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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시 Dec 03. 2023

"너는 그냥 번식이나 하자"

[댕냥구조대를 시작합니다] 나는 얼마짜리 인간일까


"너는 그냥 번식이나 하자     


강아지 경매장에서 갓 태어난지 2개월된 핏덩이 같은 말티즈를 보고 개번식업장 업주가 한 말입니다.

불법으로 보통 태어난지 한달이 갓 넘은 아이들 위주로 거래되는 경매장에서 생후 2달이나 됐고, 또 생김새 가'언더(아래턱이 좀 나오고)에 홍코(코의 색소 부족)'인 아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저 개번식업자의 한마디로 이제 저 말티즈는 평생 뜬장에 갇혀 이유모를 번식과 출산 그리고 새끼 약탈을 평생 당하다 비참하게 죽을 개죽음의 운명에 놓이게 된거죠.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난달(23년 11월)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반려동물 경매와 투기 등을 막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 했다고 합니다. 

개정안에 담긴 다양한 새로운 내용들 중 눈에 들어온 부분은 "6개월 미만 개·고양이 판매금지"였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에선 2개월 이하 동물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문제는 이 2개월 조차 지켜지지 않아 실제 펫숍에서 판매될 강아지를 경매하는 경매장에선  대부분이 생후 40일 전후된 강아지들이라고 합니다.


(아마 법에서 6개월로 정하면 2~4개월 된 강아지들이 경매되지 않을까 또 우려스럽지만, 어찌됐건 상황은 나아가고 있는 것이니까요.)


강아지 번식장 뜬장으로 지내는 아이들의 모습


거울을 보았습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나는 얼마짜리를 한 모습일까요. 제 나이는 이제 37살이고(한국나이) 얼굴은 점점 세월의 흔적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체형도 한창 젊을때와 달리 좀마니(?) 변했습니다. 


제 본업은 경제지 기자입니다. 저는 '얼마'라고 수치화 하는 개념에 아주 많이 익숙해져있습니다. 어느 시장(남녀 매칭, 이직, 엄마들 모임, 친목 모임 등)이냐에 따라 제 가치는 다르겠지만, 외모로만 놓고 본다면 전 이제 가속도가 붙어 감가상각이 될 문턱..아니 이미 문턱을 넘어섰다고 볼 수 있는 나이였습니다.


전 얼마짜리일까요. 


아이를 처음 임신했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임신 7주차 됐을 때 처음 병원을 갔고, 병원에 처음 간 날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들은 기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생명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세포로 시작된 생명은 분열을 통해 장기 중 가장 먼저 심장을 만들어 내고 이후 장기를 하나하나 만들어 가더니 뇌를 마지막으로 작고 작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모해갔습니다.


사람만의 일은 아닙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고귀한 이유입니다. 생명은 어떤 과학으로도 설명이 부족한 신비롭고 진귀한 각자의 고유한 과정을 통해 긴 우주의 여행을 마치고 이 땅에 정착합니다.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듣던 날, 세상의 모든 생명들을 값어치로 따지는 일을 인간이 그대로 하게 두어선 안될 것 같았습니다.


눈코뜰새 없는 워킹맘 경제지 기자가 시작해 보는 '동물권 취재'(feat. 일을 사서함)


전 13년차 경제지 기자입니다. 한 아이를 키우고, 또 아이 보다 먼저 같이 살았던 우당탕탕 힘센 9.5Kg 말티푸를 키우고 있습니다. 저희 아이는 펫숍에서 데려왔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신종 펩숍'이었습니다. 


저희집 일상을 적나라하게 담은 스틸컷입니다. 아이와 개는 역동적으로 움직여 투샷을 담기 힘들고 사진은 대부분으 흔들려 있답니다. 


우연히 신종 펫숍에 대한 전말을 취재한 동물전문기자가 쓴 칼럼들을 쭉보았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리고 제 선택이 분명하게 옳지 못했음을 알았습니다. 


그 뒤 수 많은 동물들이 이 땅, 이 나라에선 권리는 커녕 착취당하는 것이 일상이란 사실을 직시하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마음 한켠 내내 마음의 부채로 남아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일하는 회사는 경제지입니다. 동물권과 관련된 부서는 없고 특히나 현재 전 국토교통부를 출입하는 부동산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동물과 접점을 찾을래야 찾을 수가없었죠.


그러나 전 이제 13년차 기자입니다. 해야할 일이 있으면 알아서 일을 만들어 할 정도는 된 연차입니다. 주말용으로 동물권 관련 기사를 써보겠다고 보고했습니다. 물론 본업 일은 충실히 하면서요. 상부에서 그래도된다는 컨펌을 받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동물 기자를 처음 해본건 아니지만(이건 좀 부끄러운 과거로 나중에 이야기 하겠습니다.) 이번엔 좀 마음가짐이 남다릅니다.


사실 본업에 집안일에 애개 육아에 몸이 3개 정도면 좀 좋겠다는 생각이긴 하지만, 사실 마음이 없는 거지 시간이 없겠습니까. 가능한 한 열심히 더이상 회피하지 않고 현상을 들여다보며 문제를 인식하고, 또 이를 알리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시작한 이 일이 지치지않기 위해 마음이 맞는 분들이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제 이 미약하고 작은 결심이 제 아이가 어른이 돼 살아갈 세상이 됐을 땐 더 좋아져 있길 하는 마음입니다.(오글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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