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우주가 풍성해지면 좋겠어"

중력을 거스르는 내 사랑하는 아가에게

by 요시

사랑아 오늘 엄마는 갑자기 계획에 없던 바다를 보러 혼자 짧고도 긴 여행길에 올랐어.

어젯밤 아빠와 좀 다투면서 마음이 힘들었는데 문득 아침에 눈을 뜨니까 바다를 꼭 보러가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

pexels-pixabay-207529.jpg

바다는 하늘과 닮아있는데 사실 요즘 엄만 네 덕에 밤하늘 매력에 푹 빠져있었어. 널 낳기 전에 엄마 목표가 새벽 4-5시에 일어나는 '미라클 모닝'이었는데 지금 네 덕에 새벽수유를 하느라 저 시간엔 일어나게되면서 우리집에서도 새벽별들이 아직 많이 보인다는걸 알게 됐어. 대부분이 아직은 잠든 고요를 넘은 적막한 시간에 새벽공기를 마시며 새벽별을 보는 시간은 꽤 즐겁고 소중하게 느껴져. 저 밤하늘 달과 별이 떠있는 우주를 생각하면 너와 내가 함께 보내는 이 시공간이 좀 더 새롭고 소중하게 느껴지곤해.


네 덕에 '블랙홀 강의'라는 책도 보고있어. 서두 즈음 저자인 우종학 교수는 "사람들의 우주가 풍성해졌으면 좋겠다. 쳇바퀴 같은 일상을 벗어나 우주의 영감을 받으면 좋겠다. 팍팍한 삶의 자리 위로 눈을 들어 우주를 바라보며 그 풍성함을 누리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

얼마나 경이로운 하루가 될까. 그런 나날이 이어진다면 말이야.

지금 네 안의 우주는 최초의 빅뱅이 일어난 후 급격히 팽창한 우주마냥 매일이 도전이고 배움이고 신비로움으로 가득차있겠지.


블랙홀을 요약하면 한마디로 엄청난 힘의 중력이래. 너무 강력한 중력으로 인해 모든것을 집어 삼키는거지. 우리가 살고있는 우리은하 속 태양계 중 한 행성인 아름다운 지구도 어느 날 우주를 떠다니다 블랙홀을 만나 태양계가 집어삼켜진다면 흔적도없이 사라지거나 혹은 다른 차원의 그 어떤 세계에 놓여질지 누가 알겠니.


중력은 두 물체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대. 저자에 의하면 ‘거리역제곱의 법칙’이라고도 부르는데, 물체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당기는 힘이 제곱배로 약해진다는 뜻이야. 좀 어렵지. 거리가 2배 멀어지면 중력이 4배 약해지고, 거리가 3배 멀어지면 중력은 9배 약해진다는 뜻으로 더 멀어질수록 급격히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이 약해지는거야.


블랙홀과 같은 중력은 너무 무섭고 두렵지만 사실 적정수준의 힘의 중력은 지구에서 생명체들을 생존토록하는 중요조건 중 하나야.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서로를 끌어당기고있어. 지구의 만유인력의 법칙으로도 불리는 이 이론은 질량을 지닌 모든 물체와 생명체는 자신의 질량이 지닌힘만큼 서로를 끌어당긴대.

그런데 신기한 일이지. 넌 그토록 작고 조그마하면서 엄마를 끌어당기는 힘이 이토록 강력할수가있을까.

천륜이란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어쩜 세상 어디에 있든 중력의 법칙에 반해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이 언제나 같아지는 혹은 더 강해지는 그런 뜻은 아닐까.


한편으론 이토록 강력한 너의 그 끌어당김 속에 삼켜지지 않도록 엄마는 달의 공전과 같이 엄마의 별을 지키며 네 주변에서 널 지켜보려고.

사랑이는 사랑이의 우주안에 어떤 별들을 만들고 어떤 색을 물들이며 커가게 될까. 아마 사랑이가 자라나 성인이 될 즈음 사랑이는 하나의 크고 빛나는 아름다운 별이 돼 엄마를 떠나겠지. 그때 우린 서로를 끌고 당기는 달과 지구와 같이 곁을 맴돌며 지켜주는 사이가 될 수 있을까.

엄마는 최선을 다해볼게. 살다보면 최고의 상황이 올 수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알아줘. 엄마는 항상 최선의 선택을 내린거였다는걸.

엄만 세상누구보다 널 많이 아끼고 사랑해.

이전 15화버려지는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