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을 튕기자마자 '지잉' 울리는 소리를 멈추지 못해 허둥지둥거렸습니다. 손으로 진동을 멈추는 뮤트(mute) 개념조차 모르던 때여서 그랬습니다. 이처럼 처음 마주한 상황에서 당황하는 건 사실당연한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저는 몰랐습니다. 항상 계획이 틀어지지 않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몸에 배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삽시간에 아찔해졌습니다. 한평생 쓸 기타를 살 목적으로 100만 원이나 투자해 버렸으니까요. 이래저래 앰프 값과 각종 부속값도 추가해 보면 대학생 입장에선 꽤나 큰 지출이었습니다.
하지만그 과감한 지출이 오히려 제가 포기하는 것을 막았습니다. 저는 막무가내로 투자한 게아니었습니다.나다운 삶을 위해, 답답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선의 선택을 갈고닦은 것이란 확신이 있었습니다.그래서 운명의흰색 기타는빛 좋은 개살구가 아닌든든한 배수의 진이 될 수 있었습니다.
애초에 제 목표는'기타리스트되기'가 아니라'밴드부 합격'이었습니다. 이 점을 명확히 하고 나니 보컬과 일렉기타두 종목을 노려보기로 했습니다. 어떻게든 합격의 가능성을 높여보려는 일환이었습니다. 다행히 평소에도 노래 부르는 것은 좋아하여보컬은 짧게나마 학원을 끊기로 했고, 기타는 꾸준히 유튜브강좌를 참고했습니다.
보컬 학원의 흔적들
일렉기타를 만난 지D+15일
드디어 단과대 락 밴드에 지원하게 됩니다.
처음엔 보컬 부문으로 지원하였습니다. 아직 기타 실력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시간이 흐를수록 보컬 쪽에도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고음 처리가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ㅋㅋ).결국 피차일반이었습니다. 그래서며칠을 전전긍긍하다아래와 같이문의를 드리게 됩니다.
늦은 시각에 정말 죄송하다, 일렉기타를 잡은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이쪽으로 지원을 해도 되느냐, 정말 열심히 배울 의지는 있다, 혹시 어느 정도의 실력을 원하시냐
…라며구구절절이보냈습니다.
그러자 악기 세션은 동아리에 들어온 이후 성장하시는 분들도 많고, 보컬에 비해 경쟁률이 적은 편이라며, 실력보단 열정을 중시한다고 답변 주셨습니다.그러니 '부담 없이 오디션에 참가해 주시면 된다'… 고 하셨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