 굿즈 구입 목적으로 방문하는 팬들이 다수이긴 하지만, 대상의 테마에 맞춘 인테리어 / 익스테리어, 음식의 비주얼은 사진 촬영에도 잘 맞는 편이므로 덕질의 SNS 공유 목적으로도 적합하다. 


BOX Cafe & Space SHIBUYA 109점. J-POP 아이돌 JO1의 캐릭터의 콜라보 카페가 열리고 있다.

BOX Cafe & Space는 큰 규모만큼이나, 다양한 콘텐츠의 콜라보레이션을 실시해 왔다. 

애니메이션과 게임, 인기 캐릭터는 물론, K-POP 아이돌과의 콜라보도 종종 실시하고 있어, 한국에서 원정 온 팬들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경험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시킨 모델로 거대 유통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비전 설명.

BOX Cafe & Space를 운영하는 회사 CL Holdings는 마케팅, 프로모션, EC 등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회사였으나, 콜라보 카페 및 굿즈 판매 사업의 호조를 바탕으로 현재 해당 사업의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카페라는 요식업의 영역에서 더 나아가, 한정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유통 플랫폼, 어뮤즈먼트 등 IP 콘텐츠 영역을 통한 팬의 소비 및 체험의 확장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10대의 일상과 덕질을 대표하는 브랜드 학용품 브랜드 Kept 


덕질 유행의 확산은 10대~20대 사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앞서 몇 번이고 언급하였다. Z세대 여성들의 덕질은 일상생활 속에서 덕질의 요소를 끼워 넣거나, 꾸미기 문화 등 독특한 그들의 문법이 존재한다. 이들의 일상 속 덕질은 SNS 등을 통해 다양한 층에 확산되고, 덕질의 상식으로 자리 잡게 된다.


학생이 일상 속에서 가장 가까이할 수 있는 물건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역시 학용품이 아닐까? 일상 속에서 은은하게 덕질을 즐기고 싶다는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제품 라인을 만들어 유행시킨 브랜드가 있었으니, 바로 문구류의 노포(1890년 창업) 레이메이후지이レイメイ藤井의 Kept 시리즈이다. 

사용하기도 좋고 꾸미기도 좋은 투명한 외장과 다양한 색상 라인업이 특징이다. 슬로건은 '계속 변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

이전부터 있던 브랜드지만, 근년 클리어 필통 등이 인기를 끌면서 덕질에 활용법 등이 블로그나 SNS 등을 통해 퍼지면서 근년에는 본격적으로 덕질에 최적화된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공식 인스타그램 피드의 일부. 덕질이나 꾸미기 활용 예도 찾아볼 수 있다.


최애의 이미지에 맞추어 고를 수 있는 다양한 색상들. 소중한 굿즈가 잘 보이는 투명한 소재.  파손이나 더러워지는 것을 막아주는 수납 구조. 빵빵한 수납력 등 학용품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덕질을 하는 소녀들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브랜드이다. 최근에는 기존의 학용품 라인에 더해, 아크릴스탠드 케이스나 포토카드용 바인더도 출시하고 있다.


덕질과 학용품의 조합이 유행하면서, 다이소 등 저렴한 생활용품 가게에서도 투명 필통, 바인더, 포토카드 홀더 및 꾸미기 용품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DIY 전문 가게 등에서도 덕질과 관련된 제품들의 코너를 따로 만들어 판매하는 등, 굿즈와 꾸미는 문화는 서로 win-win의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상 속의 작은 행복, 은은한 덕질을 지탱해 주는 브랜드들은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을 가리지 않는 오타쿠 프렌들리의 프로 산리오


덕질하는 사람 치고, 산리오 캐릭터를 접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익히 아시다시피, 산리오는 일본의 캐릭터 회사다. 헬로키티, 시나모롤, 마이멜로디, 쿠로미 등 다양한 수의 귀여운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다. 근년 포토카드 케이스 등의 산리오 캐릭터 상품이 Z세대 오타쿠 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다양한 캐릭터와 높은 친화성이 최애 대상의 이미지 (모에화) 소비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진 셈이다.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산리오 포토카드 케이스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지 않을까?

 

현재 산리오는 포토카드 케이스뿐만이 아니라 덕질 아이템을 별도 카테고리로 분리, 다양한 캐릭터의 다양한 상품들을 출시하여 판매하고 있다. 자사 캐릭터뿐만 아니라 인기 콘텐츠들과의 콜라보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등, 덕질 트렌드를 누구보다 더 잘 활용하는 기업이라 해야 할 것이다. 

산리오의 덕질 굿즈 라인 '엔조이 아이돌' 시리즈. 이미지 속 캐릭터들이 사용하는 아이템을 눈여겨보자.

물 들어올 때 열심히 노를 저은 덕분에 산리오가 운영하는 테마파크 퓨로랜드도 덕질 목적으로 방문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등, 사업 전반적인 매출 증대를 가져왔다고. 퓨로랜드 쪽에서도 덕질 목적으로 혼자 방문하는 손님을 위한 관람 플랜을 짜주는 등, 오타쿠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또한 COVID-19 시기에는 퓨로랜드 메타버스를 활용한 온라인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개최하기도 하는 등, 다방면으로 덕질과 엔터테인먼트의 가능성을 추구하고 있다.


사실, 산리오의 과거 행보를 보면 누구보다 덕질에 대해 진심이다.

오타쿠 친화적인 상품 기획이나, 다양한 인기 작품들과의 발 빠른 콜라보도 그렇지만 오리지널 작품을 만들어 미디어 믹스로 확장을 하거나, 콘서트, 페스티벌을 진행하기도 하는 등 덕잘알 모먼트가 느껴진다.

최근 공개된 산리오 캐릭터의 의인화 프로젝트 '프라가리아 메모리즈'.  산리오 캐릭터의 특징이 보이는 디자인에 주목. 


여담이지만 산리오의 원조 인기 캐릭터라면 헬로키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헬로키티는 다방면으로 라이선스를 주거나 콜라보를 실시하는 걸로 유명하다. 지금은 다른 인기 캐릭터들에 밀려 존재감이 다소 약해지긴 했지만, 오죽하면 "일을 가리지 않는 키티선배"라는 밈이 유행했을 정도로 상상도 못한 분야까지 커버하며 독보적인 출연율을 자랑했다. 


요즘의 산리오를 보면 키티선배는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반영한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그야말로 어딜 가든 산리오 캐릭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캐릭터의 노출 빈도를 넘어서, 탄탄한 자사 캐릭터의 개성 구축,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세심하고 꼼꼼한 안내, 넓은 고객층을 커버하는 아이디어 등 여러 디테일한 부분에서 산리오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를 엿볼 수 있다. 



출전 및 참고자료

https://business.nikkei.com/atcl/gen/19/00337/092700068/?P=1

https://xtrend.nikkei.com/atcl/contents/18/00325/00014/

https://www.clholdings.co.jp/cms/clhd/pdf/ir/report/CLHD%E7%B5%B1%E5%90%88%E5%A0%B1%E5%91%8A%E6%9B%B82022.pdf

https://www.koukouseishinbun.jp/articles/-/9469

https://www.instagram.com/kept_raymay/

https://www.itmedia.co.jp/business/articles/2306/09/news161.html

https://www.sanrio.co.jp/special/enjoyidol/

https://twitter.com/fragaria_sanrio/status/1710580725005828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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