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다시 찾는 이유

[궁금해지는 사람]

by 유위드미

나를 한순간에 다 알아버리면 더 이상 궁금하지 않을 거야.

그래서 제주도처럼 항상 아쉬운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

시간이 지나도 다시 찾아올 수 있게

바쁜 일상 속에서 나와 함께하면 한 편의 쉼이 될 수 있는

나는 너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다.




어릴 적 나는 천방지축이었다.

그런데 초등학교 3학년 때 검은 테의 안경을 쓰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말이 달라졌다.

“공부도 잘하고 조용할 것 같은 이미지야.”

나는 어느새 그 이미지에 맞춰 살고 있었다.

조용한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았고,

그들의 기대에 걸맞게 공부도 열심히 했다.

그래야 더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조용함은 시간이 지나자 ‘차분한 사람’이라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가면은 점점 편해졌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나에게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신비로운 이미지를 좋아했다.

남들에게는 엉뚱한 사람이고 싶었다.

쉽게 읽히지 않는 사람.

일부러 그런 사람인 척 지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의도하지 않은 나의 그런 모습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리곤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너는 궁금해지는 사람이야.”

누군가는 내가 양파 같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 말이 단지 좋아한다는 표현을 돌려 말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궁금해서 다가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조용히 사라지는 사람들을 겪으며

문득 그 말의 의미가 궁금해졌다.


궁금해지는 사람이라는 건

궁금해지는 사람이 아니게 되면

떠나가게 될 것이고

결국 오래 머물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뜻이 아닐까.


나는 반전을 좋아한다.

뻔하지 않은 것.

그래서 누군가 질문을 하면

상대방의 눈이 동그래질 만한 대답을 고르는 법도 안다.


독서를 좋아하게 되면서

예쁜 말, 좋은 말들을 배우게 되었고

독서모임을 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법도 익혔다.

다음 대화를 궁금하게 만드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어쩌면 나는 의도치 않게

‘궁금해지는 사람’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다듬어 온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저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는 모습에 매력을 느낀다는 사람도 있었다.

잠시 쉬고 있었을 뿐인데.


한때 나는 소비적인 이야기를 싫어했다.

가벼운 수다, 의미 없는 일상.

어른스럽고 깊이 있는 이야기만이 가치 있다고 믿었다.

그래야 내가 더 단단해 보일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카페에서 들려오는

의미 없는 대화들이 참 좋다.

카페에서 들리는 노래를 따라

음정이나 박자가 조금은 어긋나더라도 흥얼거리며 부를 수 있는.

큰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내 편인 사람에게 전하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


예전에는 그런 이야기를 하면

나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고

상대가 나에게 흥미를 잃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런 의미 없는 일상의 대화들을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안정인지.



나는 궁금해지는 사람이지만

궁금해지는 사람을 좋아하고 싶지는 않다.


대신, 오래 머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더 오래 함께하지 못해 아쉬움만 남는 사람이 아니라

편안함도 함께 주는 사람.


시간이 지나며 나는 여려 겹의 가면을 썼다 벗었다 반복하며 살았다.

사람들은 나의 어떠한 모습이 아니라

나의 존재 자체를 좋아해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지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조금 더 솔직해지기로 했다.


궁금해지는 사람으로 남고 싶지만,

이제는 누군가에게 편안한 사람이고 싶다.