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퇴사준비 A to Z
어느 날 템플스테이 같은 힐링 캠프에 참여한 적이 있었습니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을 벗 삼아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고,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기에는 이만한 프로그램이 없지요.
진행자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당신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과연 우리의 공통된 고민은 무엇이었을까요?
연애? 돈? 결혼?
여러 가지 고민이 많이 나왔지만, 회사원 참여자들의 공통된 관심사는 "퇴사"였습니다.
우리는 '왜' 퇴사를 고민하고 있을까요?
회사원이라면 누구든 언젠가는 겪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자발적으로 보란 듯이 사표를 던지고 나오든, 불가피한 인원 감축 때문에 희망퇴직을 하든, 나이가 들어서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게 되어서 은퇴를 하든, 어떤 곳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결국에는 겪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입사와 동시에 퇴사를 고민하는 건 인간이라면 당연한 본능일지도 모르지요.
반드시 거쳐야 할 인생 사이클 중 하나라면,
좀 더 심도 있게 들어다 보고 제대로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욱! 해서 퇴사하고 싶고, 누구 때문에 퇴사하고 싶고, 다 때려치우고 싶은 분노 때문에 퇴사하고 싶지만
밖은 지옥이라고들 하고, 당장은 먹고 살 일이 막막하니 나름 용케 버팁니다.
하. 지. 만
용케 "버틴다"라는 생각이 문제입니다.
왜 회사는 버티면서 다녀야 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그 버팀의 끝은 어디일까요?
제 경우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풋풋한 신입시절이었습니다.
어린아이가 죽음을 생각하지 않듯이, 신입시절에는 웬만한 이유가 아니고서는 퇴사를 생각하기가 쉽지 않지요.
모든 게 새롭고 재미있으니깐요. 어설퍼도, 야단맞아도, 때로는 귀엽다고 해주는 선배가 있어서 든든했습니다.
어느 정도 연차가 쌓였습니다.
후임들에게 치이고, 상사들 챙기기 바빠서 눈칫밥만 늘어갔었습니다. 더러는 '이 세상에 또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나를 괴롭히는 직장 동료 때문에 잠 못 이루기도 했지요. 슬슬 때려치울까?를 생각해 보는 시기가 왔습니다. 하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고 연차도 애매하게 쌓인 터라 망설이고 흐지부지되다가 시간만 흘렀지요.
시간이 흘러 존경받는(?) 상사가 되었습니다.
상사가 되면 모든 게 잘 풀리고 행복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내 월급을 제외하고 세상의 모든 물가가 상승하고 있는 듯했고, 능력 좋고 체력 좋은 후배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저의 자리를 위협했습니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고액의 연봉을 받는 직책의 제가 그 돈값을 하길 바랐지만, 제 입장에서는 고액의 연봉이라 생각이 들 만큼은 아니었고 가정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더 이상 회사만을 위해서 살아갈 수 없었고 체력도 바닥이 난 상태였지요. 후배들의 미래가 '나'라고 생각하니깐 후배들이 불쌍하기도 했습니다.
희한하게 회사를 몇 년 정도 다니면 안 아프던 곳도 갑자기 아프게 되고 이상한 증상이 많이 나타납니다.
(현대의학으로는 밝혀내기 어려운 불치병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네- 자연스럽게 '이제 퇴사할 때가 된 건가?'를 떠올리는 시기가 온 것입니다!
저의 이야기인 동시에,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는 회사원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언제가 되었든 퇴사를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래. 서
하고 싶은 얘기는?
미래를 준비하는 것처럼,
직장인이라면
반드시 퇴사도 준비하세요.
재테크가 필요한 것처럼,
퇴사 준비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때려치우라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러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말리고 싶을 정도로 반대합니다.
욱해서 퇴사하면 본인만 손해입니다.
차근차근 자기 계발도 하고 자기 실력을 쌓으세요.
내일 당장 세상 하나뿐인 나의 회사가 망해서 길바닥에 나앉는 일이 있어도 '나의 삶'은 흔들림이 없어야 합니다.
회사와 나는 동의어가 아닙니다.
그리고 나를 다듬는 시간이 어느 정도 채워지면 주위를 둘러보고 나의 시간의 소중함을 생각해 보세요.
무심코 흘려보낸 나의 젊음,
나의 하루는 더 이상 다시 오지 않습니다.
저는 퇴사를 꿈꾸는 직장인이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월급이라는 달콤함에 발목이 잡혀서 망설이거나 나만의 소중한 시간을 '버티면서' 낭비하기 전에
"저 퇴사하겠습니다."하고 미리 통보를 하였습니다.
회사와 퇴사 시간을 조율하였고, 조금의 퇴사 준비 기간이 생기게 되었어요.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지 지금부터 저의 "슬기로운 퇴사 준비" 과정을 기록하려고 합니다.
어떤 시기에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될 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가 바로 시작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라.
-Louis L'Amo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